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무리 여름 한철 반짝하는 메뚜기 혹은 아이스케키 장사라지만...
제가 봐도 이건 너무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숨쉬는 것도 잊고 살만큼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도저히 글을 올릴 여유가 없었어요.
그런데 마침내 구원군이 나타나서 이렇게 오랜만에 인사를 드릴 수 있게 되었어요.
저의 그간의 바빴던 사정은 여기에 간략하게...
http://www.apiacere.net/xe/19788
그리고 지난 8월말 개강하면서부터 알뜰히 챙겨먹던 도시락 사진부터 공개합니다...
탄수화물 단백질 무기질이 골고루 통합된 우수한 식단으로 시작합니다 ㅋㅋㅋ
콘독 너겟에 깻잎조림... 나쁘지 않죠? 그죠?
연구실에서 문닫고 혼자 82쿡 보면서 도시락을 먹으니 이렇게 마늘냄새 바다냄새 물씬 나는 반찬도 오케이!
밥하고 어묵조림하고 토마토 딸랑... 뭐 그래도 이 정도 쯤이야...
근데 점차 밥이랑 반찬이랑 챙기기가 힘겨워지기 시작하면서...
급기야는 과일을 따로 씻어서 통에 담지도 못하고 마트에서 파는 통째로 들고 오거나, 즉석국 가루를 들고 오는 일이 발생...
전날 저녁에 아이들이 먹고 남긴 간장떡볶이가 메인디쉬입니다.
속을 보여드리기가 민망한 김밥은 은박호일에 둘둘말아 들고와서 주섬주섬 일하면서 줏어먹는 게 제격이죠.
그래도 이 날은 비닐봉다리에 먹을 걸 따로따로 담을 정신은 있었나봐요.
이 날도 나쁘지 않네요.
사실은 요게 둘리양 호박농장 견학가느라 싸준 도시락인데 갑자기 계획이 변경되어 도시락이 필요없게 되었다길래 제가 들고 온거예요.
냉동식품이 없었다면 명왕성 맞벌이 아줌마는 어떻게 살았을까요?
중이 제 머리 못깎는다고, 엄마가 유아교육 공부 아무리 하면 뭐하나요?
요 녀석이 새로 올라간 어린이집 반에 적응을 못해서 진땀 흘리는 건 어쩔 수 없더라구요.
선생님들이 가정방문도 오시고, 선생님과 면담도 수차례 하고, 동화책을 만들어서 읽어주기도 하고, 장난감이나 아이스크림으로 꼬셔도 보고...
그러다가 결국은 익숙한 친구들이 많은 이웃반으로 옮기고, 한국에서 날아오신 외할아버지가 소꼽놀이며 보드게임이며 밀착방어로 놀아주시니,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하고 행복한 어린이로 되돌아갔습니다.
둘리양이 태어나고 실제로 보시는 건 처음인 할아버지인데, 둘리양이 타주는 커피와 둘리어멈이 만들어드린 커피를 모두 맛있게 드시네요.
학기 중간이라 어디 놀러도 못가고, 이렇게 제가 차려둔 반찬으로 혼자 점심 드시고 앞마당 뒷마당을 산책하시다가
요 녀석들이 귀가하면 그나마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 우리 아버지...
죄송하고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맞벌이 아줌마의 피나는 노력, 점심 도시락 메뉴 짜기!
솔이엄마님 처럼 예쁘고 다양한 메뉴는 못되지만 :-)
이렇게 남편과 아이의 스케줄을 미리 알아두고 거기에 맞춰서 도시락을 뭘 싸줄지 정해두면 시간과 노력이 상당히 절약되더군요.
이렇게 미리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두면 아침 일찍 일어나 먼저 출근하는 남편이 자기 도시락은 셀프로 꺼내가기도 좋구요.
근데 코난군 이 녀석은 어디서 못된 짓을(?) 보고 배웠는지, 도시락을 쌀 때마다 이렇게 쪽지를 써서 넣어달래요.
참나원
원참나
나원참
저희 아버지가 82쿡 매일 와서 보시는 열혈팬이신데요,
이제 아버지한테 애들 맡겨놓고 맛있는 거 많이 만들어서 사진도 많이 찍어서 또 글 올리러 올께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