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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헛제삿밥

| 조회수 : 10,971 | 추천수 : 82
작성일 : 2009-09-09 00:06:06
꼬~옥 이맘 때 이지 싶다.

이렇게  쌀쌀함이 묻어나고 하늘의 별 조차 휴무에 들어간 이런 캄캄한 밤..

제사를 지낸 뒤 친정어머니의 호롱불 불밝임은 항상 나였다.
장손이라 제사가 참 많았던 친정..


고된시집살이에 한 달에 한 번꼴로 돌아오는 제삿상..
차려 놓은 제삿상에 절 올릴 장손자가 없어 푸념 하시던 할머니의 일그러진 얼굴..

그런 제삿상에 절 올릴 사촌오빠들의 모습에 의기양양하시던 작은엄마.
거기서 느껴지는 친정어머니의 쓸쓸함과 초라함..

그땐 왜 그랬을까?



내가 이렇게 남의 집에 시집오고보니 그 제사 모두를 지금 엄마처럼 차릴려고하였다면
난 지금 여기 이렇게 살고 있었을까? 라는..나 혼자만의 독백과..

제삿상을 물리고 모두 음복을 하면 어머니는 그 새벽에 음식을 따로  또 준비하신다.
(제사는 항상 12시에 차리니 모두 지내고나면 1시정도)

동네 일가 친척에게 골고루 나누어 줄 제사음식이다.

그땐 그랬다.


제사를 모시고나면 꼭 음식을 장만하여 일가친척 이웃사촌에게 그 새벽에 한 다라이 제사음식
머리에 이고는 집집마다 모두 돌리셨다.

제사음식을 가지고 가노라면 친척들은 주무시지도 않았나보다..
마루에 오래된 백열등이 발갛게 어둠을 거두어내고 빛나고 있다.
아마..우리집 제사음식을 기다리고 계셨나보다.
하긴 먹을게 부족하던 시절이니 그 맛난 기름진냄새가 동네를 진동했으니..
잠인들 왔겠는가?

동네 그 날 누구집 제사다라고 하면 하루종일 동네가 기름냄새로 진동을 하였으니
괜하게 그런날은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날들이었다.

어떤 날은 엄마의 그 짐이 무거워 보여 내가 한 번 머리에 이고보면
탕국의 뜨거움이 머리 깊숙이 내려 앉는다.

그땐 왜 그리 밤이 어둡고 깊었는지..
호롱불 든 나를 앞세우고 엄마는 ..<누구네집 가자>라고..

그리고 ..
부엉이는 왜 그리 구슬피 ..부~~엉..하고 한번씩 울었는지..
부엉이 소리에 꼭 귀신이 날 잡아 갈것 같아 엄마 옆에 찰싹 달라붙으면
간 졸인 내 마음만큼의 호롱불의 흔들림과 엄마와 딸의 그림자의 흔들림..
무서움이었다.

일가친척은 왜 그리도 많았는지..
엄마와 그렇게 그 밤을 제사음식 돌리는 것으로 날밤을 샌 기억~

아침에는 일어나지도 못하고 해가 중천에 떠 일어나면 엄마는 그 새 그 모든 뒷치닥거리를
거두어 들이시고 언제 우리집 무슨 일 있었냐라는 그런 날들~~

엄만 힘들었지만 우리들은 기름진 음식을 배 부르게 먹었던 내 유년..


마흔을 훨씬 넘긴 엄마의 그때 나이가 되고보니 괜하게 그런 날들이..
아니..그런 고소한 참기름 냄새나는 갖은 나물들과 전들이 먹고 싶음이다.

아니..아니..그때 그 제삿밥의 비빔밥이 먹고 싶음이다.
갖은 나물에 제사상에 오른 고봉 밥 한 그릇을 부어서 탕국을 넣어 비벼 먹던 제삿밥.


좋은것인지 나쁜것인지..
시집에선 아버님께서 막내가 되다보니 우리는 제사를 모시지 않는다.

