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사시는 분들 아마 제일 드시고 싶은 음식이
(제맘대로) 1위 순대국 2위 호박잎쌈 3위 낙지볶음 아닐까 싶어요.
삼겹살 먹을 때나 한국 마트 가서 사 와서는
반장씩 찢어 먹는 귀한 깻잎.
반신반의 하면서 쪄 봤어요.
이번 신상은 꽤 억세고 잎이 커서 한 오분 쯤 찐 거 같아요.
귀한 깻잎 쪄 지시는 동안 놀면 뭐해요.
참치랑 감자 호박 양파 쥐똥고추로 강된장 바글바글.
이거 끓이면서 무서운 예감이 엄습합니다.
오늘 2키로 늘리는 건 일도 아니겠구나.
날카롭고 생그라운 깻잎 향이 은은하고 편안한 맛으로 바뀌었어요.
거칠던 잎도 노골노골 보들보들 부드럽게 입에 차악 감기고요.
그렇게나 그립던 호박잎쌈이 이제는 예전처럼 아쉬울 거 같지가 않아요.
삼시세끼 산촌편 보다가 콩나물밥에 치이고 말았어요.
깻잎찜 알려주신 이웃분이 또 선빵 아니지 콩나물밥 포스팅을 날리시더라고요.
저희 엄마는 회 아님 고기 말고는 크게 요리에 소질이나 적성이 있으신 분이 아니어서
자랄 때 콩나물밥을 별로 먹어본 기억이 없어요.
이런저런 시도(=실패)를 하시다가 결국엔
그나마 잘 팔리는 무국을 끓이곤 하셨죠.
다른 엄마들은 여행갈 때나 곰솥에 뼈국을 끓이신다는 말씀을 듣고
저는 잘 이해가 가질 않았어요.
원래 국은 곰솥 아니에요?
암튼
콩나물은 직접 밥솥에 밥이랑 안치지 않고 삶아서 일단 건졌어요.
왜냐하면 저는 콩나물국을 원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고기 한조각 멸치 한마리 안 들어간 국이
(미원은 조금 들어갔지만)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나요?
무국이나 먹고 살던 제가 오늘날 이만큼이나 해 먹고 사는 건 전적으로
제 덕인거 같아요.
국물 좋아해서 360일 부어있는건 엄마 탓이고요. ㅋㅋㅋ
밥이 안남미라서 풀풀 날리는 거 말고는 흠 잡을 데가 없네요.
고기 볶아서 양념장 올려 비벼 먹으니 눈이 절로 감겨요.
정아 언니가 이번엔 비빔국수를 하시네요.
바로 따라 해야죠.
갓 따온 열무는 없지만
신김치랑 먹다 남은 오이무침 쪼사서
고추장 고춧가루 간장 설탕 다진마늘 넣고
양념장 만들어요.
소면도 항금 삶은줄 알았는데
먹을 때마다 실패하는 소면 양 조절.
어느날은 너무 많아서 먹다먹다 gg 치고
이 날은 요정도 밖에 돌아 가질 않아서
서로 안 뺏기려고 그릇에 코 박고 먹었어요.
막걸리가 있었음 딱이었을 텐데.
덕선 엄니 빙의한 날.
마트에 갔다가 톡 치면 입을 꽁 오무리던 꼬막을 보니 그냥 지나칠 수가 있어야지요.
다 까고 나니 손톱이 너덜너덜.
꼬막 까는 기계 한국에서 주문할까 봐요.
내친 김에 수입해서 꼬막 코너 옆에서 팔면 하루에 맥주 두캔 값은 벌 거 같은데...
꼬막 오프너 메이드 인 코리아 (한류 열풍)
뉘집 여식인지
엄마가 든 차가운 소주잔에
촛점을 맞춰주네요.
조기 교육이 이렇게 중요합니다.
이 곳 한국 정육점에 일주일에 한번씩 광어가 들어와요.
비행기로 입국하신 귀하신 몸.
저희 남편이 예전에 횟집에서 알바를 하면서
회를 딱 한번 그만두기 전날 썰어봤다고 해요.
미련이 얼마나 남았는지 틈만 나면 그렇게 회를 뜨고 싶어 해요.
스뎅팬을 사랑하고
캠핑 용품 쇼핑이 취미이며
회칼을 종류별로 구비하는 것이 꿈인 사람.
하도 뜨다 보니 제법 스킬이 늘었어요.
예전엔 꼭 사포로 회를 갈아낸 맛이었는데
이젠 칼맛까진 아니어도
지우개 가루 수준은 면했어요.
대한민국 어느 바다에서 노닐다
듣도보도 못한 이국 땅에서 생을 마감한 광어에게 감사 드리고.
딸은 회를 마시는 수준이기 때문에 미리 밥을 일차 먹이고 시작해요.
안 그럼 저희는 와사비 간장에 밥 비벼 먹어야 하거든요.
뱃살이 찰진게 소주가 콸콸.
잘 먹었어요.
먹으면서 결심했죠.
저는 현모는 아니어도 양처니까
언젠가 때가 되어
남편이 낚시꾼의 꿈을 이루면
은퇴 선물로 새겨 주려고 해요.
더 쓰고 싶은데 사진이 여기까지.
사랑하는 82여러분 (솔이 어머님 이 멘트는 참 들을 때마다 가슴이 따뜻해져요)
우리 지금처럼 그래왔던 것처럼 그렇게 같이 이겨 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