사랑하는 82식구님들, 깊은 밤이네요.
식구들은 모두 잠들고, 간간히 들리는 낮은 코골이 소리에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는 깊은 밤중입니다.
10월에는 친정아버지 생신, 남편 생일, 조카들 생일까지 있어서
가족들 생일을 챙기다보면 10월이 훌쩍 지나가버리는 듯해요.
오늘은 솔이네 생일날 지내는 모습을 올려볼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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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아버지 생신은 친정에서 엄마가 주로 생신상을 차리셨는데,
이번에는 제가 모든 걸 준비하고 저희집에서 차리겠다고 했어요.
엄마가 가족들 식사 챙기고 그러면 너무 힘드실 것 같아서요.
친정엄마 칠순때 행주산성에 있는 갈비집에서 조촐하게 친척들과 식사를 했었거든요.
그때 생신축하 현수막을 만들었는데, 요즘도 가족 생일에는 꼭 저 현수막을 찾아 붙입니다.
친정아버지 생신을 맞이하여 일단 거실벽에 현수막을 붙이고
식탁을 거실로 옮겨서, 소박하지만 정성스레 만든 음식들을 차렸어요.
소고기 미역국, 소불고기, 광어회무침, 양념게장, 월남쌈, 감자사라다 등으로 간단하게 차렸죠.
동생네 식구와 시골에 사시는 큰이모도 오셨는데
특히 불고기가 맛있다고 하더라구요.
시판 갈비양념에 양파랑 배를 넉넉히 갈아넣고 참기름만 더 추가했어요. ^^
일흔여섯번째 생신을 맞이하신 잘생긴 우리 아버지세요.
그런데 이번 생신에는 기운이 너무 없으셔서 가족들이 모두 마음아파했지요...
쌍둥이 조카들이 준비한 할아버지 선물은
할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커피믹스와 막걸리였답니다.
제 조카라서가 아니라 이 녀석들이 참 착해요.
할아버지께 늘 사랑한다고 말씀 드리고, 안아드리고 전화도 자주 한답니다.
이번 생신에도 정성을 담은 편지는 빼먹지 않았네요.
부모님과 큰이모, 여동생, 그리고 남편이랑 저를 포함해서 어른들은 식탁에 앉아서 식사를 하고
아이들은 식탁 아래에 상을 펴주고 식사를 하도록 했어요.
오랜만에 생일잔치 분위기가 나더라구요. ^^
아버지 생신 이틀 뒤가 제 남편 생일이거든요.
그래서 쌍둥이들이 이모부 생일선물로, 이모부가 제일 좋아하는 소주를 선물로 사왔어요.
생신 축하한다는 문구까지 써가지고요.
초딩 조카들의 쌍뽀뽀를 받는 우리 남편, 입이 찢어집니다.
엄마랑 아버지 웃으시라고 제가 우스꽝스런 안경을 남편과 조카들에게 씌웠는데 좋아하네요.^^
기분이 한껏 좋아진 우리 남편, 초등4학년 조카 두 명을 번쩍 듭니다.
여보시오~ 나이를 생각하시오오!!!!
아버지의 생신이 계속계속 즐거웠으면 좋았으련만...
생신 파티가 갑자기 눈물의 파티가 되어버린 순간이 있었어요.
제가 아버지께 한 곡 뽑으시라고 노래방 마이크를 가져다 드렸는데
아버지가 늘 잘 부르시던 '사나이 눈물'을 못 부르시고...입도 못떼고
마이크만 삐딱하게 잡은 채로... 핸드폰에서 나오는 가사만 계속 쳐다보고 계시는거에요...
간신히 입을 떼셨지만 목소리는 안나오고 침만 흘리시고....
기운 없는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보던 큰이모는 몰래 눈물을 찍어내시고
울엄마도 자신이 대신 불러야겠다더니 울컥하면서 소주 가져오라고 막 그러고...
그 순간에 저도 눈물이 막 나오려고 하는데 저까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
제가 '사나이 눈물' 같은 거 부르지말고 '안동역에서' 부르자고 분위기를 바꿨답니다.
안 그랬으면 정말 우울하고 슬픈 생신파티가 될 뻔했어요...ㅜㅜ
엄마랑 아버지는 집으로 가시고, 저와 남편, 여동생은 마라탕에 한잔씩 더 했어요.
애들 얘기, 부모님 얘기,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금방 흘러갔습니다.
남편의 생일은 10월 15일 체육의 날이에요. ^^
생일 당일날, 남편이 좋아하는 잡채를 무쳐서 간단하게 아침생일상을 차렸어요.
배추 겉절이도 무치고 불고기도 볶아서 생일상을 차려주었답니다.
24일은 또 쌍둥이 조카들의 생일이었어요.
소중하고 예쁜 우리 조카들,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라고 빌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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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래저래 걱정이 많으시죠. 저도 그래요...
자식 걱정, 부모님 걱정, 나라 걱정까지...
그래도 제가 할 몫을 하면서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한답니다.
열심히, 지치지 않고, 긍정적으로 살다보면
분명히 우리가 원하는 세상,
사람사는 세상이 올 거라 믿습니다.
사랑하는 이들이여, 모두 굿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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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은 결코 바다로 흘러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