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키톡 물 흐리기 2

| 조회수 : 9,173 | 추천수 : 1
작성일 : 2010-08-27 13:43:06


키톡 물 흐리기 전문-_-;; 하늘,바람,구름입니다.

어떻게 흐리고 있나..는
http://www.82cook.com/zb41/zboard.php?id=kit&page=2&sn1=&divpage=8&sn=off&ss=...
를 보시면 됩니다.

날고 기는 자취처자와 도령들이 만발한 키톡에서도
82력 몇 년 차인지 기억도 안나는 저는
무림 고수와 맞먹는 내공으로 그냥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쿨하게 주문을 외웁니다.
"나와는 다른 인종인거다..."


콩나물이 이렇게 자랐습니다.




숙주도 이렇게 자랐고요.




당면을 사왔습니다.
전 이제까지 이 당면이 1인분인줄 알았습니다.
처음으로 자세히 포장을 봤더니 이런..4인분입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버럭!!!
매끈한 국수 1인분 묶음과 비교해서 통통하고 매끈하지 않은 당면 묶음의 밀도를 생각해보면
이거슨!!! 1인분이어야 마땅합니다!!!
먹기도 전에 괜히 심정만 상해버렸습니다. -_-+




제가 만들어 놓고도 뭔지 모릅니다.
매운 잡채 쯤..그 어딘가..에 자의식이 형성된 그 무엇입니다.
당면, 양파 반 개, 당근 반 개, 오뎅 한 장, 위에 등장한 숙주가 들어갔습니다.
물론 4인분 당면을 1인분이라 되뇌이며 다 먹었습죠.




언젠가
쫄면도 해 먹었습니다.
넣을만한 것이 없어서 사과를 썰어 넣었더니 맛있었습니다. ㅡㅠㅡ




이름 외우기 너무 어려운 아포카토도 해 먹었습니다.
견과류가 집에 없으니
견과류 좀 들어간 호두마루 사다가 에스프레소 한 잔 뽑아 뿌려 먹었지요.




식신 발동한 날 해 먹은 수박쥬스입니다.
그냥 수박 갈아서 체에 걸렀어요.
꿀, 우유, 집에서 만든 요구르트, 탄산수를 넣어봤는데
꿀과 요구르트 들어간 것이 제 입맛에는 제일 맛있었습니다.




삼복 더위에 만두도 해 먹었습니다. -_-;;
만두피 반죽만 한 다라이(!) 하시던 엄마께 단련된 덕분에
만두피 사고, 두부 한 모 정도인 만두 만들기는 좀 어리둥절하기까지 할 정도로 간단하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오래 걸리고 힘들기는 하지만요)
국물 요리를 잘 못하는지라 100% 군만두로 소비하는데, 만두피가 모자라는 겁니다.
할 수 없이 집에 있던 월남쌈피로  춘권 싸듯이 나머지 만두속을 쌌는데 사진에는 없지만 이게 더 낫네요.
이제부터는 만두피 안사고 보관도 편한 월남쌈피로 해결하겠다고 굳게 결심했습니다.









음식을 하면
내 모습에 엄마의 모습이 겹쳐집니다.
좋은 모습이든, 싫은 모습이든...

난..엄마 딸 맞구나. 싶습니다.



엄마는
해 먹기 힘든데 사 먹어라~하시면서
도토리 묵도 쑤어 먹어라~하십니다. -_-;;

그런 엄마의 딸인 저는
성질 버럭버럭 내면서도
가끔은 도토리 묵을 만들어 먹습니다. -_-;;



어쩌다가 제 손에서 제대로 된 음식이 나왔다 싶으면
문득 울컥합니다.

멀리 사는 딸래미
게릴라전 치르듯 집에 다녀오는 딸래미
엄마께 이런 거.. 해드릴 기회가 없습니다.

나는 내 밥 챙겨 먹기도 버거운데
평생 제 밥 챙겨주신 엄마께
따뜻한 밥 한 끼 해드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혹은
세상이 무서운 것을 알아갈수록
엄마가..부모님이 짠해집니다.

지금의 내 나이에
엄마는 이미 여러 아이들이 있는 학부형이었는데...
그 시절의 난, 그 후로도 한참 동안
엄마 아빠에게 득도한 인간의 잣대를 대고 있었습니다.
부모니까...라는 단순한 이유로요.

내가 지금 힘든만큼
내가 지금 외로운만큼
내가 지금 무서운만큼

아니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는 엄마 아빠는
그 보다 훨씬 더
힘들고
외롭고
무서웠을텐데요.






물론
이런 마음과는 별개로
전 또 엄마에게 버럭버럭 할 겁니다.
철 없는 막내딸이니까요. -.-;;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수박나무
    '10.8.27 1:52 PM

    맞아요, 철없는 막내딸이니까요.

    아들을 둘이나 낳아, 나 또한 엄마가 되었음에도 그 버럭~ 은 고쳐지지 않아요.

