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오랜만에 키톡 문 두드립니다.
여유로왔던 해외잉여의 시간이 끝나고
8월에 개강을 해서 본격 학생의 길로 접어들었어요.
매일 그 밥에 그 반찬인 식생활을 하다보니 제대로 된 음식 사진이 별로 없지만,
솔이엄마님의 부르심(?)도 있고 해서
컴퓨터 파일을 탈탈 털어 영혼까지 끌어 모아서 왔어요.
7월에 잠깐 더웠을 때 테라스에서 아침을 먹었어요.
노르웨이에서는 딸기가 여름 제철과일이라
여름에 자주 먹었어요.
딸기 사서 24시간 안에 후딱 먹어야..
안 그럼 빛의 속도로 상하더라구요.
그 옆에 있는 치즈는 노르웨이 전통 방식으로 만들었다는 캬라멜.
치즈에 갈색 설탕을 넣고 끓인 거래요.
치즈가 맞다, 아니다 의견이 분분한..
치즈면 어떻고 아니면 어떤가요.
맛있으면 그만이지 ㅎㅎ
제가 포장마차 어묵을 참 좋아하는데요, 따끈한 국물과 함께...
지하철 타기 전에 하나 먹고
지하철에서 나와 버스 기다리면서 하나 먹고
그 즐거움으로 추운 겨울을 보냈는데,
여기엔 어묵이 있을리가 없...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내 마음에도 바람이 불어
어묵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흰살 생선을 믹서기에 갈고 각종 채소 다져서
찹쌀 가루 넣고 쉐킷쉐킷!
여기까진 좋았는데 튀기는 데 모양이 안 잡혀서 고생 좀 했어요.
다 튀겨서 식탁에 올려놓고 뒷정리를 하는데..
뒷정리 하다가 식탁쪽을 바라보는데!
남편을 보고 깜놀~!
왜냐면..
남편은 식탁예절이 매우 바른 사람이에요.
상 다 차리고 먼저 먹으라 해도
내가 앉아서 같이 먹을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인데다가,
어묵 같은 음식은 불량식품으로 취급하고 거의 안 먹거든요.
그랬던 그가!
의자에 앉지도 않은 채 어묵을 막 집어먹고 있는 거에요.
'동작 그만!'
남편도 놀라 일시 정지 상태 됐어요.
'사진 찍어야 돼.'
그나마 건진 어묵 사진이에요.
어묵탕이 될 시간도 없이 사라져버린..ㅠㅠ
이날 이후 튀긴 음식은 하지 말아야겠다 결심했어요.
아후~~
과정이 넘 복잡하더라구요.
며칠 후 친구가 내가 좋아하는 중국집에 왔다면서
탕수육 사진을 보내왔어요.
순간, '나도 탕수육 먹고 싶다.'
뭐에 홀린 듯 탕수육을 만들었어요.
탕수육은 어묵보다 고난이도..
2번 튀기는 과정 거치고 소스 만들고
완전 탈진 됐어요.
무슨 맛인지 기억도 안남..ㅠㅠ
이제 한국 음식은 밥만 먹으리라.
그러던 어느날.
칼국수가 생각나더라구요.
먹고 싶다..
생각하면 안 되는데,,
정신 차려보니 열심히 밀어펴기 하고 있더라구요 제가.
그래, 이왕 시작한 거 정성을 다해 만들어보자.
간격도 0.5 미리 일정하게 썰어 보자.
했는데
저는 한석봉 같은 자녀를 낳을 운명이 아닌 건 확실해요.
'너는 글을 쓰거라. 어미는 칼국수를 썰 테이니.'
이런 거 하면 절대 안 될 거 같아요.
멸치, 다시마, 새우 우려내서 건진 다음 호박, 감자 썰어 넣고
국간장 2스푼 넣은 육수를 만들고,
칼국수는 끓는 물에 한번 데쳐내서 찬물에 살짝 헹궈서
둘이 합하면
완~성!
맛있었어요.
번거로울 줄 알았는데 탕수육보다는 훨씬 쉬웠어요.
칼국수에 재미 붙여
홍합 칼국수룰 만들었는데
대충 막 썰었더니 칼국수 면발이 라자냐 될 기세.
역시 한식은 정성인가봐요.
앞으로는 막 썰지 않으려구요.
낙지볶음과 오징어볶음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일반 마트에는 안 파니
수산시장에라도 나가봐야 하나..
그러던 찰나!
마트 냉장고 안쪽 구석에 숨겨져 있는
씨푸드 믹스 한 봉지 발견했어요.
올레~~!
쭈꾸미가 제일 많고 한치 조각, 상품성 별로 없는 작은 새우 기타 등등 해산물이 들어 있어요.
그것으로 해산물 볶음을 했어요.
볶으니까 쭈꾸미가 무지 쪼그매지네요.
당근, 버섯보다 작아진 쭈꾸미..
남편이 이거 어디서 났냐 물어봐요.
'마트에서 샀지.'
'양념된 쭈꾸미 산 거야?'
'아.. 진짜 어이없네. 여보세요. 지금 여기 노르웨이임.
고추장 양념된 쭈꾸미가 있을리가 없잖아.
젓가락 놔바.'
라고 마음속으로만 얘기했어요.
이제 사진이 더 없어서..ㅠㅠ
다음달에는 더 풍성한 식탁으로 찾아 올게요.
노르웨이의 보름달 사진으로 마무리 인사 드립니다
82 회원님들,,
보름달처럼 풍성한 나날들 보내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