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말에 열흘동안 아이슬란드를 한바퀴 돌았습니다.
여행을 갈 조건도, 마음도, 여유도 없었는데,
미리 돈 내놓고 안 갈수도 없어 다녀왔습니다.
사는 게,
어디론가 훌쩍 떠나기 좋은 조건에
딱 맞추어가며 사는 거 아니라는 거.
도착해 보니,
아이슬란드는 지금 한창 봄
사방팔방으로 루핀(Lupine)꽃들이
눈 닿는 곳마다 사람이 딱 환장할 정도로 피어
바람이 불면 부는대로 누웠다가,
바람이 지나가면 지나가는대로 깍궁하며 일어났다가 난리를 치고 있더군요.
아이슬란드..는 이미 이 꽃 하나로 먹고 들어갑니다.
이건 또 무슨 파피라고
같이 간 언니들이 알켜준 꽃인데
솜같이 생겨서 백발 머리를 날리며
아이슬란드의 허허벌판을 주름잡고 있구요.
이 곳은 오로라를 보기 좋은 곳으로 유명한 VIK의 교회인데,
오로라 없는 계절에 간 우리는
대신 꽃이 곁든 교회를 찍었지요.
서양에 대부분의 교회들이 그러하듯,
뒷뜰에는 공동묘지가 있었습니다.
옛 노래에 북망산천이 먼 줄 알았느데, 동네 앞산이더라는 자락이 있는데,
망자를 교회 뒷뜰에 묻고, 오로라가 하늘을 가득 채운 모습을 보는
동네 사람들은 사랑과 영혼이 교통하는 모습을 보겠구나 했습니다.
아이슬란드에서 제일 흔한 건 폭포구요.
많다보니, 모든 폭포에 다 안전장치를 할 수는 없잖유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어요.
모든 고공 사진은 저리 엎드려 찍었고,
그런 나를 딱히 여긴 언니들은 그런 나를 찍었지요.
유명한 굴포스
아무리 서슬 퍼렇게 물살을 날려
관광객들을 추워 뒤지게 만들어도
오는 봄에 녹아나서 옆에 꽃을 피우게 허락한 건 감출 수 없더라는..
아이슬란드 말로 포스가 폭포라는 뜻이래요.
영어로는 오이스터 포스
한국말로는 굴 포스
아재개그에 빵빵 웃어주던 소녀같던 언니들에게 감사를..
내가 폭포 많다고 했쥬
물은 또 얼마나 맑은지.
모두들 텀블러에 수돗물 받아 먹고 댕깁니다.
물가가 엄청 비싸기도 하지만, 물맛이 최고이기도 해요.
아까 엎드려 찍은 사진입니다.
나란히 배열하고 싶었으나, 기술력이 내 의지를 꺽네요.
아뭏튼 아이슬란드는
그대의 눈동자에 건배를 날리고 싶은 곳
이게 나요.
여행은 자신에 대해서도 알게 하오.
아름답고 무용한 것을 사랑하는 무용하기만 한 나.
오로라가 없는 계절에 가서,
굳이 오로라가 잘 보이는 풍경에 서 있는 걸 좋아하는 나.
폭포만 가면 기가 털려서 나는 물이 싫더라고를 외치지만, 꼭 끝까지 들어가는 나.
가장 쉬운 카레라이스를 당번으로 배정받고,
카레국을 끓여 내 놓음으로써 살림 백단들을 한쾌에 기절시킨 나.
어디가든 꽃, 바람, 웃음에 난리부르스를 치는..
손이 무척이나 많이 가는 서타일이나
딱 데리고 다닐만큼 가끔 기발한 생각을 해내어
생존하여 귀환한 나
물개를 보러 가서 찍은 미역과에 어떤 미역이겠지 뭐..미역인가? 임
물개도 찍었지만, 그냥 나같고, 내 남편같아 올리지 않겠습돠.
물가가 후덜덜한 곳이라.
사가지고 간 종갓집 김치랑 밑반찬으로 먹다가
제대로 사먹은 피쉬앤칩스요.
여기는 대구가 유명하여, 대구를 튀겨 저리 내 놓았는데.
따뜻하고 맛있었다는...여기 특산 맥주로 굴(Gull)맥주가 있는데, 같이 먹으면 죽인다고 합니다.
영어로는 오이스터 맥주..ㅎ
놀러간 어촌마을에서 라테 한잔 하였죠.
우리는 관광이고, 그들은 생업이니,
놀러갔을 때, 너무 나대지 맙시다.
아이슬란드 사람들 친절하고, 차분하고, 좋았어요.
이것 또한 드물게 사먹은 랍스터요.
랍스터보다 꽃게를 좋아하여, 랍스터 안 좋아하는데,
이 랍스터는 동네에서 잡은 잔잔한 걸로 맛이 아주 좋았다는..
저래 보여도 저게 한접시에 73불이요.
단점은 양이 적..ㅠㅠ
이 스프 또한 드럽게 비싼 스프로
맛은 있고, 짰는데..
비싸서 짠 걸로 알고 있네요.
우리는 수퍼에서 장을 봐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고 다녔어요.
아이슬란드는 유제품이 맛있어요.
요거트, 우유, 치즈, 고기도 다 맛있고,
나머지는 다 수입이라 비싸요. 그런 줄 아시길..
아이슬란드에 흔한 양들.
소떼보다 많았던 말떼들..
