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82cook 12년차 이제 데뷔합니다.
직장동료 소개로 살림돋보기부터 시작했는데
우연히 자유게시판의 어떤 글을 보고 신기한 매력에 빠져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 때 그 글이 또렷이 기억나는데
2008년쯤? '왜 아줌마들은 엉덩이가 네모모양인가요'라는 제목의 글이었어요.
지하철 계단을 올라가는데 앞서가는 나이든 아주머니 엉덩이가 네모모양이었다고..
뭐 이런 걸 묻지? 라고 생각하며 댓글을 봤는데 어찌나 진지_친절_위트 모드로 답변이 달리는지
알 수 없는 자게의 매력에 빠졌었더랬어요.
연식설명은 이제 그만 하고..(급전개)
저는 초등학생 두 아들을 키워요.
나름대로 지극정성으로 거둬먹이고 잘만 먹는데
이게 피로만 가고 살로는 안가는지
둘다 날씬합니다.
워킹맘때 버릇이 남아있어 조리과정은 상당히 전투적이고 심플한 관계로
밥상샷만 올려보겠습니다.
따끈한 우동에 토마토 올리기. 저렇게 줘도 잘먹는게 신기합니다.
풀x원에서 우동면 900원할 때 많이 사놨다가 멸치육수 내어놓은거나 오x기 가쓰오장국에 말아줍니다
마켓x리 가입하면 뭐가 100원이고 할 때 가입했다가
마침 세일하던 햄버거번을 같이 샀는데 맛있더라고요.
집 화분에 자라던 루꼴라 뜯어서 역시 토마토 곁들여주기
돈가스엔 김치죠
콩통조림 한 번 뜯으면 다 못먹고 얼마간은 항상 버리는데
좀 작은 사이즈로 판매해줬으면 좋겠어요
가래떡 구워서 귤 반 개, 오이에 발사믹소스 뿌린거랑 같이 간식
기분 엄청 좋고 시간 많았던 날의 토요일의 브런치인가봅니다.
우리 집앞에 포카치아가 맛있는 빵집이 있어요.
저도 집에서 이것저것 구워본다고 시도하던 시절이 한 3년 있었는데, 역시 빵은 전문가에게.
뒤에 오믈렛같은 건 레이먼 킴 쉐프가 해피투게더 야식매점인가 나와서 소개해줬던 건데 맛있어요.
감자 얇게 썬 것과 양파, 마늘 편썬 것 같이 지지다가 달걀 두어개 깨넣고 노른자를 터뜨려요.
몽올몽올해지면 토마토 반으로 썬 것과 올리브(있으면) 반으로 썰고 초록색 채소도 있으면 같이 위에 올리고요.
토마토가 달걀에 반쯤 잠겨서 발을 못빼겠다 싶을 때 후추 약간 뿌려서 내면 됩니다.
스패니쉬 오믈렛인가 그렇더라고요.
오믈렛 상세샷.
이날은 냉장고에 감자 마늘 토마토뿐이었나봐요.
양파 카랴멜라이징 비스무레하게 오래오래 볶다가 당근 고기 넣고 만든 카레인지..하이라이스인지.
과일 색상을 보니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왔나봅니다.
저녁시간에 애들도 바쁘고 저도 바쁘면 주방에 그냥 저렇게 차려요.
월남쌈이나 유부초밥, 주먹밥같은걸로 준비해서
애들 오며가며 와서 한입씩 받아먹습니다.
닭가슴살 훈제한거랑 각종 채소, 깻잎과 토마토 썬걸 라이스페이퍼에 싸서 땅콩소스 찍어 넣어주면
원래 양보다(원래 양도 많지만) 훨씬 더 많이 먹어요.
자기가 뭘 얼마나 먹었는지 눈에 안보이니 그냥 들어가는 듯..
저도 편하고 애들도 편하고요.
이건 순전히 무 쪼가리가 남아서 만든 메밀국수입니다.
냉장고에 있던 불고깃감에 파프리카 노란거 빨간거 남은 짜투리와 대파 다져서 계란물에 섞은 다음
넓게 편 불고깃감에 적셔서 지져 육전 만들고요
메밀면 삶고 오x기 가쓰오장국 풀고 무 갈아 올립니다.
저 다시마는 국물내고 남은거 남겨놨다가 주로 제가 씹어먹는데(너구리 다시마 두 개 나오면 복권사는 여자)
저날은 썰어서 저기 올려줬네요.
아마 사진찍기로 마음먹은 날인가봅니다.
제가 보기엔 닭백숙인데 애들은 닭고기수프라고 부르는..
닭다리살만 사다가 생강 넣고 푹 고아요.
감자와 당근 크게 썰어놓고 같이 끓여 후추뿌려주면 애들이 환장을 합니다.
