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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우리집이 아닌 우리집 이야기. 3

| 조회수 : 950 | 추천수 : 0
작성일 : 2025-07-06 15:27:01

안녕하세요?

키톡 수다쟁이 왔습니다.


지난해 봄,

버림 받은 호접란 데려와 새집 마련해 열심히 물 주고 햇볕 보여 주니  오랜 기다림 끝에 꽃망울을

팡팡 터트립니다. 한동안 예쁨 주의보. 실내로 모셔 왔습니다. 

 

아침 일찍 눈이 떠져 하늘을 보니 어쩐지 구름 낀 하늘.

저 오늘 엄청 부지런 떨었습니다.

세 확장하는 라벤다를 큰 화분으로 옮겨 줘야 할 상황이라 흐린 하늘 반가워 벌떡 일어나 이것 저것

화분을 손 댔습니다. 어제는 날이 너무 더워서 힘들었거든요.

벌레가 초토화 시킨 들깨는 다 뽑아 고추장 찌개에 넣으려고  멀쩡한 깻잎을 골랐습니다.

말발도리도 이발을 시켜 빈 화분 흙에 꽂아 두었어요.

어느 봄 날 현대 백화점 앞 커다란 화분에 흰 말발도리가 너무 예쁘게 피어 환상적인 모습이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았는데 '나도 말발도리 키우고 싶다, 말발도리 키우고 싶다.'

언니네 가보니 그 말발도리가 있어 언니가 나눠 줬거든요.

언니가 이사하며 식물이란 식물을 다 주변에 나눠 줬는데 막상 이사하니 화초 키울 공간이 

나온다고 어떤 식물을 살까 전화 왔더라고요. 저랑 정 반대예요.

버리기도 잘 버리고 나눠 주기도 잘 나눠 주는 지저분한 꼴을 못 보는 언니.

결혼 전 휴일이면 청소 시켜서 너무 싫었...

 

말발도리. 지난해 보다 꽃망울을 덜 물었네요.



 

 

금요일 오전 게으른 자가 부지런을 떨어 바질을 수확해 식초물에 담갔다가 샐러드 스피너로 물기

제거 후 바질 페스토를 만들었답니다.

바질, 잣, 마늘, 페페론 치노, 치즈, 올리브 마침 재료가 다 있었네요.



이만큼 나왔는데 소분해서 김치냉장고에 소.중.하.게 보관 중입니다.

유리 용기에 넣고 남은 종지에 담긴 바질 페스토는 참 크래커에 발라 먹을 예정입니다.

스테이크 소스로 먹어도 맛있답니다.

 

남편이 일어나 아침 식사 후 같이 만든 고추장 찌개. 이것은 오늘 저녁 메뉴입니다.

 

어제 퇴근 후 너무 피곤해서 일찍 잠이 들었다가 한 밤중에 깼습니다. 잠이 오질 않아 서리태, 호두, 참깨 넣고 두유 제조기에 두유를 만들어 냉장 보관했다가 오늘 점심 때 같이 콩국수 해먹었어요.

남편이 너무너무너무 맛있다고.  요즘 남편이 주방일에 적극 협조하니 수박 하트 저의 마음을 담아~

 

바나나도 더 익기 전에 썰어 냉동실로. 더운 날 저의 간식입니다. 샤워 후 바나나 아이스 냠냠.

 

우리집이 아닌 우리집 이야기 3편 시작합니다.

시작을 하게 된 계기는 자유게시판에 주택에 대한 로망 글이 올라 오면 제 이야기를 들려 드리고

싶었어요. 이렇게 사는 방법도 있다 하고.

 

분양 받아 사택에 사느라 살아 본 적도 없는 우리집 이사는 아들의 독립 감행으로 저도 생각이 달라졌어요.

둘째도 이사 가면 학교도 더 멀어지고, 환승도 해야 하고 저 또한 걸어서 15분인 출근길이 너무 멀어지는 겁니다. 어차피 우리 둘이 살아야 하니 이 동네에 더 머물러야 겠다 결심을 하고 남편에게 통보.

주말 마다 남편이 와서 이 동네 시기가 맞는 집이라는 집은 다 돌아 봤는데 마음에 드는 집, 우리 짐이 들어 갈 집이 없다고 그냥 널린 아파트로 가라는 거예요. 일언지하에 거절.

