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말이 고단하다 . 가뜩이나 고단한 주말 김장도 해야 했다 . 토요일 아침 일찍 텃밭서 배추 뽑았다 . 김장은 일요일 아침에 절여 저녁에 무치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다 .
나들이를 위해 늦은 아침 겸 점심
,
아점을 준비하는데 눈발이 날린다
. “
비가 온다더니 춥기까지 하려나
!” “
그러게 밖에 나오기 힘들겠네
.”
하는 대화를
H
씨와 나눴다
케첩을 좋아하는 H 씨가 오므라이스를 주문했다 . 이것저것 재료 내놓으며 밥은 묵은 김치 좀 넣고 볶을 요량이었다 . 그러다 ‘ 케첩으로 글씨를 써볼까 ?’ 하는 생각으로 발전했다 . 근데 난 지독한 악필이다 . 그래서 급 방향 수정 . 묵은 김치를 물에 씻어 볶았다 . 케첩은 보이지 않게 감추고 볶은 김치로 글자를 만들려는데 이게 막손에겐 역시 난이도가 상당하다 . 아무튼 악필에게 글자모양은 만들든 쓰든 다 어렵다는 깨달음이 있던 순간이다 .
이왕 한 것 한 번 더 해보자는 심정으로 양푼에 담은 내 생채비빔밥은 이렇게 만들었다 . 역시 풍신난 글씨는 어쩔 수 없다 .
아무튼 낄낄거리며 중늙은이 둘 아점을 먹고 돼지감자 끓여 보온병에 담고 핫팩에 , 모자에 , 방석에 , 중무장 옷에 우산까지 챙겨들고 서울시내 나들이에 나섰다 .
#2
을지로 입구서 시청광장으로 다시 광화문으로 걸어 동십자각에서 삼청동 쪽으로 갔다 나오는 길 춥기도 하고 ‘ 좀 쉬자 ’ 며 들어간 삼청동 골목길 국수집 . “ 그동안 차벽에 막혀 이 동네 가게들은 장사를 못했겠네 . 오늘 대목인데 .” “ 그러게 왜 막았데 , 가게 주인들이 항의해야겠는데 ” 라는 대화를 나누며 겨우 얻은 자리에 앉아 , 반찬도 알아서 가져다 먹으며 멸치국수 한 대접으로 저녁을 때웠다 .
#3
일요일 김장을 하고 김장에 빠질 수 없는 .... 그런데 빠진 게 있다 . 곡차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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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에게
너에게 들려줘야 할 일과 토론해봐야 할 것들이 늘어나는구나 . 얼마 전 김무성이 ‘ 박근혜 정부 출범의 일익을 담당한 사람으로서 …… .’ ‘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과 새누리를 배신했다 .’ 며 , ‘ 대권출마의 꿈을 접고 새로운 보수를 만들고 책임지는 의미에서 탄핵에 앞장서기로 했다 .’ 는 기자회견에 그냥 웃었다 . “87 년 노태우처럼 되고 싶은가보지 . 근데 잘 안 될 걸 . 그땐 노태우가 물태우 소리를 들어도 2 인자였거든 그래서 그 중심으로 개헌과 대선에 대응할 수 있었지만 김무성이 지금 노태우가 아니잖아 .” “ 탄핵이후 정권의 생명줄은 헌법재판소에 맡겨 놓고 개헌국면으로 자연스럽게 부역 책임을 면하고 권력도 연장하고 싶은 모양인데 , 그게 잘 될까 ?” “ 그렇지 , 역사는 비슷하게 반복되는 것 같지만 결과가 늘 같지는 않아요 .”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들과 “ 뭐 나중은 차지하고 이 정부 출범에 일익을 담당한 했으면 사과나 제대로 하지 ! 의원직 사퇴도 아니고 출마 꿈 접어 ? 참 뻔뻔하고 희한한 논리야 . 게다가 새로운 보수 ? 이거 콧구멍이 두 개라 숨을 쉰다고 하는 상황이지 ?” 라기에 또 웃었다 .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진이라는 자가 그러더라 . ‘ 하야는 안 된다 . 헌법에 없기 때문이다 .’ 라고 . 헌법에 없기 때문에 탄핵이란 법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것인데 . 헛소리라 외면하기 전에 이들이 들이대는 논리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의도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 우선 가치판단을 위한 기준으로 ‘ 광장의 외침과 요구 ’ 도 정치라는 말부터 해주고 싶다 . 법과 질서를 외치는 기득권의 의도는 자신들이 아직 칼을 들고 있는 공간으로 들어와 얘기하자는 것이다 . 소위 합법이라는 의사당 공간으로 . 하지만 정치인의 주장만 정치가 아니란다 . 광장의 외침도 정치인데 이게 법 절차에 수렴되는 순간 어떻게 될까 ? 생각해보렴 . 아마도 광장은 소멸될 거다 . 대의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걸러지고 법이란 이름으로 재단될 테니까 . 박근혜 게이트는 정권의 문제고 정치다 . 검찰수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오늘자 발표도 박근혜의 정치다 . 그 사람이 살기 위한 , 여전한 부역자들이 살기 위한 그들의 정치다 .
