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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매운탕과 사는이야기 한 소절

| 조회수 : 5,559 | 추천수 : 30
작성일 : 2009-03-31 13:52:39

며칠 전..

울 집옆 전봇대에서 까치가 막 울어 댑니다.
수돗가에서 걸레를 빨고 있다가 까치 소리에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반가운 손님이 오실려나~~>

그날저녁..
멀리 서울사시는 시이모부님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질부인가? 어른들 안녕하시고 모두 잘 계시지>
<네..이모부님 그간 별고 없었는지요>
소소한 인사를 끝내고 나니 이모부님이 그러신다.

처형한테 우리 낼 모레 내려 간다고 ..
우리란..어머님의 자매분들 내외시다.
서울이모부와 구미이모부내외..그리고 시골작은 이모부내외.
서울이모부님은 막내이모부님이신데 이모님께서 먼저 좋은 곳으로 가시는 바람에
지금은 혼자 살고 계신다.

막내이모님 계실때만하여도 형제들끼리 친목계를 들어 해마다 이집 저집으로 놀려
다니셨는데 막내 여동생을 먼저 보낸 언니들은 더 이상의 이런 일이 의미 없다시며
친목계를 해체하여 그동안 뜸하게 지내셨다.

서울살이가 참 버겁게 느껴지시면 그냥 툴툴 털고 이곳으로 내려 오시던 서울 이모부님은
참 서운하게 생각하셨지만 처형들의 마음을 알기에 달리 무슨 말씀이 필요했겠는가?

그 이모부님께서 처형들을 들쑤셔 모임을 주선하였나 보다.

<낼 모레 내려가니 뭐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자네들 먹는것으로 주게나>
<네..이모부님 운전 조심하여 내려 오세요>

시어머님의 자매들 내외분이시니 연세가 만만찮다.
모두 70을 훨씬 넘기신 어르신들이시다.

살아오신 세월보다 짧게 느껴지는 사실 날들..
보고싶음에 모이자고 하신 이모부님의 마음도 조금 알 것 같고..
혼자 해 드시는 맛없는 밥 보단 이렇게 형제들 모여 떠들고 드시는
시골의 먹을거리도 생각이 나셨을테고..

그러한 어른들이시니 뭘 대접하여야 하나하는  무거운 임무 하나가
맡겨진 느낌이다.

그렇게 시골의 바쁜 와중에 이모부님들은 내려 오셨다.

그런데 올해는 우리집으로 모이시지않고 여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 사시는 작은 이모님댁으로
모이셨다고 어머님 아버님을 모시고 우리도 그쪽으로 오라는 연락이 왔다.

작은 이모님께서도 연세가 있으시니 그래도 내가 할 일이 더 많겠지만 우리집에서 모이지않으신다니
옹졸한 마음에 내심 걱정 하나가 덜어지는 순간이기도 하였다.

시골 사시는 작은 이모부님께서는 우리의 바쁜 일정을 알고 계시니 서울이모부가 우리집으로 모이자고
하였을때 그러셨단다.
<큰 처형네는 이질부가 지금 한창 바쁠때이고 365일 어른 모시고 사는 이질부 꼭 우리까지 보태어야하냐시며 작은 이모님네로 모이시자고 했다고..>

살면서 내가 참 시집살이가 힘들구나하고 느낄 때..
시집 식구 어느 한 사람이라도 내 속마음을 알아줄 때
그때가 이때가 아닌가 싶으면서 눈물이 난다.

그저 며느리이니 넌 당연히 우리에게 이렇게 하여야고가 아닌
그 며느리를 조금이라도 생각하여 주는 이런 마음이 고마워서
또 하루를 버티며 사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이모님댁에 어른들을 모셔 두고는 건너 강가에 배 한 척으로 매운탕집을 운영하는
아저씨 댁으로 가 매운탕거리를  사가지고 왔다.

잉어와 붕어외 다른 고기 몇 마리를 덤으로 주셨다.


고기를 푹 삶아 뼈를 발라내고 삶아 낸 물에 시래기와 토란 고사리를 된장과 양념장으로
조물 조물 무쳐서 넣고 푹 끓이다가 발라낸 고기살을 넣고 파 청량고추를 넣어 한 번 더 끓이다가
소금과 국간장으로 간 맞추어 미나리를 넣어 살짝만 끓여 불을 끈다.





그렇게 얼큰한 민물매운탕 한 솥을 끓여 작은 이모님네로 향하였다.


그날저녁..
서울 이모부님은 그러셨다.
팔당호 주변 매운탕보다 백배는 맛있다라고..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가다45
    '09.3.31 3:59 PM

    쩝~~ 먹고싶포라 ㅎㅎ

  • 2. 윤주
    '09.3.31 5:08 PM

    시골아낙님....마음이 정말 곱고 이쁘시네요.

  • 3. Hepburn
    '09.3.31 5:50 PM

    마치 수필 한편을 읽고 있는것 같아요.
    마음이 너무 예쁘시네요, 뭔가 울~컥 하네요..
    힘드셨겠지만 너무 맛나보이네요...

  • 4. 프리치로
    '09.3.31 9:22 PM

    옆에서 소근소근 말하고 있는것 같은 글이네요..
    저렇게 끓인 매운탕은 저..정말 처음봐요.
    정말 맛있어 보이네요...^^*

  • 5. 가나댁
    '09.3.31 9:28 PM

    앗!!!이러면 안되는데...소주생각이...ㅎㅎㅎ
    너무 맛있게 보여서... ㅠ.ㅠ

  • 6. miro
    '09.3.31 11:51 PM

    어른들 참 좋아하셨겠어요.
    평소에 잉어, 붕어 별로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저도 한그릇 받아먹고 싶어지네요. ^ ^

  • 7. 오후
    '09.4.1 12:17 AM

    맛있겠다.
    레시피도 우리집이랑 똑같네?