한번씩 제삿밥이 너무 먹고 싶었다.
그래서 이렇게 바람 은근하게 불어주고  쌀쌀한 저녁에 옛날을 추억하면서
헛제삿밥이지만 그때가 생각나고 마음 스산하여 난 헛제삿밥을 만들었다.
울 친정엄마의 그때 그 마음과는 정 반대인 마음을 담아서..

3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공명
    '09.9.9 12:22 AM

    님... 님의 마음이 너무 애잔하게 느껴져서 깊은 밤 눈물이 맺힙니다.
    저도 장손인집이 친정으로 두고 잦은 제사와 늦은 밤 음식돌리던 기억....
    시댁은 막내라 제사가 없고 고장도 달라 친정과는 다른 제사음식들...
    가끔 친정의 제사음식이 그리울때가 있었는데... 그 그리움이 친정엄마에 대한 그리움이겠지요
    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옵니다
    이밤 참 따뜻한마음으로 잠을 청할수 있겠습니다
    님의 글 너무나 감사합니다

  • 2. 시골아낙
    '09.9.9 12:29 AM

    공명님..

    한번은 그 제삿밥이 먹고 싶다고 엄마에게 전화 드리니..
    팔순 노모 왈.. 썩을 것 !!

  • 3. 에코
    '09.9.9 12:33 AM

    글을 너무너무 잘 쓰셔요~^^
    십년전쯤.. 안동에 놀러 갔다가 '헛제삿밥'을 먹었어요.
    집간장에 비벼서 먹던 그 맛이 가물가물 한데요,
    지금까지 명절과 할머니 할아버지 제사 지내는 우리집 음식만 보아오다가
    제삿상에 지역마다 올리는 음식이 다르다는걸 그때 알았지요.
    글을 보고 사진을 보고 있자니
    제사 음식을 집집마다 나눠서 드시는 아낙님의 그시절 기름냄새가 이 밤에 전해져 오는 듯
    저도 숟가락 들고 뎀비고 싶습니다.....

  • 4. 스베따
    '09.9.9 12:40 AM

    오랫만이죠? 올여름 어떻게 지내셧어요?

    저도 저 제삿밥이 가끔 그립더라구요.
    완전 우리엄마가 하시는거랑 너무 똑같아요...

    가지나물 배추나물 도라지 고사리 콩나물.........그리고 탕국
    우린 탕국에 돔배기와 쇠고기를 넣고 무우 계절에 따라 박도 썰어 넣구요...

    열두시가 지나서 먹는 저 제삿밥.......
    낮엔 내내 찌짐부친다고 기름냄새 진동하고......

    저 친정에서 제사음식하는거 너무 시러하고 지겨워햇답니다..
    울 엄마 통이 워낙커서 어찌나 음식을 많이하고
    전 부치는데 저랑 작은엄마 작은집새언니 이렇게 셋이서 하루종일 하니깐요..

    친정의 그 제사음식이 너무 싫어서 제사안지내는 집에 결혼해야지했는데 ㅋㅋ

    아버님이 막내셔서 제사를 안모시거든요 ㅎ
    그래서 명절증후군도 없어요 ㅋ
    오히려 결혼전 친정에서 명절증후근에 시달렸답니다 ㅎㅎ

    아공~~이 야심한 시간

    저 저 제삿밥과 시원한 배추찌짐먹고싶어요..........

    경상도 배추찌짐아시죠?? 제사때 빠짐없이 한는거........식으면 더 맛있는...........ㅠ.ㅠ

    시댁은 충청도라 제사음식도 경상도랑 다르더라구요..

