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가 많이 덥죠?
그런데도 이 죽일 놈의 입맛은 왜 여전히 좋고, 세상에 맛있는 음식과 먹고 싶은 음식은 왜 이리 많은지... ㅠ.ㅠ
바지락 칼국수 같은 건 한국에 살았더라면 나가서 한 그릇 후루룩 사먹고 올 수 있겠지만, 명왕성에서는 내 손으로 만들어야만 먹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칼국숫집 사장님처럼 제대로 모든 조리 과정을 정석대로 할 능력이 없죠.
그래서~
개발한 짝퉁!
조갯살 통조림으로 제조한 국물과...
파스타 기계로 뽑은 면...
한 사람이 한 번 만들어서 여러 사람 불러다가 같이 먹으면 노동력 대비 효용성이 높아지니까 친하게 지내는 분들 좀 초대하고, 그러면 신이 나서 곁들여 먹을 전도 좀 만들고...
제가 집에서 만두를 자주 만들어 먹는데, 어느날 남은 만두속을 할라피뇨 (또는 아무 종류의 고추라도) 반 갈라서 채워넣고 후라이팬에 구우니 만들기는 훨씬 편한데 맛은 더 좋더군요.
아이들도 잘 먹어서 고추전을 자주 해먹어요.
고추가 모자라면 속만 동그랗게 숟가락으로 도닥도닥 해가지고 후라이팬에 굽고요.
삐죽빼죽 보이는 건 소의 물기를 흡수하라고 분질러 넣은 쌀국수에요. 손님들이 바삭바삭해서 맛있다고들 하셨어요.
여름 김치 몇 가지 버무려서 내놓으니 손님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식탁이 채워졌어요.
여름 김치는 양념만 많이 만들어 놓으면 마트에서 아무 푸성귀나 사와서 버무리기만 하면 되니 만들기 어렵지 않더군요.
다만, 명왕성에는 열무가 귀하고 얼갈이 배추도 없기 때문에, 그냥 비슷하게 생긴 푸른 이파리를 잘 고르는 요령이 필요합니다.
저기 풋배추 같아 보이는 건 대만 배추라 그랬나? 뭐랬나? 암튼 중국사람들이 잘 사먹는 채소입니다.
손님들이 빈손으로 안오시고 뭘 하나씩 만들어 오시고 해서 저녁 내내 먹고 이야기하며 놀았어요.
아래의 세 가지 음식은 손님들이 해오신 겁니다.
치즈케익
구운 사과 카나페
직접 키운 채소로 부친 전
제가 친하게 지내는 분들은 모두 품성이 넉넉하고 예의가 바른 분들이라 한 번 초대를 받으면 다음에는 초대를 해주세요.
그럼 이번에는 제가 빈손이 아니기 위해서 뭘 좀 챙겨 갈 차례입니다.
둘리양이 구운 사브레 쿠키가 맛있게 되어서 조금 담았어요.
모래알 같은 설탕이 표면에 붙어 있는 사브레 쿠키 - 이걸 기억하신다면 저랑 동년배 친구! ㅎㅎㅎ
그리고 이런 선물을 준비했어요.
주기에도 받기에도 부담은 없지만 즐거운 선물.
저는 여전히 드라마를 보면서 뜨개질 하는 놀이를 즐기는 중인데요, 문득 보니 남아있는 실 색깔이 그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더군요.
윗부분엔 수세미가, 아랫부분엔 스폰지가 붙어있는 미국인이 애용하는 설거지 수세미!
뜨개질로 그 모양을 따라 만들어봤는데 생각보다 잘 만들어졌어요.
ㅋㅋㅋ
브런치로 얻어 먹은 것은 정말 맛있었던 샌드위치와 앙증맞은 바스켓에 담은 프렌치 프라이
후식은 녹차 바스크 치즈 케익
다른 분들이 가져온 과일과 곁들여서 먹고 놀았어요.
아줌마 수다는 언제라도 즐거워요.
이 방학이 다 가기 전에 다음에 또 모이자고 도원결의를 했습니다.
둘리양은 방학이라 시간이 많으니 이런 저런 쿠키를 자주 구워요.
가장 흔한 초코칩 쿠키를 구웠던 날에는...
아이스크림을 곱게 얹어서 (쿠키가 깨지지 않게 조심하는 것이 포인트!)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기도 했어요.
이렇게 생긴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는, 마트에서 사먹는 것보다 비용은 저렴하게, 맛은 더 좋게, 아이들은 안심심하게, 엄마는 놀고 먹게, 일석 여러조 효과를 봤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맛있는 것 해먹거나 얻어먹으면 사진 찍어서 올께요 :-)
무더위 조심하고 모두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