어릴 때(지금은 안어리냐) 무슨 만화에서 애들이 감기걸렸을 때 먹던걸 봤다나..
저 비빔밥은 아마 감자조림 남은거랑 근대나물 남은 거, 멸치호두조림 역시 남은거 싹싹 긁어 비빔밥했나봐요.
백종원 유튜브 시작했을 때 감자사라다 만드는거 보고 삘받아서 대박 많이 만들었어요.
애들 간식으로 (비싼) 산딸기랑 같이.
이게 우리 애들 가장 만족도 높은 아침식사입니다.
미역이나 그때그때 있는 채소 넣고 끓인 된장국(주로 전날 먹고 남은거 물 좀 더 넣고 다시 한 번 끓여서 찔끔 줌)
풀x원 나또 냉동된거 세일할 때 많이 사놨다가 전날 밤에 하나씩 꺼내 녹여 쌀밥에 얹어 참기름 똑 떨어뜨리고요
달걀 하나 부치고
그날그날 제 컨디션따라 채소스틱이나 과일 곁들입니다.
애들이 '간단한 아침'이라 부르며 엄청 좋아해요.
아침엔 뭘 씹는게 귀찮은가봐요. 숟가락 하나로 다 해결되는 밥을 좋아하더라고요.
올리는 사진이 정식 식사도 있지만 간식도 많아요.
학교에서 체육대회 한 날 간식입니다.
쇠고기 미역국, 스팸구이, 메추리알장조림, 감자조림과 채소스틱, 병아리콩넣은 밥
한상이네요. 저게 간식이라니.
아우든이 등판한 걸 보니 이 날도 사진을 찍겠다고 마음먹었나봅니다.
돈까스 썰어서 있는 채소 없는채소 다 꺼내 섞어준 날.
그릇이 한 몫 하네요.
이것도 애들이 좋아하던 날 아침입니다.
저혈압 에미는 아침마다 헤롱거리는데
애들은 농부도 아니고 새벽6시부터 일어나 펄펄 뛰니..(9시에 자요)
청국장, 달걀과 녹두콩넣은 밥, 콩나물, 풋고추, 김
이것도 분명히 기억하는 데 간식이었어요.
밥 양이 적죠?
김치가 맛있다고 많이 달라길래 많이 주고, 달걀말이에 샤인머스캣과 캠벨포도 섞었습니다.
애들이 샤인머스캣 맛을 본 뒤로는 ㅈ아무리 섞어줘도 귀신같이 골라먹어요.
맨날 남은 캠벨은 주스만든다는,
이날도 쉐킷쉐킷
찬밥에 남은 반찬 다 쓸어넣고 전날 삼겹살에 먹다 남은 상추 찢어넣고
샌드위치 만들다 남은 슬라이스 햄이랑 아보카도 썰어서 그럴듯하게 올려준 날
저는 호박고구마보다 밤고구마가 좋더라고요.
오후 3~4시경 먹는 간식
저 나물은 비름나물인지 참나물인지 기억이 안나지만..이날도 토마토는 올라가있네요.
햄버그 스테이크 한번에 20개정도 만들어놨다가 반찬없을 때 구워 곁들여줍니다.
아욱된장국과 단감
에미 닮아서 애들이 딱딱한 과일만 좋아하는데
그래서 단감, 차돌복숭아 요런거 한 철 바짝할 때 잘 사다 먹여야 돼요.
얼려놨던 햄버그 스테이크 하나 녹여서 스파게티소스(저는 폰타x 좋아해요)에 같이 볶아 스파게티 만들고
미식가들이 만들었다는 그 냉동피자 하나 얼른 돌려서 간식으로 대령합니다.
맞은 편에 앉아서 yummy라고 온몸으로 부르짖는 애가 혼자 다 먹었어요.
저는 애들 먹이는 게 동물 먹이주는 것 같아서 너무 귀엽고 좋더라고요.
전통 한식밥상처럼 반찬을 따로 담아주면 애들이 잘 안먹는 것 같아서
할당량(?)을 자기 그릇에 다 몰아서 담아줍니다. 그럼 골고루 다 먹어요.
한 6개월동안 생각날 때 마다 입으로 들어가는 숟가락 다시 놓게 하고 찍었던 사진들인데
이리 올리면서 보니 내가 좀 괜찮은 엄마인가 싶기도 하고 뿌듯합니다.
(다른 집들 밥상은 어차피 제 눈에 안보이니 저혼자 자뻑하렵니다.)
애들이 먹는게 다 살로는 안가서 좀 허탈할 때도 있지만
안아프고 잘 크면 되는거죠! 그죠?
예쁜 애들 밥상 차려주시는 모든 82님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