  • 8. 준&민
    '09.4.1 6:27 AM

    정말 그래요..
    잘 해드리고 싶은 마음과
    솔직히 좀 피했으면 하는 마음이
    나도 몰래 맘속에서 싸우고 있어요
    퍼뜩 정신차려보면 그렇드라구요^^
    애쓰시네요.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다고
    받아들일수 있는 크기의 그릇을 갖고 있는 이에게
    기대시죠. 어른들은....
    수고하셨어요...

  • 9. elgatoazul
    '09.4.1 1:29 PM

    시골아낙님 글 너무 좋아요.
    매운탕도 맛있어 보이지만 글이 참 맛있네요. 마음에 착착 와 감기는 것이.

  • 10. 프리댄서
    '09.4.1 4:52 PM

    저도 아낙님 글 좋아해요.
    하지만 저는 못됐기 때문에 솔직하게 말할래요.
    서울 이모부님, 너무 하세요.^^
    저 매운탕이 안 맛있으면 세상 어떤 음식이 맛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 진짜 하루는 아낙님댁에서, 하루는 경빈마마님 댁에서, 또 하루는 보라돌이맘님 댁에서
    그렇게 돌아가면서 밥 먹었으면 좋겠어요. 정말 맛있겠다...

  • 11. 올망졸망
    '09.4.2 9:10 AM

    저도 시골아낙님 글이 너무 좋아요.
    은근히 중독성 있지요. ^^
    매운탕....세상의 매운탕중에서 가장 맛있어 뵙니다.
    괜히 제 맘도 훈훈해집니다.

  • 12. yummy
    '09.4.2 11:55 AM

    프리댄서님이랑 손잡고 저도 예약 콜이요.

  • 13. 시골아낙
    '09.4.2 3:38 PM

    아가다45님 ..
    드시고 싶으시면 봄 날에 시골아낙네 주위로 봄나들이 오세요.
    여기는 좋은 온천도 있구요.
    매운탕아저씨댁에 돈 20,000원만 들고가면 싱싱한 매운탕거리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윤주님..
    안녕하세요.
    윤주님 닉만 보아도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다음에는 그런 실수하지 않고 보내드리지요.
    아낙마음..어른들과함께하는 삶속에 아마
    70%정도 어른들께 하는것 같습니다.
    아마 마음속 깊이 어른들을 받아들이고
    행하여야하는 삶이 아니고 어떨땐 정말
    제 자신이 싫을만큼의 자리가 이자리가 아닌가 싶어서요.

    hepburn님..프리치로님..
    정말 민물매운탕은 깊은 맛이 납니다.
    저도 처음에는 먹지를 못하였는데
    이젠 매운탕도 잘 끓이고 맛나게 끓일줄 아는 아낙이되었습니다.

    가나댁님..
    정말 소주 한 잔하고 얼큰한 매운탕..
    말 그대로..쥑~~입니다.

    miro님
    언제나 어머님 형제분들 모이시면 주메뉴가
    바로 이 매운탕입니다.
    어르신들이 어릴때 드시던 생각이 나시나봅니다.
    이 한 솥이면 한 이틀 이것만 드시니까요.

    오후님도 매운탕 잘 끓이시겠지요.
    저보다 연배가 더 높으시니..

    준&민님..
    어른 모시는 이 자리..
    왜 친정엄마가 이 자리에
    딸 다섯을 보내지않으려했는지..
    아낙이 딸 하나 이 자리 보내고 싶지않음이..
    창과 방패와 같은 모순입니다.

    elgatoazul님..
    글이란게..
    제가 항상 아이들에게 그럽니다.
    엄마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글을 좀 체계적으로
    공부하여 쓰고 싶다고..
    그런데 살면서 내가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없는대로
    또 글이 된다는것을 알아가는 시골아낙입니다.

    프리랜서님..올망졸망님..yummy님
    안녕하셨어요?
    저번에 어떤 댓글에 이 아낙을 영광스럽게 혜경궁홍씨에 비유하는
    과찬을 들었습니다.
    그 글을 보면서 당쟁의 희생양으로 남편을 그렇게 죽게 만들었고
    끝내 남편사도세자와 친정아버지홍봉한 사이에서 고뇌하다 친정아버지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지만 자식인 정조를 지키기 위하여 또 한번더의 친정과의 싸움..
    아낙 그 글귀에 다시 한 번 역사를 되새겨 보았습니다.

    아낙의 꿈이 역사선생님이었는데 이젠 바뀌어 어느정도 세월이 가면
    아이들도 우리 곁을 떠나가고 어머님 아버님께서도 좋은 곳으로 가신 그 세월 뒤에
    저희 집을 개방하여 여러 회원님들이 여기 다녀가시게하는것..

    저희집 주위가 들판이다보니 여름이면 정말 환상적인 교황곡이 울려 퍼집니다.
    여름밤에 울려 퍼지는 자연의 교황곡..개구리 울음 소리가 여름밤을 아름답게 수 놓습니다.
    언제 한 번 다녀가시길 바라봅니다.
    그때 이 매운탕을 끓여 대접하여 드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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