그 때 로제의 아파트 노래가 있었으면 남편이 매일 불렀을 거예요.

아파트로 이사 가려면 우리집 그냥 가지 뭐하러~

 

그래서 집 보러 다니는 거 너무너무 싫어하는데 게으른 자가 나섰습니다.

제가 보러 다닌들 상황은 마찬가지였고 어느 부동산에서 단독주택을 보여 주겠다고 해서 콜~

지금 살고 있는 집이었는데 저는 한 눈에 마음에 들었어요.

남편한테 "아, 이 집 1층만 우리 한테 팔면 좋겠다'" 수 십 번 말한 듯.

남향 집이었고 대문을 들어서면 커다란 살구 나무가 있었고 1층에는 임대인이,

2층에는 어머니가 살다가 돌아 가시면서 증여 받았대요.(}결혼 전 부터 살던 집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2층으로 올라가고 1층은 세를 내놓은 것이죠.

집을 보자마자 이집 계약 하겠다고 했더니 부동산 사장님 왈

남편 분은 주택 싫어 하시는데 새로 지은 빌라 보여 주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내가 살 집이거든요. 그 사람은 이 집에 살지도 않아요, 계약 진행해 주세요~"

부동산에서 만난 주인 부부도 인상도 너무 좋고 대학교 앞에서 카페를 운영하느라 새벽에 나가고

자정이 되어야 귀가 하더라고요.  살구나무 물도 내가 주고, 낙엽이 떨어져도 내가 쓸어야 하고,

살구가 떨어지면 주워다 2층 문앞에 갖다 두기도 하고.

 눈이 와도 내가...겨울에 눈 치우는 애로사항이 있었지만 그래도 좋았습니다.

지금은 주민센터에서 염화칼슘 날라다 배치해 줍니다. 세상 좋아졌습니다.


사실 여기는 옆집 담벼락입니다. 조금 보기 싫어서 이것 저것 치장.

 



사실 이사 할 때 식물은 골치거리잖아요. 그래서 이집에서 더 늘리지는 않아야 겠다고 굳게 결심했어요.

이사 와서의 거실 모습.

 

그러다가 마음이 바뀌는 계기가 있었는데 동생이 췌장암 4기에 발견되었어요.

병원에 입원했을 때 찾아 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본인은 이제껏 평탄하게 잘 살았고 누구에게 원망 살 일도 없고, 원망 할 사람도 없대요. 

착하고 예쁜 막내여서 가족들 사랑을 몰빵으로 받았는데 병원 입원 하기 전 가족들에게 제대로

식사 대접 한 번 한 적 없다며 인사동 산촌에서 엄마를 비롯한 형제들과 식사를 하며

교통 사고로 한 순간에 떠나기도 하는데 그래도 나에게는 정리할 시간이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했어요.ㅠ

사람들은 보통 큰 병에 걸리면 내가 못해 본 것, 아쉬운 것 그런 거 나으면 실행하던데 넌 뭐가

아쉽냐고 물어 보니 아이들 셋 키우고 직장 다니며 종종 거리느라 바쁘게 살았으니 시간이 있다면

집 예쁘게 꾸미고 아이들 더 살뜰히 보살피고 재봉틀 사서 이것저것 만들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손재주가 좋아 손으로 하는 것은 무엇이든 잘 하는 동생이었어요.

딱 2년 항암하고 하늘 나라 갔어요. 항암 하느라 힘들어 했지만 컨디션 좋을 때는 희망 했던 일 중

재봉틀만 빼고 다 하고 갔네요. 재봉틀 사준다니까 나으면 사주라고 했었는데.

나중에 전이 되고 복수가 차서 빨리 병원에 입원하라니까 주변 정리 다 하고 

옷도 병원 가기 전 기부하면 산 사람 옷이지만 내가 하늘 나라 간 다음에 자기 물건 정리하려면

가족들 마음 힘들다고 미리 기부하고 병원에 입원했지요.

완화병동에 있다가 호스피스 병원에 가서 5일 후 하늘나라 갔네요.

 늘 평정심으로 대하고, 평온한 모습만 보여 왜 언니한테 표현 안 하냐고 물었더니 언니가 감정 이입이 잘 되는 사람이라서 그렇다고 말하던 7살 아래지만 제게 늘 언니 같던 마음의 위로를 주던 동생이었답니다.