  • 5. 장이
    '09.9.9 5:02 AM

    젯상에 올라오는 나물과 탕국.
    어려서는 그 맛을 몰랐어요.
    그 맛을 알 때가 되니 별로 먹을 일이 안 생기네요.
    사실은 일가친척 제사에 참석 못하게 되어버린거죠.
    외국에 있어서, 객지에 멀리 있어서. 뭐 그런 이유죠...
    입맛도 없고 의욕도 없는 요즘 님이 올리신 사진을 보니 저도 헛제사밥이 먹고 싶어요. ㅠ.ㅠ

  • 6. 또하나의풍경
    '09.9.9 6:51 AM

    정말 글을 너무너무 잘쓰세요~~
    한 미모 하시는데다가 글까지 잘쓰시다니 신께서 너무 불공평하신거 아닙니까? ^^

    나물 사진보니 꺄아~~~~~~~~~~고통이네요 ^^

  • 7. 하늘바람
    '09.9.9 8:09 AM

    너무 너무 맛있겠어요~
    저는 우리집이 작은집이라 늘 제사때 마다 큰집에서 얻어와서 먹던 제사밥이 너무 맛있어서
    제삿날만 기다렸지요~
    시집을 와보니 종가집~(몰랐어요)
    제사마다 명절마다 처녀적에는 안하던, 제사음식장만에 허리가 휩니다.
    그리고 아직 시골인심이라 우리 어머님 손이 커셔서, 음식 한가득 장만해놓고
    오는손님 가는 손님 맞이하고 대접하고 갈때는 음식까지 싸주신답니다.
    으휴~설겆이는 얼마나 산더미인지, 어릴떄 맛있던 제사밥도
    이제 싫답니다.

  • 8. 딩동
    '09.9.9 9:11 AM

    헛제사밥은 어떻게 먹는건지 알려주세요.
    밥위에 나물 올리고 섞어 먹으면 되는건가 아니면 밥에 따로 참기름, 소금 등의 간을 해준후 섞어 먹는건가요?

  • 9. 아네스
    '09.9.9 9:49 AM

    아웅 먹고 싶다. 제사가 많은 친정집(경상도)에서 자주 먹었는데. 엄마는 힘드셨지만 가족들끼리 저렇게 밥 먹는 거 좋아라...결혼하니 시댁은 상에 오르는 게 많이 틀려 전과 고기만 잔뜩 하고 나물을 몇 가지 안 하시더라고요. 저야 탱큐죠 ^^

  • 10. 에스라인
    '09.9.9 10:01 AM

    저도 그 맘 할것 같아요..저희 친정도 제사가 엄청 많았어요..음력5월은 무려 3번의 제사가 들어있는달이기도 했지요..그때는 제사때마다 대청소에 힘들었어요..제사상에 올린 비빔밥이 질리기도 하고 제사상에 올린 생선은 어찌나 먹기 싫던지..그때는 그랬는데..
    시집을 오니 시댁은 교인집안 이라 제사랑 거리가 멀어요.
    한 10년 살다보니 옛날에 먹던 집간장 넣고 비벼먹던 비빔밥과 탕국이 그리운거예요.
    친정제사날 친정에 가고 싶은 심정이예요.
    조금 떨어져 살다보니 제사날 가보니 못하니..아쉽고 그렇게 식구들 형제들 모여 음식먹던 그 시설이 그립고 그런네요..

  • 11. 에스라인
    '09.9.9 10:03 AM

    오타가 많네요..ㅎㅎ
    그 맘 알것 같아요.
    그 시절이 ..ㅋㅋ

  • 12. 지니짱
    '09.9.9 11:18 AM

    저희 시댁도 안동이라 헛제사밥이란 말에 로긴을 하게 하네여...
    제가 맏며느리거든여.. 저는 오히려 반갑기보다 무섭네여 제사때마다 어머님이랑 둘이 준비하는데 아침에 새벽별보구 일어나 그담날 새벽이 되야 잠깐 눈붙이고 또 일어나야 하는...
    제사를 항상 밤12시에 하는데 제사 끝나고도 친척어른들 술드시고 헛제사밥드셔야지 일어나시네여 그거 다치우면 새벽2시를 넘겨야 잘수 있다는... 넘 힘들어여...

