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온 지 30년이 넘도록 이번 추석처럼
아무것도 안하고 맞이하긴 첨이네요~!

추석이 되기 20여일 전
육지에 가지 못할 것 같아 그래도 추석음식을 장만하여
우체국 당일택배로 보내려고 녹두도 국산으로 미리 사고
준비를 조금씩 해 두었었는 데....

올해는 추석도 이른지라 날씨가 어찌나 뜨겁던 지....
추석배송이 바쁜 시절에 부침등 음식들이 제대로 갈것 같지가 않아
그만 포기를 하고 말았습니다.ㅠㅠ

종갓집 며느리로 동서 둘을 데리고
부침만 7~8시간을 부친 적도 있었는 데....
돌쟁이 딸린 며느리와 노모이신 시어머님께
명절을 맡기고 마음이 많이 불편하긴 했는 데^^
그냥 눈 한번 질끈 감고 나니~
정말 염치없게도 마음이 홀가분한 것 자체가 송구스러워 지네요~ㅋ

이렇게 홀가분한 추석 명절전 날...
이곳 제주 곽지리해변에서는 제주귀농인들의
조촐한 모임이 있었습니다.
해변의 둥근 보름달을 보는 것이 평소 꿈이어서
여기서는 좀 먼거리지만 남편과 함께 참석을 했는 데~
태풍 꿀랍의 출현으로 우중의 추석을 맞이하나 했더만
그래도 다행히 서서히 맑아가는 날씨에 황금빛 저녁노을을 보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고향을 여러 개인적인 사정으로 가지 못한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각자 먹을 음식과 음료를 마련하여 모였는 데
아주 거대한 만찬이 차려지고...
서로 서로 정감을 나누는 멋진 파티가 되었답니다.

그렇게 추석 전날 곽지리에서 늦은 밤 돌아와
추석날인 어제 늦잠을 자고 일어나니~
울집 부엌 식탁에는 안집 슬이네서 떡이며 국, 고기, 전, 나물들을
한상 차려다 놓았네요~~~^^
에궁...추석차림도 도와주지 못했는 데
이렇게 앉아서 받아 먹으려니 너무 염치가 없었습니다.ㅠㅠ

뜻하지 않은 추석상에 아침밥만 지어서 먹고는
조상님께 명절차례 예를 올리러 선덕사엘 다녀 왔습니다.
고즈녘한 산사에서
간간히 부는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소리도 듣고
은은한 향내에 마음 가다듬고
이리 멀리 제주에서 조상님의 음복에 감사드리고
또한 가족들 함께 하지 못한 섭섭함 내려 놓고 돌아 왔습니다.

울집 부엌문 욕실문 방창문만 열면 보이는 밀감나무의 밀감들이
이제 하루가 다르게 노란 빛을 띄우며 익어가고 있습니다.

무언가 계획하고 진행하고 빨리 제주에서 안정을 찾고 싶었는 데
모든 여건들이 만만치는 않은 것 같습니다.
밀감이 노랗게 익는 그날에.....
제주에서의 첫발을 뗄 수 있으리라 예상을 했는 데
다시 원점에서 좀더 생각하고 마음을 비어야 할 것 같아요^^

살다보니~~
욕심처럼 모든 일에 화근은 없는 것 같아
아침 햇살이 너무도 아름다운 이 가을날에
마음 비우고, 욕심 가라앉히고, 두손 모으며....
가을날의 기도를 올려 보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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