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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간장 된장은 익어가고

| 조회수 : 3,108 | 추천수 : 3
작성일 : 2026-07-03 15:54:25

 

무려 20년 만에 키친토크에 글을 쓰네요. 

음식은 장 맛이라고 간장 된장 고추장 직접 담가 먹기도 하고 얻어 먹기도 하고 사먹기도 했습니다. 

우연히 알고리즘에 뜬 일본  북해도에 거주하는 아유미 우메키(정원 디자이너)의 유튜브 KURO를  보게 되었어요. 직접 우메보시를 만들고  콩을 삶아 미소를 만드는 영상을 보고 다시 장을 담가야지 했습니다. 

어릴적 단독주택에 살 때 엄마는 콩 삶아 돌절구에 찧고 메주를 직접 만들어 장을 담그셨습니다.

 

이리저리 옮겨 살게 되면서 엄마는 대한주부클럽연합회 메주를 접하시곤 메주만 사다가 장을 담그셨어요.

올 음력 정월 메주 바자 시즌에 신세계백화점을 오랜만에 방문했습니다.

예전에는 지하 식품코너 한켠에서 크게 열었는데 대폭 축소되었더군요.

집에서 장을 담그는 사람이 확실이 줄고 거의 사먹는 추세인 듯 합니다. 

메주 2덩이를 사들고 간만에 그릇 구경하러 백화점 주방 코너로 올라갔습니다. 

헉 주방 코너도 대폭 축소되었더라구요. 

요즘 신혼부부는 그릇이며 냄비를 세트로 장만하지 않는 추세라고 하더군요.

 

음력 정월 말날에 달걀 동동 소금물에 담가 두었던 메주는 50일 지나 건져내 장 가르기를 했네요.

작년 엄마네서 팔순 넘은 엄마의 로보트가 되어 찹쌀 고추장을 담갔는데 그 때 남은 메줏가루와 다시마물에 푹 끓인 찹쌀죽(코렐 국그릇 1공기 분량)을 넣고 치댔습니다. 좀 질척하게 막 거른 생간장을 조금 넣었네요.


 

아파트 베란다에 왼쪽은 간장독 오른쪽은 된장입니다. 

메주 바자회 팜플렛입니다.  왼쪽은 올해 오른쪽은 2019년 열린 제 46회입니다.

팜플렛 안에 장 담그는법이 있어서 보관해 두었네요. 


 

 

그리고 4월에  박완서 아카이브 조성 기념전 <참으로 놀랍고 아름다운 일>을 관람하고 찍어둔 사진 첨부합니다. 생전에 작가가 아끼던 노리다께 그릇입니다. 

수많은 작품을 쓴 위대한 작가로만 알고 있었는데 직접 미싱을 돌려 블라우스도 만들어 딸에게 입히기도 하셨더라구요. 작가로도 또 주부로도 치열하게 사신 분이셨습니다. 아치울 노란집에서 사실 때 글을 쓰시면서도 직접 장을 담그시고 살구잼을 만드셨다고. 맏딸 호원숙 작가의 <엄마 박완서의 부엌>를 읽어보니 병원에 입원해서도 집 항아리의 장 걱정을 하셨다고 합니다. 


키친토크에 글을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야 써 봅니다.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hoshidsh
    '26.7.3 4:31 PM

    이런 귀한 글을….
    키톡의 보물을 하나 더 추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인왕산
    '26.7.6 9:30 AM

    귀하다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장을 직접 담가 먹는 사람이 드물다 보니.... 음식의 기본은 장 맛인데 저도 언제까지 장 담글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주택이면 좋겠지만 아파트라도 남향 맞통풍 베란다면 장이 잘 되는데 요즘 재건축 아파트는 거의 베란다가 없어서 힘들겠더라구요,

  • 2. 랄랄라
    '26.7.3 8:23 PM

    엄마가 문화메주에서 된장담그기 키트를 사셔서 그대로 담그시는데 맛이 너무 좋아서 얻어먹다가 같은 회사 완성품을 주문해서 먹었는데 엄마가 담근거랑 맛이 달라서 오 이게 익어가는 환경에 따라 맛이 다르구나 알게됐었네요. 나중에 제가 똑같이 담궈도 그 맛이 안날거라고 생각하니 좀 슬프기도 합니다.
    올려주신 박완서 작가의 노리다께 그릇이 참 예쁘네요.

  • 인왕산
    '26.7.6 9:35 AM

    간장 된장은 지수화풍의 결실인 것 같아요. 그래도 직접 담그셨으니 맛있겠지요. 나물이나 미역국 만들때 집간장 울 어머니는 조선간장이라고 하는데 맛이 다르죠! 불고기 재울때도 양조간장에 집간장 조금 넣으면 차원이 달라지더군요. 그리고 노리다께 그릇은 박완서 작가가 신혼시절 장만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 3. wooo
    '26.7.4 10:53 AM

    음식에 관한 글도 이렇게 멋질 수가 있네요.

