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자유게시판에 드라마리뷰를 올리던 사람인데
요새 누구 덕분에 드라마를 끊었습니다.
그 누구랑 취미가 비슷하다니..
그래서, 키톡에 데뷔하기로 한 날.
제 맘을 대변하는 요새 온라인을 떠도는 사진을 하나 올립니다.
제목이 분노의 김장이라고..하더군요.
퍼온 글 밑에 벼락같이 달린 댓글에는
배추는 뭔 죄..라고 달려 있었고요.
길라임언니도, 그 언니 뒤에 살짜꿍 숨은 지배계급들도
속이 갑갑하겠다 싶습니다.
이리 재치가 발광지랄을 하고
일상이 개김인 개돼지를 다스릴라니 말입니다.
각설하고..
지난 주말에 동생놈이 카톡으로 사진을 한장 보내왔습니다.
우리 아빠의 일년농사가 오롯이(feat. 혼술남녀) 들어 있는 트렁크입죠.
수확철인 가을이 되면, 언제나 위풍당당
너무도 자랑스럽게 수확물을 포획하시는 우리 아빠.
대표적인 육식형 인간이시면서도, 기르는 닭은 잡아 먹지도 못하고,
사망시 고이 매장해 주며, 그저 나날이 늙어서 기운없어져 가는 닭들이 가여울 뿐이시랍니다.
그런 아빠가 이역만리 사는 딸년에게 보낸
고추가루 두 봉다리가 기약도 없이 냉장고에 쳐박혀
냉장고 문을 열때마다, 마음속 쩌~어쯕 어딘가를 자극하길래..
시작해 봅니다.
김장 코스프레~
매운 고추가루와 죽도록 매운 고추가루로 구별해서 싸보낸 아빠의 노고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가물가물해진 딸은
죽도록 매운 고추가루로 양념을 해버리고 맙니다.
쑥과 마눌의 살림실력이야..뭐..
대충..동네 노는 언니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 중에 가장 압권은 그의 무채썰기라고 할 수 있는데요.
도대체, 단 한 줄기의 무채도 또 다른 줄기와는 절대 같지 않습니다.
이러기 쉽지 않다는 거 정도만..역시 아시면 됩니다.
그래도, 명색이 김장코스프레이니, 코스별로 다 합니다.
어디서 보니, 올리브 잎파리를 넣으라해서, 오래된 찬장안에 있는 비슷한 잎파리 하나 넣습니다.
베이 잎파리라고 합디다. 요새 뒹구는 낙엽이 아닌 게 어딘가..하는 위로도 보냅니다.
속까지 폭삭 익게 삶을라믄, 아무리 압력솥에 삶더라도, 잔불에 오래오래 두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습니다.
꺼내서 썰다가, 덜 익어 다시 쳐 놓고, 다시 꺼내서 썰다가, 에라이 또 쳐넣고..그러면 이런 비쥬얼이 나옵니다.
큰 일 아닙니다.
고기를 여러번 삶다 보니, 무채위에 깨로 건멋을 부려 볼 시간의 여유가 생깁니다.
무엇을 하든, 제 요리에 깨가 장식으로 뿌려진 첫 케이스입니다.
완성되었습니다.
김치를 사먹을 때 보니, 저 김치포기와 포기 사이에는 빈 공간이 없었던 듯한데,
아무리 포기를 세게 눌러도, 메워지지 않는 저 틈은 진정 시간만이 해결해 줄 일인듯 합니다.
남편이 퇴근후에 말합니다.
김치까지 담글 줄 알다니..우리 와이프가 이젠 시집을 가도 되겠다고..
나날이 못생겨지는 특별한 재주만 있는 줄 알았는데, 제법 시의 적절한 말도 할 줄 합니다.
단지 바라는 것은, 매운 거 못 먹는 인간이라, 이 김치를 먹고, 죽지만 말아 달라..정도?
아..키톡은 어찌 마무리 하남요..끄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