그 잘생긴 말들
동물도 외모를 안 볼 수 없는 거구나를 깨닫게 했던 멋진 말들
풍경에 아무리 익숙해져도
나무 한 그루없는 산은 여전히 적응이 힘들었고요.
아이슬란드를 열흘동안 한바퀴 돌고
집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온 레이캬비크에서는
아름답고 무용한 것들의 리스트에 하나를 추가합니다.
꽃, 별, 바람, 웃음..그리고, 밤이요.
여기는 백야예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한번도 깜깜해지지 않아요.
어둠이 그립더라고요.
밤은 아름다운 것이었어요.
늘 오후 세시같은 저녁
아홉시에 근처 술집으로 나가는 동생들에게 외쳤어요.
"어둡기 전에 들어오라고.."
안 어두워져요.ㅠㅠ
그 동네 퓌시앤칩스 가게앞에 있던 고양이.
이동네 금수저라고 합니다.
한 여름의 아이슬란드는 봄이고,
사람이 무척 드물고, 자연이 충만하며, 날씨는 그야말로 날씨 마음대로인 곳이예요.
사는 게 내 마음같지 않는 줄, 내 모르지 않았지만..
이 정도로 내 마음 같지 않을 줄은 미처 몰랐던,
관계에 지쳐서 갈증나고, 마음이 조용히 고갈되어 갈 때,
텀블러 하나 들고 가서 한달 살기 하고 싶은 곳이더군요.
연인들은 겨울에 가길 추천합니다.
춥고, 밤이 길고, 가끔씩 오로라가 감쌀때
가서 사랑하고 그러고 싸우다가 또 사랑하고..그러길..
................
사진추가 합니다
이쁘다고 했죠?!
빙하 조각도 많아요.
옷은 항상 한국의 3월 초 의상으로..
비옷, 경량패딩, 바지는 레깅스위에 방풍바지.
신발은 등산화.
비가 늘 오락가락에..
폭포근처는 물가에 돌이 많아 미끄러지기 딱 좋아요
어디가나 폭포가
이렇게 또 포스
아이슬란드에는 짧은 게 많아요.
봄, 꽃, 그리고, 니가 하는 말?
머물렀던 에어비앤비에서
말이 새끼를 낳은 걸 목격하고 여주인에게 알렸어요.
계산속 별로 없어 보이던 젊은 여인이 달려가더라고요.
그 장면을 본 두 여인의 이름 첫 저를 따서 미도라고 망아지 이름을 우리끼리 지었지요. 아름다운 길만 달리는 말이 되길..
간헐천이 터지고..
그걸 기다리며 물멍을 하고.
아이슬란드는 풀이 바람에 흔들리는 거 보며 풀멍
꽃들이 춤바람 나는 걸 보며 꽃멍
딱 내 서타일
유명한 교회 건축물 앞에 에릭슨 동상
갈매기가 앉았다가 날아가는 장면이 잡혀서 넣어 봅니다.
이 또한 아름답고 무용한 일이니..
직접 봐야 더 이쁘지만...
한국서 가는 직항도 없고,
여행도 막상 가면 고단하고,
같이 가면 속 시끄러울 일도 많고,
혼자가면 외롭고 뻘쭘해요.
인생같죠.
이리 살지도 저리 죽지도 못햐.
되는 대로 살아갑시다.
기회되면 가서 좋고,
안되면 돈 굳고 몸 편해 좋고.
이 눔은 나를 닮았고
저 눔은 우리 남편 닮았네요.
댁들도 그러하지 않는가 말이유.
길가에서 만난 독일여성 캐시
독일이름 따로 있으나 발음 힘들어 이리 부르랴.
빙하를 올라가는 코스가 있는데..내가 잘 했겠남..할말하않..엎어지고 자빠지고 몸개그치면서 끊임없이 영어로 한국말로 나불나불 하니까. 딱 몇분만에 가이드하는 젊고 키크고 호리빼빼한 아이슬란드 여인이 나를 요주의 인물로 집중 마크하면서 에스코트 하더라고. 니 눈에도 내가 구멍으로 보이지? 물으니, 막 웃어요. 맞아..나 동행한 하이킹팀 언니들이 순전히 동정심으로 데리고 다녀..또 막 웃어요.
그 가이드옆에서 지도 관광왔으면서 조용히 나를 돌봐주며, 내가 찍는 사진이며, 하는 행동을 다 따라하던 여인인데..헤어지면서 또 보자 했더니, 온천에서 또 만났다.
아시아인을 처음 본 듯한 유럽인들 사이에서 뻘쭘했는데,
멀리서 이름을 부르며 달려와줌. 우리가 아시아인들이 찍는 포토제닉 포즈를 시켰음. 캐시가 우리가 사진 잘 찍는 걸 알아서 스파 광고 찍듯이 모델 디렉션을 내가 했음.
뒤 돌아서 시크하게 풍경보고, 고개를 두시 방향으로 돌리라고 했음. 캐시가 헷갈려서 두시방향 못하니, 탕안에서 심심했던 유럽애들이 다 외친다. 두시라고! 우리가 찍고 나서, 나머지 유럽애들 그 자리에서 다 따라함. 쟈식들..우리 코리안이야. 니들이 사진 맛을 알아?
그 사진 내가 안 찍어서 내 폰에는 없지만,
아쉬운대로 이 짤로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