  • 2. 마리s
    '10.8.27 1:55 PM

    만두를 저렇게 잘 만드시면서 뭔 물을 흐렸다고 자꾸 그러심 ㅡㅡ;;
    근데, 밑으로 내려와서 글을 읽다가, 괜시리 저도 슬퍼지네요..
    담에 가실땐, 꼭 부모님께 이 솜씨들 한번 보여드리시면 너무 기뻐하실것 같아요..

  • 3. 최살쾡
    '10.8.27 1:56 PM

    엄마는
    해 먹기 힘든데 사 먹어라~하시면서
    도토리 묵도 쑤어 먹어라~하십니다. -_-;;

    엄마들 마음이 다 비슷하신가 봐요 ㅋㅋㅋ
    저희 어머니도 회사 다니느라 힘든데 편하게 살어-
    이러면서 인스턴트 먹는꼴은 또 죽어도 못보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4. 최살쾡
    '10.8.27 1:57 PM

    아 그리고 저렇게 빚은 만두도 군만두로 먹어도 맛있으려나요?

    저희는 할아버지가 이북분이시라 명절이면 만두 빚는데
    손바닥만한거;;;;;
    라면 넣을때 하나씩 넣어먹어요!

  • 5. 하늘,바람,구름
    '10.8.27 2:13 PM

    수박나무님 : 그렇죠?? 전 심지어 그게 제 역할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저마저 철없이 버럭버럭 안하면 얼마나 심심하시겠어요.ㅎㅎㅎ

    마리s님 : 안그래도 밑에 글 올리신 것 읽으면서 어딘지 배달되면 참 좋겠다~라고 확실히 속았어요. 분식집 개업하세요~^^ 실은, 음식 해드리면 엄마가 어떤 잔소리를 하실지 이미 스테레오 음성지원이 다 되고 있어서 몸 사리는 부분도 있어요.-.-;;

    최살쾡님 : 어떤 만두이든 구워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당......전 자취생이니까요. ㅜㅜ

  • 6. `ㅁ´·、
    '10.8.27 2:41 PM

    채썬 당근과 사과를 보니..열등감이 쓰나미처럼 밀려옵니다 ㅋㅋㅋ
    손끝이 야무져 보여요 철없는 장녀도 뜨끔하고 갑니다

  • 7. 토마토
    '10.8.27 4:15 PM

    만두 보면 엄마같아요. 자취생이 아니라....

  • 8. 빈틈씨
    '10.8.27 5:59 PM

    이 찐득한 날씨에 탕수육 해주겠노라 큰소리 뻥뻥 쳐놔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사온 돼지고기에 밑간양념 해놓고 튀기는 건 조금 더 참았다 하려고 컴 앞에 잠깐 앉았다가
    글 보고 울컥.
    안녕하세요 유라렌탈동문님? ㅎㅎㅎㅎㅎㅎ

    그래도 성질 버럭하는 막내딸은 귀엽기나 하죠.
    전 부모님보다 더 버럭질 잘하는 장녀라니까요..... -_-;;

  • 9. 하늘,바람,구름
    '10.8.27 6:55 PM

    `ㅁ´·、님 : 닉넴을 복사해서 붙였어요. ^^;;;; 저거 채 썬다고 다리가 아팠더랬습니다. 씽크대에 붙어서서 오래~오래 신중하게 칼질하느라고요. ㅎㅎ

    토마토님 : 자취생이기는 한데, 학부형 될 나이도 지났어요. -.-;;

    빈틈님 : 우와~ 반가와요. 유라 너무 좋죠?? 뭐, 이 나이에 부모님밖에는 귀여워해 주실 분들이 없으니 막내딸은 늙어도 귀여운거라고 우겨봅니다~ 탕수육 맛있겠어요. 츄릅~

  • 10. 열무김치
    '10.8.27 11:45 PM

    1인분 가장한 4인분어치 매운 당면에 침 질질 납니다.
    쫄면도요~
    P.S 엄니표 도토리 묵가루로 묵 쑤어서 키톡에 올려 보기까지 한 버럭 버럭쟁이 딸,
    것도 큰딸입니다.

  • 11. 가지않은길
    '10.8.28 10:28 AM

    속깊은 막내딸이시네요. ㅎㅎ
    근데 만두도 저렇게 이쁘게 빚으면서 물흐린다시기는~
    전 만두 한번도 만들어본적이 없는데, 이거 보니까 저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딸래미한테 직접 만들어주고 싶은데 두부 한모정도로 만들어지는 만두 레시피는 어찌되나요?
    만두가 사진에 나오는 저 정도 나오는건가요?
    저 이쁜 만두 떡만두국에 넣어서 먹으면 맛있겠네요~~ ^^

  • 12. 유연
    '10.8.29 5:19 PM

    헉...저 만두.

    만들고.빚고..재료준비하느라 오래 시간들고.노동들지만.
    순식간 먹어치우는데 단 몇분.....물흐리긴요.