  • 13. 밤비
    '09.9.9 11:20 AM

    몇일전 아버지 제사였답니다.
    저도 똑 같은마음으로 나물에 전 .엄마가하신.... 먹고 싸왔답니다.
    제발 우리엄마 손맛이 깃든.. 이 나물오래오래 먹을수 있기를... 빕어봅니다.

  • 14. 사랑해요
    '09.9.9 11:32 AM

    어떤 날은 엄마의 그 짐이 무거워 보여 내가 한 번 머리에 이고보면
    탕국의 뜨거움이 머리 깊숙이 내려 앉는다.

    --------달빛이 내려비치는 어둑한밤에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는
    모녀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 15. 아로아
    '09.9.9 12:20 PM

    아낙님 맘에, 글에 콧등이 찡해집니다.
    맘은 그래도 뱃속은 벌써 고소한 냄새를 맡고 허기가 느껴집니다.
    따뜻한 가을 보내세요...

  • 16. 열~무
    '09.9.9 2:15 PM

    저는 오늘 시아버님 제사가 있어 아침에 대충 준비해 놓고
    매장에 나와 있네요

    오늘밤에는 제사 지낸 나물로 밥 맛있게 먹을랍니다.
    그런데 이 살들은 어쩌죠?

  • 17. 깊은바다
    '09.9.9 4:15 PM

    너무 맘에 와 닿는글이에요. 좋은 글 감사해요

  • 18. 들꽃
    '09.9.9 4:36 PM

    헛제삿밥을 참 좋아해요..

    여러가지 나물 넣고 밥 넣고 깨소금 듬뿍 넣은 간장으로 간도 해주고...
    쓱쓱 비벼서 먹으면 두 그릇도 먹을 수 있답니다^^

    어릴적에 외갓집에 제사 있으면 다음 날 아침에 헛제삿밥 먹으러 갔어요..
    갈때마다 울 외삼촌 저 보고 "다리 밑에서 줏어왔다~" 하셔서
    어린 마음에 상처(?)받고 얼마나 많이 울었던지요~
    훌쩍훌쩍 울음이 채 그치지 않았어도 헛제삿밥은 맛있게 잘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 외삼촌 무지 미워서
    맛있는 헛제삿밥 먹다가 슬쩍 눈도 흘기곤 했는데
    세월이 흘러 외삼촌은 이제 계시지않네요...

  • 19. 깍뚜기
    '09.9.9 7:13 PM

    저에게는 꽤 낯선 풍경이지만
    님의 글을 읽고 눈물이 왈칵 나네요...

    님 어머님의 '썩을 것~' 하는 말씀에도 가슴이 시려오구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계절, 혹 헛제삿밥을 먹을 일이 있을 때면
    님 글이 떠오를 것 같아요.

  • 20. 메이
    '09.9.9 7:26 PM

    삼십대 중반..교회다니는 집이라 제대로 제사지내는것 한번도 못보고 산듯한데, 올해부터 갑자기 제사를 모시게 되었네요. 딸만둘인데 시어머니도 하나만 낳지 왜 둘낳았냐 딸이 좋다고 항상 말씀하시더니만..아까 갑자기 오셔서 함께 식사하는데.."혹시 아냐, 네가 제사 잘지내면 조상님이 아들하나 점지해주실지!"라고 하셔서..-_- "어머님..큰애 친구아빠들이..단체할인해서 애안낳는 수술하러 간다는데..보내려했어요. 손자는 삼촌통해서 얻으세요. " 라고 세게 말해버렸네요. ㅎㅎ 아들둘,딸하나 이신 시어머니..항상 딸도움에 딸그늘에서 사시면서 그래도 아들 찾으시네요.

    전 서울에서 태어나 편히살아 아낙님같은 아련한 추억은 없지만 글을 읽으니 아낙님의 추억이 머릿속에 그려지며 마음이 훈훈해오네요.

