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갑자기 아들아이 친구가 놀러왔고 (심지어 더 갑작스럽게 오늘밤 우리집에서 자고 가기까지 하게 되었어요 :-), 저희 아버지도 제가 이렇게 쉽게 구운 쿠키를 좋아하셔서, 설렁설렁 한 번 구워봤어요.
일단 중력분 밀가루와 무염버터 그리고 가당연유가 필수재료입니다.
가당 연유에는 우유와 설탕과 수분이 충분히 들어있으니, 다른 재료를 더 넣을 필요가 없어요.
버터는 반죽에 넣으면 고소한 맛도 더하지만, 쿠키팬에 들러붙지도 않아서 쿠키를 구운 뒷처리도 간단하게 해주죠.
다만 무염버터라야 쿠키의 맛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 주세요.
그리고 나머지 부재료로는 찬장에 남아있는 견과류, 과일 말린 것, 초코칩, 그 어떤 것이라도 넣으면 좋고 없으면 없는대로 괜찮아요.
오늘 제 손에 뽑힌 부재료는 코코아 가루와 초코칩과 호두입니다.
당첨 축하!!
(오늘 자게에 로또 당첨되신 분 있던데, 참 부럽습디다!! 쿠키 재료 당첨에 비하면 그 얼마나 알차고 짭짤한 당첨인지요 :-)
반죽을 두 가지로 다르게 할 예정이라 연유 한 캔을 반으로 나누어 그릇에 붓고 버터를 넣어 녹였어요.
전자렌지에 30초씩 돌려서 따뜻한 연유를 버터 덩어리에 끼얹어주면 잘 녹아서 밀가루를 넣고 반죽하기 좋게 되어요.
호두를 넣을 쿠키 반죽에는 코코아 가루를 한 숟갈 넣었구요
초코칩을 넣을 쿠키 반죽은 그냥 밀가루만 넣었어요.
앗, 나의 실수!
너무나 열정적인 반죽이 초코칩을 다 녹여버렸지 뭐예요.
화씨 375도에서 17분간 구우니 초코칩 쿠키여야 했던 것은 마블링 쿠키로 변신하고 말았습니다.
맛이야 뭐 똑같죠.
초코렛이 녹아 있느냐 안녹고 덩어리져 있느냐 하는 차이뿐인걸요.
우리네 인생도 (의잉? 내가 바로 우리네 인생이었던가?? ㅎㅎㅎ)
하얗고 까맣고, 녹았다가 덩어리졌다가, 어떤 것은 견과류를 품고, 또 어떤 것은 초코칩을 품고...
그렇게 각기 다른 모습으로, 그러나 비슷하게 살아가는 것 아닐까...
하고 생각해봤습니다.
아버지께서 "와아~~" 하고 반가워 하시며 제가 만든 쿠키를 맛있게 들어주셨어요.
별것도 아닌 걸로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릴 수 있어서 참 감사하고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