 

그 후 저도 오늘을 살자.

오늘만 산다. 그런 마음으로 현재에 집중하고 있어요.

 

2023년도 봄 우리집이 아닌 우리집 마당.

저 만한 수국을 아침고요 수목원에서 데리고 왔답니다.

 

 

20204년 봄 우리집 아닌 우리집 마당.

수국이 일년 지나 이~~~~~~~만큼이나 컸어요.

수국 옆 남천도 제가 너무 사랑하는 나무입니다.



2025년도 우리집 아닌 우리집 마당.

수국은 더 풍성해졌고 지난해 들였던 쪼꼬미 율마가 훨씬 풍성해졌죠?


대문을 열고 들어 오면 항아리 놓여진 곳이 있습니다. 

지난 겨울 눈 내린 모습.

 

부추가 있는 담벼락 밑에는 벽돌 올려진 오래된 빌라 텃밭입니다.

우리집은 삼면이 건물이 없어 시야를 가리지 않아 그점이 너무 좋습니다.

지붕 밑에 차양울 친 빨래 너는 공간이 있어요.

여기도 제가 아주 좋아하는 장소랍니다.

거실에서 세탁실로, 세탁실에서 마당으로 오가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햇볕에 자연 건조 된 빨래 걷는 게 저는 참 좋습니다.

요즘엔 남편이 널고 개고 하지만.

이웃한 대학에서 축제를 할 때는 불꽃 놀이 직관도 가능.

 

낮에는 책상에서 컴을 하며 하늘을 보고

밤에는 침대에 누워 밤하늘의 달도 별도 본답니다.

아무도 들여 다 볼 사람이 없습니다. 새들이 자주 와 시끄럽게는 할 지언정.

 

아들 결혼 한 달 후가 우리집 만기라서 이사를 가려 했다가 마음을 바꿨어요. 
아들 부부가 우리집에 일년에 몇 번이나 오겠나, 굳이 그럴 필요가.

예상과 달리 자주 오고 있는데 게으른 자가 아들 부부에게 실토를 했습니다.

솔직히 인테리어 해야 하는데 몇 년 전 욕실, 주방만 수리하는 것도 너무 힘들었다.

게으른 자라 엄두가 안 난다고 얘기 하니 자기네가 곧 내집을 마련해서 인테리어 하고 알려 준대요.ㅎㅎ

사실 그 말을 듣고 이사를 가려면 짐을 정리해야 할 거 아닙니까.

몇 년 만에 마음 먹고 창고 묵은 짐 정리하다가 무릎 연골이 파열되어 저는 요가도 못 가고 일도 줄여 키톡에서 (이사 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없었으면 하지 않았을 창고 정리.) 배회하고 있답니다.

그래도 무릎 다치고 여유로운 시간을 아주 오래간만에 갖게 된 점은 좋았어요.

그나 저나 무릎이 회복 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네요.

정형외과 가서 무릎에 좋은 운동 사진 보면 다 요가에서 하는 동작이더군요.

게으른 자 집에서 혼자 운동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아, 그럼 요가  가 볼까?'하는 생각이 드는 날은 어쩐지 무릎이 삐그덕 삐그덕~

아직은 아닌가벼.

 

그동안 제 수다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82님들 평안한 휴일 오후 보내시기를....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5.7.6 7:56 PM

    올려 주시는 글 재밌게 보고 있어요~식물 이야기 .먹는 이야기~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사진까지 ~~동생분 얘기 가슴 먹먹한데 ..깨달음을 주시네요.오늘을 살자.제가 요즘 많이 우울해요. 앞으로의 삶이 전혀 즐겁지 않을거 같고 하루가 주어진것도 즐겁지 않은..근데 오늘을 살도록 할게요.감사합니다~

  • 2. juju
    '25.7.6 8:26 PM

    식물 가꾸고 음식 차려내시는 모습이 게으르면 절대 할 수 없는 수준이신데요. 게다가 단독주택에서 사시는 것 자체가 부지런함 인증입니다. 동생분은 좋은 곳에서 편안하게 쉬고 계실 거에요. 저도 언제부터인가 오늘을 사는 인간이 되어가고 있어서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오래 가지 않더라고요. 인생에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게 아니니 그저 하루하루 그럭저럭 살자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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