  • 인왕산
    '26.7.6 9:47 AM

    멋지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4. 나무상자
    '26.7.4 11:51 AM - 삭제된댓글

    추억의 기차에 탑승하여, 차분한 문화해설사의 담백한 이야기를 듣고 집에 와서 , 그 시간을 떠올려 보는 기분입니다.

    다 가끔 와 주세요^^

  • 5. 온살
    '26.7.5 10:30 PM

    글과 도자기 조화가 최고네요
    멋진글 잘 읽었습니다

  • 인왕산
    '26.7.6 9:41 AM

    박완서 작가 작품 속에 나오는 해산 사발도 또 직접 만든 블라우스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글 밖 주부로서의 삶도 참 단단하셨구나 싶었습니다.

  • 6. 백만순이
    '26.7.6 7:14 AM

    무려 20년만의 글이라니요!
    장은 아직도 엄마손을 빌리는중인데 배워야지 해봐야지 생각만 이십년째네요

  • 인왕산
    '26.7.6 9:44 AM

    어머니 옆에서 같이 도와드리면 저절로 하시게 될 겁니다. 좋은 메주만 선택하고 간수 잘 뺀 천일염 으로 500원 동전만큼 소금물 농도 잡으면 의외로 간장 쉬워요. 찹쌀고추장은 저도 아직 어려워요

  • 7. 챌시
    '26.7.6 9:12 AM

    우와. 오늘은 지식의 향연 이네요. 저도 언젠가는 장의 세계에 입문할 날이 있긴 할까요?
    저같은 무식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시간을 좀더 내주셔서, 자주 와주세요.

  • 인왕산
    '26.7.6 5:26 PM

    오래전 키친토크에 장 만들기 종종 올려주신 remy님 프리스카님에게도 많이 배웠워요. 저는 기성 메주 사다가 소금물에 띄운 정도라 좀 거시기 한 데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8. 인왕산
    '26.7.6 9:46 AM - 삭제된댓글

    오래전 키친토크에 장 만들기 종종 올려주신 remy님 프리스카님에게도 많이 배웠워요. 저는 기성 메주 사다가 소금물에 띄운 정도라 좀 거시기 한 데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9. 봄처럼
    '26.7.6 4:03 PM

    정말 귀한 글이네요
    박완서님 글도 생각나고요
    장담기 키트로 두어번 도전 해보다가 접었는데
    대단하세요
    지금은 맛있는 집된장 선물 받은걸로
    유툽 보고 장늘리기 해서 성공했습니다

  • 인왕산
    '26.7.6 5:25 PM

    올 봄 메주 바자 때 장담기 키트도 있었어요. 장 늘리기 성공하셨다면 다음엔 직접 담아도 성공하실겁니다.

  • 10.
    '26.7.7 9:35 AM

    성격은 급하고 부산스러운데 음식은 느린 걸 좋아합니다.
    어른이 주신 간장 된장이 올해면 끝일 듯 해 어째야 하나 고민 중인데 여지가 생깁니다.
    박완서 작가님 인사동 거리에서 여러 번 뵀었는데 일상을 방해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속으로만 좋아했어요. 나이도 안 많은데 그리운게 늡니다.

  • 인왕산
    '26.7.8 12:31 PM

    내년에는 꼭 도전해보세요. 저는 전시회에서 생전 그대로 재현된 박완서 작가의 서재에서 책상을 보고 좀 놀랐습니다. 원목으로 된 멋스러운 게 아닌 그냥 흔하디 흔한 사무용 가구와 의자였습니다.

  • 11. 제닝
    '26.7.7 12:35 PM

    저도 KURO 구독하면서 잘 보고있어요.
    느린 삶. 손길 가는 삶, 그러나 나는 자신없는 삶이라 대리만족으로 ㅎㅎ

  • 인왕산
    '26.7.8 12:40 PM

    https://www.youtube.com/watch?v=xokd2rvOPIM
    알고리즘으로 만난 KURO 유튜브. 저는 KURO의 외조모의 일상을 보고 너무 놀랐습니다.
    그 연세에도 독립적으로 스스로 밥을 해 드시더군요. 제 엄마도 또 저도 내 집에서 내 손으로 밥을 해 먹다가 딱 하루 아프고 떠나면 좋겠다 소망해 봅니다. 내 마지막 집은 어디인가 질문하면 그냥 요양원인데 ... 참고로 저는 이 분 머리숱이 너무 부럽더라구요. 처음엔 가발인 줄 알았어요

  • 12. 고독은 나의 힘
    '26.7.8 10:27 AM

    20년만에 글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키톡이 더욱 풍성해졌어요.

  • 13. 인왕산
    '26.7.8 12:54 PM

    고독은 나의 힘! 저 님 팬입니다. 미국가시기 전부터요. K팝으로 외국은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고 김치도 담그는 외국인 영상도 종종 있더라구요. 정작 우리는 소득수준은 높아졌는데 효율을 따지다 보니 집에서 재료 손질해서 하는 집밥은 주말에 하는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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