    아낙님댁 쌀밥먹고 저희시어머니 어디서 이런 맛있는 쌀 구해먹냐고 칭찬해주셔서 기분이 좋았어요. 아낙님댁 헛제삿밥과 탕국의 비법좀 전수받고 싶네요~~. ㅎ_ㅎ

  • 21. 커피중독
    '09.9.9 8:24 PM

    눈물이 나네요. 친정엄마 얼굴이 스치네요......우리엄마도 저렇게 제삿상을 차리셨어요.
    저 어렸을때는 제사한번 지내면 동네어르신들까지 모두 오셨어요. 어르신들 대접해드리고
    음식싸드리고,,,,,엄마는 아마 그날 저녁도 못드셨을것 같아요. 그걸 이제서야 알다니,,,,
    전 아직 철이 덜 들었나봐요. 마흔넘은 이나이에도,,,,

  • 22. 고로케
    '09.9.9 9:12 PM

    우리의 어머니들은 왜 그리 고생을 많이 하셨는지,,,
    손을 보면 늘 안타깝고 슬프더군요,,,

    잘해드려야 하는데,,,오늘도 말뿐,,,실천을 하지 못하니,,,
    더 마음이 아프네요,,

    님 글 읽으니,,,엄마 생각이 간절하네요,,
    몇달째 전화를 안드렸는데,,,내일은 엄마께 전화 한통 해야겠어요,,,감사합니다,,,

  • 23. 노을
    '09.9.9 10:35 PM

    님의 글속에 20년전에 돌아가신 친정엄마의 모습이 보입니다.
    첫아이 가졌을때 엄마의 제사음식 ...나물에 탕국을 넣어 비빈것이 얼마나 먹고 싶어는지
    모릅니다.제사도 많고 명절이 다가오면 일찍부터 엄마는 음식 준비를 하시면서.'이 놈의 명절은
    누가 만들었노'라고 하시면서 긴 한숨을 내쉬곤 하셨는데...전 그 말뜻을 몰랐죠...
    문득 엄마가 너무 보고파 ....눈물이 흐릅니다.

  • 24. 시골아낙
    '09.9.9 11:04 PM

    봄이 오면 아낙이 제일 마음이 편할 때가 부엌창문 열어두고 초록의 물결이 일렁이는
    들녘을 바라보면서 글을 쓸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러면서 꿈을 꿉니다.

    나중에 그림같은 전원주택을 지어 오롯이 나만의 공간.. 나 혼자만의 방을 만들어 네 벽면을
    책으로 가득 채워 언제든지 책을 보면서 서산의 노을과 저 빛나는 대지를 보면서 흙과 같은 그런 글을 쓰면서 내 노후를 맞이하고 싶다는 그런 소박한 꿈을 꿉니다.

    아직은 아이들이 어려 엄마의 손길을 필요로하고 시부모님도 살아계실때까지는 이 아낙의
    손길로 보살펴야하고, 촌장 역시 앞에서 뒤에서 내조하여야하고..
    참 할 일이 많은..그저 있는것이라곤 일 복밖에는 없는 사람입니다.

    요즘같이 바쁜 시골살이에서 글을 쓴다는것이 사치인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몸이 근질거리면 한 번씩 살짝 다녀가는 시골아낙입니다.

    헛제삿밥이라는 글제에 많은 분들이 나보다 친정어머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엿보여 우리들은 어쩔 수 없는 딸들인가보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저 역시 엄마의 힘들을 보고 자라 그런지 ..저렇게 살지 않아야지하면서도
    엄마를 닮아 가나 봅니다.

    일일이 한 분 한 분 답글 드리지못함을 죄송해하며,
    에코님 스베따님 장이님 또하나의 풍경님 하늘바람님 아네스님 에스라인님 지니짱님
    밤비님 사랑해요님 아로아님 열무님 깊은바다님 들꽃님 깍뚜기님 커피중독님 고로케님
    아낙글 읽어주신 모든님들의 건강함을 기원드립니다.

