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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오늘 내가 먹은 마음이 다른 이의 밥이 된다는 사실을

| 조회수 : 9,099 | 추천수 : 120
작성일 : 2010-09-01 12:50:51
깻잎과 풋고추, 붉은 고추 볶음
당근, 감자, 가지, 밤 등 눈에 띄는 대로 넣고 볶은 볶음밥
비오는 휴일 간식으로 제격인 깻잎 부침








보기만 해도 입맛이 돌고 오순도순 함께 먹는 식구가 있다면 행복하기까지 할 음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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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 ‘천원의 행복’이라는 홍보 책자를 본 적 있다.
하루 천 원씩 모아 어려운 이웃과 나눔을 실천하자는 한 종교단체의 캠페인이었는데
‘한 달에 한번 얼마를 기부하는 것도 훌륭한 일이지만
매일 천원의 행복을 실천하는 건 나눔에 대한 마음가짐이 다르다’는 말에 꽂혀
‘그래! 그럼 나도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마음가짐이라 했으니 출근하는 날 만이라도 잊지 말고 해보자는 생각으로 책상서랍에
작은 통 하나 마련하고 천 원씩 넣었다. 천 원짜리가 없는 날은 동전을 넣기도 하고
아침 출근하자마자 넣기도 하고 이런저런 일에 치여 잊고 있다가 오후 늦게 서랍 열어보다 생각나 넣기도 했다.

그런데 사람 마음 참 간사하다. 천원일 땐 ‘아깝다’거나 하는 마음 없이 흔쾌히 넣었다.
그런데 하루 이틀 지폐가 쌓이니 살짝 마음이 흔들린다. 뻔한 액수를 괜히 세어보고 싶기도 하고
‘이렇게 몇 달 모으면 쏠쏠하겠는데’ 하는 생각도 들고.

견물생심이라고 처음 마음과 달라질까봐 더럭 겁이나
가까운 동사무소(요즘은 주민센터라 하던가)에 며칠 전 다녀왔다.
“독거노인이나 도움이 필요한 분 추천해주시면 매달 작지만 얼마씩이라도 입금하고 싶다”하니
“대상자 찾아보고 연락해준다”하더라. 어제 연락 왔다.
29년생 노인부부 가구라는 설명과 함께 ‘도움 줘서 고맙다’ 한다.

‘29년생 노인부부 가구’라는 말에 ‘29년생이면 80이 넘으셨는데……. 사연이 있으시겠지’하며
동사무소 직원에게 더 묻지 않았다.



하루에 천원 때문에 궁핍하거나 불편하지 않다면 그 돈은 애초에 내 것이 아니었던 거다.
통장에서 하루 만원이 빠져나가도 불행하지 않다면 그 또한 마찬가지다.
그래도 사람들이 놓지 못하고 움켜쥐는 건 꼭 욕심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욕심을 놓아버린 후의 두려움 더 크기 때문은 아닐까.

“늦게 돌려드려 죄송합니다. 욕심 때문에 두려움 때문에 늦었습니다.”
“아직은 두려움이 더 커 이것밖에 돌려드리지 못합니다.”
“9월에는 두려움을 조금 더 이겨보려 노력하겠습니다.”

오늘 내가 먹은 마음이 다른 이의 밥이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얼마나 행하고 사는가.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니양
    '10.9.1 1:33 PM

    와 깻잎을 저렇게도 부칠수 있군요. 맛있겠어요. 한번 해봐야겠네요~

  • 2. 오후에
    '10.9.1 1:42 PM

    니양님//예 바삭하게 잘 부치면 살짝 튀김 맛이 나죠.

  • 3. 디자이노이드
    '10.9.1 2:07 PM

    형이하학...저는...
    마음 먹고 밥 잘 차려주기....내용을 예상 했었어요...ㅋ

  • 4. 어중간한와이푸
    '10.9.1 2:14 PM

    니양님에 200% 공감!!!
    깻잎전 그트머리 손으로 집어 들고 고개 사알짝 들어서 맛보고 싶네요.^^

    쉬운듯 하면서도 참으로 어려운 일인데...존경스럽습니다.

  • 5. helen
    '10.9.1 3:35 PM

    맞아요.
    우리에게 작은 액수일지라도 매일 모아서 필요한곳에 쓰여질수
    있으면 좋죠.
    좋은일 하시네요.
    축복받으시겠어요.^^

  • 6. 새옹지마
    '10.9.1 3:57 PM

    축하합니다 용기를 내신 마음에
    봉사란 시작 할 때는 누군가를 위한 듯 하지만 인생 공부를 다시 시작하는 단계인듯
    시작은 천원이지만 약자의 생활을 알게 되면 님의 능력이 그들에게 수천만원의 도움으로
    다가가 갑니다
    약자의 곁에 당신 있다는 것만으로
    그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고 인격적으로 대합니다
    가나한 집 아이들이나, 여성, 노인들 오히려 학교에서 공무원들에게 마땅히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무작정 싫었던 정치에 행정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그들이 얼마나 인격적으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을 보았을 때였습니다
    여름이면 깻잎을 반으로 접어 전으로 먹었습니다

  • 7. 프리
    '10.9.1 4:15 PM

    좋은 말씀....잘 새겨 놓겠습니다...

    그리고 깻잎나물..어쩜 저리도 맛깔나게 볶아 놓으셨을까요?... 군침 돌아요^^

  • 8. 수산나
    '10.9.1 4:53 PM

    실천하시는 님 마음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전 하루 세번 한끼 100원 나눔 운동 해야지 하면서
    실천 못하고 있는데 많이 부끄럽네요
    깻잎 부각이 아닌 부침 새롭네요

  • 9. 푸드천사
    '10.9.1 11:06 PM

    실천하는 마음에 저도 동승하면서.....난 먼저 우리 시어머님한테 드리는 실천을 해보렵니다.

  • 10. 오뎅탕
    '10.9.2 12:59 AM

    오후에님, 님의 따뜻한 마음을 읽으니 그냥 지나갈 수가 없네요. 전 결혼전 자봉을 조금했었어요. 결혼하고 미국와서 살게 되면서 못하고 있는데 남편과 저 한국에 돌아가면 다시 봉사활동을 하고 싶네요. 하루에 천원....작게보이지만 큰돈이고 모여서 노부부에게 반찬거리를 살수 있게 할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감사하네요.

  • 11. 시네라리아
    '10.9.2 10:22 AM

    깻잎전 참 오랜만에 봅니다.
    이전에 엄마가 저리해주었는데...
    저도 간만에 따라쟁이해볼랍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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