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가 지난지 오래지만 그래도 아직은 긴 밤~
게다가 작은 녀석이 통째로 마누라를 끼고 자는 바람에 가슴시리도록 긴 밤~
그리고 그 시린가슴보다 더 슬퍼지는 배고픔~
이를 극복할 단 하나의 방법은 무언가를 먹어 주는 것~
일단 화목보일러의 불 상태를 살펴 봅니다.
ㅋ~ 고기굽기 딱~ 좋은 상태입니다.
모두들 잠들었겠다~
슬그머니 목살을 꺼내 손질을 합니다.
뭐~ 손질이라야 썰어서 소금이랑 후추 뿌리는 것 외에는......
아이들과 같이 구워 먹을 때는 후추를 싫어할까봐 뿌리지 못했는데
혼자 먹을 것이니 맘놓고 팍팍 뿌려 보았습니다.
그렇게 목삼겹 한접시에 김장김치 쬐끔~ 그리고 소주 한병이면 준비 끝~
거기에 한가지 더~
복장을 갖춰야 합니다.
추위에 떨지 말아야 하니 따뜻하게 껴입고
모자 쓰고 마빡에 헤드랜턴 뒤집어 쓰면 출동준비 완료~
보일러실의 불을 켜면 딸아이의 방에 불빛이 비춰지기 때문에
혼자 몰래 구워 먹으려면 헤드랜턴이 필수~
저 바지는 농장 아랫집 아주머님이 시장에서 세개를 사서 나눠 준 것인데
세집의 남자 셋이 하는 꼬라지가 다 멍청하다~ 해서
모임이 있으면 꼭 저 바지를 입고 멍청함을 뽐내야? 하는......
(세 집의 남정네들 꼬라지가 다 이모냥~ㅠㅠ)
아주 유유히~
느릿느릿 느림의 삶을 실천해가며 고기를 굽습니다.
천천히 익힐수록 맛있는 것이 고기나 사람이나......
아주 제대로 제 입맛대로 잘 익혀서 소주 한잔 털어넣고 고기 한점 집어 먹고......
그렇게 혼자만의 야식을 몰래 즐기는 참인데~~~
하여간 귀신같은 것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쫒아 나와 자리를 잡네요. ㅠㅠ
분명히 자고 있는 것을 확인했는데......
후추가 들어가서 애들이 싫어할 줄 알았더니
더 맛있다고 ......
애들 뒤에서 유령처럼 나타난 옆집여편네 하는 소리가~
너 혼자 몰래 먹다가 걸렸으니 애들 먹을 것까지 책임져라~~~
남은 목삼겹 다시 손질하고......
이렇게 한그릇 분량이 나왔네요.
이만하면 이시간에 충분히 먹고도 남겠지~~~
소주 한잔 털어 넣을 시간도 없이 열라~ 굽습니다.
옆에서는 제비새끼들 입벌리고 깍깍대고......
그리고는 아주~ 정말이지 아주~ 간신히~
아이들에게 통사정을 해서 소주 한병 비웠네요.
마지막 잔에는 안주가 없어 실뽀무라지 같은 김치 한쪽을 마무리~~~
아들 배 두드리며 만포고복의 합창을 울리며 집안으로 들어가는 가운데
당쇠는 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
불을 더 지펴서 다음날 아침까지 따뜻함을 유지해야 할 의무~
뭘 먹긴 먹은 것 같은데 사라지지 않는 헛헛함......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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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틈나는 대로 아내와 닭장의 닭똥을 긁어 내서
올해 농사에 사용할 거름을 준비하는 중입니다.
닭들이 먹은 것은 계란이 되어 우리 가계에 보탬이 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렇게 거름이 되어 농사에 쓰이고
그렇게 지은 농사의 수확물은 다시 우리 가족과 닭들의 먹이가 됩니다.
일명 자연순환농업~
시골길을 가다보면 축사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를 맡은 기억들이 있으실텐데
닭들에게 올바른 먹이를 먹이면 닭똥에서도 그다지 냄새가 없습니다.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가축에게 먹이면
아마 미생물들도 그것을 분해하기가 어려워서 그런 모양입니다.
제 양계방식으로는 닭장에서 닭똥을 구하기가 어려워
일부러 횟대 밑의 바닥관리를 하지 않고 닭똥을 모아 거름으로 사용하는데
맨 윗부분의 딱딱한 층을 걷어내고 나면
그 아래부분은 흙과 왕겨 풀 같은 것들이 서로 섞여 발효가 된
아주 부드럽고 구수한 냄새가 나는 층이 나타납니다.
자랑질이지만 실제로 이런 거름은 우리나라에서 거의 구할 수가 없습니다.
유기농을 한다는 분들이 쓰는 축분들도 모두 오염이 되어
(항생제. 호르몬제, GMO, 각종 합성화학물질......)
유기농을 하는 분들의 땅마저 오염이 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거든요.
선진국들도 거의 마찬가지의 상황입니다.
우리보다 조금 나을 뿐......
소비자들은 이걸 의식해야 합니다.
농업은 공업이 아닙니다.
대량으로 생산할 수는 있지만
소량으로 생산하는 소농들만큼의 가치있는 것을 생산할 수는 없다는 점~
어느 연구결과에 따르면
1914년에 생산된 사과에 들어 있는 철분의 함유량은
1992년에 생산된 사과 26개의 함유량과 맞먹는다고 합니다.
대량생산으로 더 맛있고 더 보기좋고 더 값싸게 먹을 수는 있지만
그만큼 사과의 질은 현저히 떨어졌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죽은 땅을 다시 미생물들이 활동하는 살아 있는 토양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얼마의 시간을 되돌려야 할 지 가늠할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흙과 자연과 함께 사람도 병들어 가는 것이죠.
보다 적게 보다 올바르게 소비하는 지혜가 요구되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