    딩동님..
    헛제삿밥이란 제사가 없는데 그냥 제삿밥처럼 만들어 먹는것입니다.
    지방마다 조금씩 비빔밥도 다르네요.
    저희는 경상도도 남쪽이라 탕국도 해산물이 많이 들어가요.
    갖은 흰조개살과 쇠고기 두부를 넣어 탕국을 끓여 비빔밥에 부어서 비벼 먹었는데..
    결혼하고보니 여긴 경상북도쪽이라 내륙지방이다보니 육고기 위주여서
    탕국을 그냥 떠 먹는 수준이고 맛난 국간장에 참기를과 깨소금을 넣어서 그걸 비빔밥에
    넣어 비벼 먹더군요.

    메이님..
    전 나물무칠때 다른건 일체 안넣고 집간장과 깨소금 참기름..글고 땅콩을 볶아 분쇄기로 갈아 나물 무칠 때 무칩니다.
    저 위 가지나물에도 땅콩가루입니다.

    탕국은 무와 쇠고기를 넣고 참기름 조금 넣어 볶다가 흰살조개살을 잘라 넣고 끓이다가
    다시마도 잘라 넣고 두부 네모나게 잘라 넣어 간은 맛난 멸치맑은 액젓과 소금으로 간합니다.

  • 25. 시골아낙
    '09.9.9 11:12 PM

    노을님..
    참 부모님은 오래오래 사셨으면 하는데..
    채근담에 ..나무는 고요하고자하나 바람이 멈추지 않고..
    부모에게 효도하고자하니 기다려주지 않는다..라고

    그래서 우리들은 인간인가 봅니다.
    항상 후회하면서 살아가니 말입니다.

    엄마..영원한 우리들의 마음의 고향 언덕같은 존재..

  • 26. 알몬드
    '09.9.10 3:46 AM

    단편 문학책을 읽는듯 서정적인 그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

  • 27. DK
    '09.9.10 1:38 PM

    저두....문학책을 읽는 느낌이예요....
    풍부한 감성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는 듯합니다... ^^
    소박한 꿈~~꼭 이루시길 바래요~~~

  • 28. 동현이네 농산물
    '09.9.10 2:16 PM

    아낙님의 글을 읽고 있노라니 저 어릴적 그때 그시절이 생각이 납니다
    친정인 군위와 아낙님이 계시는곳은 가까운곳이지요^^
    외갓집도 의성 점곡 인데 아실런지...ㅎㅎ

    그래서인지 항상 따뜻한정이 느껴지곤 한답니다.
    넘 맛나보여요^^. 넘 먹고싶어져요

    저히집 친정에도 아버지께서 5남매중 장남 큰집이어서 어릴때부터 제사가 많았답니다
    늘 엄마곁에 앉아서
    계란삶은거 이쁘게 모양내고. 건오징어 일일이 손으로 모양내고
    조금 도와드리곤 항상 자투리 남음 얻어 먹는게 기쁨이었어요.

    몇가구 안되는 동네여서 모두 일가친척이고 그러다보니 아침되면 그집에 제사밥
    얻어 먹으러 가곤 했답니다.
    지금도 친정엔 아침되면 이장님이 방송을 합니다.
    "아아~ 어제밤에 누구네집에서 제사를 모셨습니다
    아침 잡수지 마시고 누구네 집으로 오세요"" ㅎㅎ

    저도 결혼하고 시댁이 큰집이어서 제사도 많아 이것저것 음식을 하고 제사상을 차리지만
    어릴적 엄마가 해주시는 그 제삿밥은 잊을수 없어요.
    그래서 지금도 명절에 친정가면 제일먼저 제삿밥 만들어먹는답니다.

    오랜만에 아낙님의 글 덕분에 어린시절 향수에 젖어 입가에 미소를 머금어봅니다.

  • 29. 그래웃자
    '09.9.10 6:20 PM

    우와 정말 글 맛갈나게 쓰시네요.
    친가외가 모두 기독교였던 저는 제사라는 걸 단 한번도 지내본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10여년전 놀러갔던 안동에서 헛제삿밥이 무언지도 모르고 호기심 왕성하게 시켜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 30. 맨날낼부터다요트
    '09.9.11 3:45 AM

    썩을것... 혼자 웃습니다.

