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감자, 가지, 밤 등 눈에 띄는 대로 넣고 볶은 볶음밥
비오는 휴일 간식으로 제격인 깻잎 부침






보기만 해도 입맛이 돌고 오순도순 함께 먹는 식구가 있다면 행복하기까지 할 음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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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 ‘천원의 행복’이라는 홍보 책자를 본 적 있다.
하루 천 원씩 모아 어려운 이웃과 나눔을 실천하자는 한 종교단체의 캠페인이었는데
‘한 달에 한번 얼마를 기부하는 것도 훌륭한 일이지만
매일 천원의 행복을 실천하는 건 나눔에 대한 마음가짐이 다르다’는 말에 꽂혀
‘그래! 그럼 나도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마음가짐이라 했으니 출근하는 날 만이라도 잊지 말고 해보자는 생각으로 책상서랍에
작은 통 하나 마련하고 천 원씩 넣었다. 천 원짜리가 없는 날은 동전을 넣기도 하고
아침 출근하자마자 넣기도 하고 이런저런 일에 치여 잊고 있다가 오후 늦게 서랍 열어보다 생각나 넣기도 했다.
그런데 사람 마음 참 간사하다. 천원일 땐 ‘아깝다’거나 하는 마음 없이 흔쾌히 넣었다.
그런데 하루 이틀 지폐가 쌓이니 살짝 마음이 흔들린다. 뻔한 액수를 괜히 세어보고 싶기도 하고
‘이렇게 몇 달 모으면 쏠쏠하겠는데’ 하는 생각도 들고.
견물생심이라고 처음 마음과 달라질까봐 더럭 겁이나
가까운 동사무소(요즘은 주민센터라 하던가)에 며칠 전 다녀왔다.
“독거노인이나 도움이 필요한 분 추천해주시면 매달 작지만 얼마씩이라도 입금하고 싶다”하니
“대상자 찾아보고 연락해준다”하더라. 어제 연락 왔다.
29년생 노인부부 가구라는 설명과 함께 ‘도움 줘서 고맙다’ 한다.
‘29년생 노인부부 가구’라는 말에 ‘29년생이면 80이 넘으셨는데……. 사연이 있으시겠지’하며
동사무소 직원에게 더 묻지 않았다.

하루에 천원 때문에 궁핍하거나 불편하지 않다면 그 돈은 애초에 내 것이 아니었던 거다.
통장에서 하루 만원이 빠져나가도 불행하지 않다면 그 또한 마찬가지다.
그래도 사람들이 놓지 못하고 움켜쥐는 건 꼭 욕심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욕심을 놓아버린 후의 두려움 더 크기 때문은 아닐까.
“늦게 돌려드려 죄송합니다. 욕심 때문에 두려움 때문에 늦었습니다.”
“아직은 두려움이 더 커 이것밖에 돌려드리지 못합니다.”
“9월에는 두려움을 조금 더 이겨보려 노력하겠습니다.”
오늘 내가 먹은 마음이 다른 이의 밥이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얼마나 행하고 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