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왔어요 :-)
다들 무사히 지내고 계시지요?
근 한 달만에 접속을 했는데, 그 동안 학교에서 주는 컴퓨터가 새것으로 바뀌어서 82쿡에 글 올리는 법도 조금 달라지고 어리둥절 합니다 :-)
세상은 여전히 혹은 이전보다 더욱더 어수선하지만...
그래도 밥은 먹고 살아야 하니, 어제 해먹은 음식을 보여드릴께요.
소 50마리와 댕댕이 한 마리를 키우시는 미술 선생님은 제 이전 글에 가끔 등장하셨죠.
아이들이 미술 레슨을 받은지 벌써 일 년이 넘었어요.
그동안 두 명이 매주 그려온 그림이 차곡차곡 쌓였는데, 이제 이삿짐 정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마침내 이 벽을 활용해서 그림을 걸 수 있게 되었어요.
지난 두 달 동안 이 벽 앞에는 상자가 산처럼 쌓여 있었거든요 ㅠ.ㅠ
아이들 그림 지도 뿐만 아니라, 미술 선생님은 저의 지름신도 함께 불러 주셨어요 ㅎㅎㅎ
빌레땡땡 어쩌구 하는 독일제 그릇 셋트를 미술 선생님이 먼저 핫딜로 구매하셨는데, 막상 배달되어 온 것을 열어보니 어쩐지 마음에 쏙 들지 않아서 반품할까 한다길래, 제가 낼름 업어왔습니다.
큰 접시, 작은 접시, 샐러드 보울, 각 여섯개씩 셋트가 배송료까지 다 해서 126달러인데, 핫딜이 끝나니 도로 570달러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미술 선생님 덕분에 저는 검색도 안하고, 핫딜이 뜨기를 기다리고, 때를 놓치지 않고 주문하는 등의 일을 전혀 하지 않고 좋은 값에 그릇을 장만해서 기뻤어요.
그릇 셋트를 업어온지 며칠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미술 선생님이 광어 필레가 많이 생겼다며 나눠주셨어요.
그래서 광어 요리를 해서 새 그릇에 근사하게 담아보리라! 마음먹은 계기가 되었죠.
인터넷에서 영어로 광어요리 조리법 이라고 치면 가장 위에 뜨는 레서피로 만들어 보았어요.
1. 광어 1.5 파운드를 서빙 사이즈로 썰어서 버터 바른 오븐 용기에 담아요. 소금과 후추도 조금씩 뿌려주어요.
2. 녹인 버터 4큰술에 레몬쥬스 2큰술, 다진 양파 2작은술을 넣고 섞어요.
3. 광어 위에 레몬버터를 발라주고 그 위에 파프리카 가루를 뿌립니다.
4. 화씨 325도, 섭씨 165도로 예열한 오븐에 넣고 20-25분간 익히면 끝! 아주 쉽죠?
너무 담백해서 다소 밋밋할 수 있는 광어의 맛에 상큼한 레몬향이 더해져서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와 맛이 나요.
큰 접시에 광어만 달랑 놓을 수 없으니 탄수화물 몇 가지를 준비해 보았어요.
이건 acini di pepe 라고 하는 파스타인데, 후추씨 라는 뜻이래요.
생긴 걸 보고 이름을 지었나봅니다 :-)
그냥 소금물에 삶다가 물을 따라 버리고 버터를 더했어요.
인스탄트 감자가루로 매쉬드 포테이토를 만들기도 했어요.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되는 간편식이죠.
왕새우 샐러드를 먼저 한그릇씩 먹게 하고...
(나름 크루즈 디너 스타일 코스요리였다는... ㅎㅎㅎ)
그래야 샐러드 보울도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아참, 광어요리 위에 얹은 소스를 깜빡 잊었군요.
이름이 갈릭 아이올리? 라고 하는데, 다진 마늘에다 (꼴랑 두 개) 마요네즈 반 컵, 올리브 오일 2큰술, 레몬쥬스 1큰술, 소금 조금 넣고 섞으면 되는 간편한 드레싱입니다.
그런데 이게 광어요리의 맛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더군요.
파슬리와 레몬 조각으로 장식하라고 하는데 파슬리는 없고 파가 있어서 그거나 그거나 색깔도 비슷하고 광어에 어울리는 맛일거라 생각해서 준비했습니다.
이 접시가 테두리 부분이 커서 정작 음식이 담기는 면적이 작아 마음에 들지 않는다던 미술 선생님...
저는 뭐 많이 담을 음식도 없지만, 이렇게 감자와 파스타를 아래에 깔고 그 위에 매인 괴기요리를 얹으면 되니까 크기가 전혀 부족하지 않았어요.
재택근무 하는 날 점심밥을 이렇게 고급지게 차려주며 오늘 식사는 크루즈 디너 스타일이다! 하고 선포하니, 남편과 아이들은 그런데 왜 숩이 없냐, 디저트도 크루즈에서 먹던 것처럼 줄거냐... 하면서 김을 빼더군요 ㅎㅎㅎ
이렇게 사진찍어서 미술선생님께 보내드리고, 덕분에 그릇 구입 잘 해서 감사히 쓰겠다고 인사했어요.
샐러드 보울은 아주 우묵해서 한국음식 담기에도 좋았어요.
오늘 점심에 먹은 잡채밥입니다.
일주일에 두 번은 학교에 나가서 마스크 쓰고 띄엄띄엄 사회적 거리를 지키며 앉은 학생들과, 코로나19에 걸렸더나 검사 결과를 기다리면서 줌으로 접속한 학생들에게 동시에 강의를 하고, 나머지 날은 집에서 화상으로 세미나를 하거나 회의에 참석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이제 개강한지 3주가 지나고 4주차에 접어드는데...
자꾸만 환자가 늘어나서 이번 학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함께 도시락을 먹던 동료들과는 이제 악수도 못하고 멀찍이서 하이~ 하고 인사만 하고 있어요.
그 와중에 큰 웃음 주었던 옆방 동료...
ㅋㅋㅋ
반전이라면, 이 마스크를 빼도 얼굴이 그렇게 많이 달라보이지 않는다는...
ㅋㅋㅋ
셔츠까지 깔맞춤... ㅋㅋㅋ
P.S. 오늘 아주 오랜만에 로그인을 했는데 정말 반가운 분이 쪽지를 보내주셨어요.
얼마나 반갑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