    사진찍어 올리기만 해도..누구나 어느게시물이든 다 대단하다고 봅니다

  • 13. 하늘,바람,구름
    '10.8.30 10:25 AM

    열무김치님 : 4인분 먹고 다음 날까지 배가 불렀다는 소문이 있습니다.ㅎㅎㅎ
    전 막내라 잘 모르지만, 장남 장녀는 참 어려움이 많았겠다...싶어요. 평생 초보(!) 부모를 상대해야 하니까요. 여러 형제를 거치며 숙련된 부모님들을 상대하게 되는 것이 막내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지않은길님 : 제 속이 말이지요, 평평하지 않아서 한 발 겨우 빠질 정도의 웅덩이만 가~아끔 있습니다. 나머지야 뭐...찰박찰박한 깊이지요. -.-;;
    만두레시피는 별거 없어요. 그냥 있는 재료 다져넣는 것 뿐..
    김치 한 포기 or 김치 꼬다리(?) or 김치 속...전 김치 아까와서(자취생에게 김치는 금치!) 주로 김치 꼬다리와 김치 속으로만 만두를 만들어요. 잘게 다져서 물기 쫙 빼고요.
    두부 한 모도 물기를 쫙 빼고, 당면 삶아서 잘게 다지고, 돼지고기 반의 반 근은 미리 후추 생강주 넣어 재워놨다가 재료 몽땅 넣고 치대고, 만두피로 싸면 됩니다. 숙주도 넣으면 맛있는데, 양이 너무 많아지는 것 같아서 매번 생략하게 되네요. 이 정도 분량이면 만두피 하나 다 쓰고도 좀 많이 남아요. 월남쌈피로 춘권싸듯이 싼 만두도 10개 정도 나왔어요.^^

    유연님 : 맞아요. 먹고 나면 조금 허탈하지요.ㅎㅎㅎㅎㅎ
    전 모든 음식이 다 해먹고 나면 허탈해요. 음식하는데 2시간, 먹는데 20분, 설거지가 30분 이랍니다. 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32696 오늘 내가 먹은 마음이 다른 이의 밥이 된다는 사실을 11 오후에 2010.09.01 9,099 120
32695 간만의 야외 도시락 7 어중간한와이푸 2010.09.01 13,743 123
32694 자취식단공개, 도시락 반찬, 간식거리 27 벚꽃동산 2010.09.01 17,763 158
32693 화요일의 아침상입니다...^^ 35 보라돌이맘 2010.08.31 18,961 171
32692 + 귀여운 엘비스 : 꿀벌이와 여름나기 + 56 귀여운엘비스 2010.08.31 18,380 142
32691 10분이면 땡 간단 팥칼국수.......(사진없음) 14 윤주 2010.08.31 6,491 144
32690 동네 일식집에서 한잔~ 그외 골뱅이무침, 냉채족발, 새우볶음밥등.. 42 마리s 2010.08.31 14,664 111
32689 문자놀이... 몇가지 음식 4 오후에 2010.08.31 6,058 121
32688 고기가 고파서 고기라는 고기는 다모아 신문지깔아놓고 구워먹음.... 15 부관훼리 2010.08.31 13,425 136
32687 8월 마지막 날에..새로운 희망을 꿈꾸며~ 김치볶음밥, 잔반통활.. 21 프리 2010.08.31 11,852 105
32686 탁구의 마음으로 짬뽕성공기 14 새옹지마 2010.08.31 7,816 130
32685 월요일의 우리집 아침상입니다. 32 보라돌이맘 2010.08.30 19,675 157
32684 행복 갈비탕!! 13 카루소 2010.08.30 10,041 169
32683 김밥말기 외 먹고 사는 소소한 이야기들. 16 꿀아가 2010.08.30 12,799 116
32682 제빵왕 김탁구 보리밥빵~*^^* 11 파랑하늘 2010.08.30 8,859 100
32681 인사드려요^^ 5 라온제나 2010.08.30 4,619 110
32680 라자냐.....다시 한 번... 11 토마토 2010.08.30 7,287 115
32679 요즘같은 때 초초초호화럭셔리 반찬들 퍼레이드~~~ 14 꿀짱구 2010.08.30 16,622 139
32678 뭐든 색깔이 너무 진하면 의심 스러워요 ㅋㅋ 6 벚꽃 2010.08.30 7,676 155
32677 꽈리고추오징어채볶음 3 에스더 2010.08.30 7,691 149
32676 초보요리ㅎㅎ 6 심쓴 2010.08.30 4,540 119
32675 청국장이 생각나서.. 2 유쾌하게 2010.08.29 5,432 165
32674 손님초대중독에서 빠져나오기. ^^;;;; 30 LittleStar 2010.08.29 30,453 156
32673 부엌에서 이 한 몸 불사르기 프로젝트-프리님께 헌정합니다... 14 소년공원 2010.08.28 17,446 1
32672 주말 힘준 밥상- 냉면 만들기, 감자전, 장어-소고기-돼지고기-.. 14 프리 2010.08.28 14,353 106
32671 자취인의 소박한 밥상 6 지향 2010.08.27 8,574 109
32670 여름에 정말 좋은 시원한 콩국수 한그릇~♡ 5 에버너스 2010.08.27 6,836 142
32669 키톡 물 흐리기 2 13 하늘,바람,구름 2010.08.27 9,173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