그러기에 ‘190 만이 모인 광장 정치를 어떻게 관철할 것인가 ?’ 고민되는 시점이다 . 이 광장정치를 제 논 물대기에 급급한 자들과 어떻게든 물꼬를 틀어보려는 입들이 목청을 높일수록 , 광장정치를 의사당 정치로 바꾸려는 하는지 유심히 봐야한다 . 광장 정치만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 맞다 . 광장에 있을 수만은 없다 . 하지만 애초에 왜 백만이 넘는 인파가 거리로 나왔는지부터 보아야 한다 . 바로 제도와 법질서 정치가 실패했기 때문이다 . 제도와 법이 박근혜의 전횡과 부정 부패를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 따라서 광장의 외침에 동의한다면 광장의 요구를 관철시키고 난 후 , 나머지 문제를 그들이 좋아하는 법대로든 법을 고쳐서든 처리하면 될 일이다 . 이게 정치 책임이고 제도권 정치인이 가져야 하는 최소한의 양심 아닐까 . 탄핵과 하야라는 주장에 개헌이라는 지렛대가 등장하며 미묘한 차이가 생기고 있다 . 의사당에 있는 그들만의 계산과 입씨름에 그치지 않고 이걸 광장으로 가져온다면 어쩌면 광장에서도 충돌할지 모르겠다 . 하지만 ‘ 정치는 정치로 풀어야 한다 .’ 는 점에서 보면 ‘ 하야가 낫다 .’ 고 말할 수 있다 . 하야를 헌법에 따로 규정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 하야가 정치행위이고 책임이고 주권자의 요구 ’ 이기 때문일 거다 . 우리 역사에 하야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 정부 수립 후 첫 대통령이자 첫 독재자였던 이승만은 4.19 로 하야 후 망명했다 . 혹시 탄핵과 하야 같이 헷갈리고 판단이 쉽게 서지 않거든 , 김진 , 김무성 같은 자를 보거라 , 조중동 논조를 보거라 . 그들이 주장하거나 밑 밥 깐다면 그들에겐 반드시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거다 . ‘ 새로운 ? 보수 ’ 를 모색하는 그들에게 하야보다 탄핵국면이 유리하기 때문일 거다 .
광장 정치도 정치라는 것 , 정치는 정치로 푸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 한 번쯤 곱씹어 주기 바란다 . 역사적 저항과 굴곡이 있을 때 각 당은 또는 인물들은 어떤 모습으로 자신의 삶을 살고 있었는지 찾아보는 것도 판단에 도움을 줄 거다 .
광장에 나서기까지 주저할 수 있으나 나섰다면 광장의 외침과 요구를 검열하지 말거라 . 섣부른 자기 검열은 꽤나 위험하단다 . 성찰과 검열은 확연히 다른 것이란다 .
사랑하는 딸
오늘도 행복하렴
굳이 경계를 넘어야 한다면 그곳이 있어야 할 곳이라면 주저하지 말거라 . 네가 있는 곳에 나도 있을게 .
먹일까 먹을까 ? 삶은 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