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가을속으로 점점 더 빠져 들어가는 기분이 듭니다.
매년 허덕이던 밤수확도 올해는 날씨의 도움으로 조금 편안하게?
수확량은 적게 하지만 일은 비교적 편안하게 마무리 되어 가는 중입니다.
며칠 전에는 아내가 찌꺼기 콩자루를 차에서 내려 놓으며
햇콩이 나올때까지 닭들 먹일 콩은 준비해 두었으니까
이걸 골라서 콩비지를 해먹여야겠다는 말씀을~
뭐~ 요즘 남자들의 기본자세가
마님의 한마디에 눈치껏 요령껏 잽싸게 움직여야 밥얻어 먹는 것이니
후다닥 마당에 신문지 깔아놓고 골라서 공손히 올려 드리니
금새 뚝딱~ 저녁밥상에 콩비지찌개가 올라왔습니다.
ㅋ~ 정말이지 하해와 같이 넓고 깊은 마님의 저 마음 씀씀이~
격한 감동으로 쏘주한병 곁들여 맛나게 먹기는 했는데......
밥숟가락 놓기가 무섭게 하시는 말씀이
'아~ 최상품의 밤들이 농장 저 꼭대기 쪽에 잔뜩 떨어졌는데 그거 말라서 못쓰게 되겠다~'
라고 하심은 당장 달려가 밤을 주우라는 격하게 심금을 울리는 속뜻이랄까~
선택의 여지는 없습니다.
마빡에 랜턴두르고 짚차끌고 농장에 올라가 한참을 줍다가 내려오는데
귀촌하신 동네양반의 한마디~
'귀신나오면 어쩔려구 그래~~~'
'어쩌긴요. 일단 주민등록등본 떼어 오라고 해서
저보다 전입일자가 빠르면 어쩔수없이 델구 살겠지만
전입일이 늦으면 넌 대항력이 없으니 딴데로 이사가라고 해야죠~
지금 멧돼지에 고라니도 벅찬데 귀신이 어딜......'
그렇게 밤늦게까지 밤수확을 하고나니
다음날은 쬐끔 시간여유가 생겼습니다.
할일없는 마님이 숯불을 피워 고등어를 구웠는데
오마나~ 소주가 술술 거리며 넘어가는데
죄다 식도에 들러붙어 뱃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거의 없는듯한 느낌~
시간에 쫒겨가며 밤수확을 하다보니
매일 닭들 풀을 베어다가 썰어주는 시간도 너무 아깝습니다.
그래서 짜낸 마님표 잔머리~
올봄에 입추한 병아리들을 닭장과 작업장사이에 울타리를 치고
-그래야 콩밭 배추밭을 온전히 보전할 수 있으니-
마당에 지천인 질경이를 먹게 하면 3-5일쯤은 시간을 아낄수 있을 거라는......
하여간 그노무 잔머리는 둔감무식의 저로서는 따라잡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맨날 뒷통수 맞는...... ㅠㅠ
어제는 밤수확을 마치고 달구들 밥주고
수확한 밤을 출하하러 짚차에 싣고 내려오는데
아랫쪽 표고재배장에 허여멀겋게 잘생긴 놈들이 보입니다.
ㅋ~ 벌써 표고......
정신없이 지내는 동안에 벌써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세등분해서 아랫집 그 옆집이랑 나누고
1/3은 채반에 말리고......
오늘 농장에 올라가 밤나무들을 살펴보니
아~ 이제 표고가 나올 시기가 되었구나 싶습니다.
밤송이들도 거의 떨어져 가고 밤수확 마무리단계에 들어가는 시점~
얼마 않되는 밤자루를 짚차에 싣고 내려오다가
오늘은 윗쪽의 표고재배장에 들렀더니
ㅋ~ 요놈들이 언제 이렇게 소리소문없이 이쁘게 피었는지~~~
일단 옆집 앞집 조금씩 나눠드리고
택배로 장인장모님께 진상하고
조금 썰어서 된장찌개에 시방 또 술술 넘어가는 중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