  • 31. 청담
    '09.9.11 11:23 PM

    모두 먹고싶은 음식만 잔뜩하네요

  • 32. 스칼렛
    '09.9.12 11:33 AM

    친구가 안동권씨 집안으로 시집을 갔는대
    친구가 서울에서 나고 자라서
    약간 문화적으로 생소했나봐요.
    제사치르고 다같이 밥을 비벼먹는다고
    이상하다고 자꾸 말하던것이 생각나네요...
    아주 오래전 이야기네요..
    그이후로
    아이들을 대리고 안동지역을 여행하다가
    헛제사밥을 하회마을에서 사먹게 되었는대
    어찌나 고등어자반이 맛있던지.
    제사상에 고등어가 오르는것도 알게되었구요.
    고래고기도 인상적이었죠.
    다시 또 안동을 가게 되면 헛제사밥을 먹고 싶네요.
    그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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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41088 파이야! 3 고독은 나의 힘 2024.11.30 1,408 0
41087 맛있게 먹고 살았던 9월과 10월의 코코몽 이야기 21 코코몽 2024.11.22 8,843 2
41086 82에서 추천해주신행복 44 ··· 2024.11.18 14,390 7
41085 50대 수영 배우기 + 반찬 몇가지 40 Alison 2024.11.12 15,923 6
41084 가을 반찬 21 이호례 2024.11.11 10,643 4
41083 올핸 무를 사야 할까봐요 ^^; 11 필로소피아 2024.11.11 8,545 5
41082 이토록 사소한 행복 36 백만순이 2024.11.10 9,206 4
41081 177차 봉사후기 및 공지) 2024년 10월 분식세트= 어 김.. 12 행복나눔미소 2024.11.08 3,654 6
41080 바야흐로 김장철 10 꽃게 2024.11.08 6,039 4
41079 깊어가는 가을 18 메이그린 2024.11.04 10,104 5
41078 드라마와 영화속 음식 따라하기 25 차이윈 2024.11.04 8,907 8
41077 아우 한우 너무 맛있네요.. 9 라일락꽃향기 2024.10.31 7,842 4
41076 똑똑 .... 가을이 다 가기전에 찾아왔어예 30 주니엄마 2024.10.29 10,417 8
41075 10월 먹고사는 이야기 12 모하나 2024.10.29 7,396 2
41074 무장비 베이킹…호두크랜베리빵… 12 은초롱 2024.10.28 6,653 5
41073 오랜만이네요~~ 6 김명진 2024.10.28 6,206 3
41072 혼저 합니다~ 17 필로소피아 2024.10.26 6,249 4
41071 이탈리아 여행에서 먹은 것들(와이너리와 식자재) 24 방구석요정 2024.10.26 5,246 3
41070 오늘은 친정엄마, 그리고 장기요양제도 18 꽃게 2024.10.22 10,228 4
41069 무장비 베이킹…소프트 바게트 구워봤어요 14 은초롱 2024.10.22 5,697 2
41068 만들어 맛있었던 음식들 40 ··· 2024.10.22 8,732 5
41067 캠핑 독립 +브라질 치즈빵 40 Alison 2024.10.21 6,156 7
41066 호박파이랑 사과파이중에 저는 사과파이요 11 602호 2024.10.20 3,521 2
41065 어머니 점심, 그리고 요양원 이야기 33 꽃게 2024.10.20 6,347 6
41064 고기 가득 만두 (테니스 이야기도...) 17 항상감사 2024.10.20 4,244 4
41063 오늘 아침 미니 오븐에 구운 빵 14 은초롱 2024.10.16 7,944 2
41062 여전한 백수 25 고고 2024.10.15 7,620 4
41061 과일에 진심인 사람의 과일밥상 24 18층여자 2024.10.15 8,65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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