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안기다렸다고 하시면 슬프... 크헉...)
오늘은 개강 직전의 금요일이고, 내일과 모레까지 대학생들의 기숙사 입주를 하는 날이라, 학생 아닌 사람들은 되도록이면 학교에 오지를 말라네요.
그래서 꽁으로 생긴 오늘 하루, 무엇을 할까 설레이다가, 그래! 결심했어!! 하고 코난군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시장을 보았어요.
요만큼 사는데 약 75달러 들었는데, 이 중에 오늘 프로젝트와 전혀 상관없는 물품을 빼고, 집에 있던 재료 쓴 것을 더하면, 한 100 달러 정도 썼을까요?
네... 오늘의 프로젝트는 <부엌에서 이 한 몸 불사르기> 입니다.
말 그대로 하루죙~일 부엌에서 뭔가를 지지고 볶고 그러는 거지요. 이렇게 시간이 날 때 저장식품을 많이 만들어 놓으면 나중에 바쁠 때 큰 도움이 되거든요. 맞벌이 아줌마는 이렇게 살아요...
아침 10시 반부터 아이가 돌아오는 5시 반 까지 장장 일곱 시간을 노동한 결과물입니다. 노동하느라 너무 바빠서 과정샷은 몽땅 생략입니다...
너무 별 것 없죠?
아참, 냉장고에 넣어둔 거랑, 사진에서 빼먹은 게 좀 있군요.
생선 갈무리한 거랑 쇠고기 육수... (아~ 고진님이시여~~!)
스프링롤 만들려고 볶아둔 속...
요기까지 해놓고나니, 코난군이 귀가해서 놀아달라고 보채는군요. 밥도 먹여야 하고, 목욕도 시켜야 하고, 코난군 아부지는 요즘 화장실 페인트 공사로 바빠서 코난군이 잠들 때까지 저혼자 독박... 쓰리고에 피박이 아니길 다행이었죠. ^__^
그래도 그 와중에 비스켓 열 두 개 구워놓고...
책 열 두 권 읽어주고, 만화영화 한 편 보고, 우유 두 컵 원샷하면서, 엄마 머리카락을 부여쥐고, 드디어 마침내 코난군이 잠들었어요.
부엌에 다시 내려와서 가까운 샷 촬영...
이건 모... 흑설탕? 아니면 갯벌에서 채취한 모래?
아코, 너무 가깝게 찍었더니만...
다시!
프리님이 가르쳐주신 홈메이드 맛소금이어요. 홍홍~
아직 덜 말라서 키친타올 위에 누워계심.
이거... 정말 자주 할 게 못되더라구요. 장장 두 시간이 넘도록 고았다는...
그래도 내일부턴 맛있는 소금을 쓸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해요.
요건 겉절이 배추김치예요.
사람이 참 간사해서리, 김치 냉장고에서 잘 숙성된 김치를 감지덕지 하며 먹던 것이 엊그제 일이건만, 이젠 방금 버무린 겉절이가 땡기더라구요. 고춧가루 듬뿍 넣고 담았어요.
요건 코난군 아부지가 좋아하는 경상도식 매운 쇠고기국이어요. 얼핏 육계장과 혼동하기 쉬운데, 토란대나 고사리 같은 고급 재료가 안들어가구요, 숙주나물과 무우로 시원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랍니다.
프리님께 배운 감자칼로 썰어서 우엉조림. 여기엔 맛소금 육수 만들고 남은 건더기에 다시 물을 부어서 우려낸 국물을 넣었더니 뭐랄까, 깊은 맛이 나는 것 같아요.
나물 4종 셋트.
무가 모자라서 슬펐다는...
소금 뿌려둔 생선포 두 가지, 하얀 건 대구, 빨간 건 틸라피아 예요.
예전에 한국 방송에서 틸라피아를 도미라고 속여서 판다고 고발한 적이 있었지요? 저는 그 방송 보기 훨씬 전부터 틸라피아를 도미처럼 구워서 먹곤 했었는데, 그게 민물생선이었을 줄이야...
근데, 또 나중에 알아보니, 민물생선이지만 양식은 바다에서 한다네요? 그래서 디스토마 같은 건 걱정안해도 된대요.
삶아서 기름을 제거하고 갈아둔 쇠고기.
요건 냉동실에 넣어두고, 볶음밥도 하고, 카레도 만들고, 쇠고기국도 끓이고, 김밥에도 넣고, 다용도예요. 삶아낸 국물을 냉장고에 식혀서 굳은 기름을 걷어내고, 쇠고기 육수로 써요.
떡 본 김에 제사지내고, 우엉조림 만든 김에 김밥 해먹으려고 단무지와 게맛살을 추려 담아두었어요.
단무지도 직접 만들어 먹으면 좋을텐데, 오늘은 도저히 거기까진 무리겠더라구요.
북어콩나물국은 사진에 찍히기도 전에 다 먹어없앤 건 안자랑.
토마토전도 홀라당 다 먹고나서 사진 안찍은 거 생각남. 이것도 안자랑.
밤 열 두시에 사우나 하면서 글쓰는 건 매우 자랑 ^__^
마지막으로, 이런저런 조리법과 팁을 가르쳐주신 프리님께 감사드리며, 인증샷 입니다.
아련히 보이는 맛소금이 아름답지요?
좋은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