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래기무국이다 .
보기는 간단한데 꽤나 신산한 녀석이다 .
우선 무청 뜯어와 바람과 햇볕에 말려야 한다 . 물론 건조기로 말려도 된다 .
그런데 먹을 땐 그렇게 애써 말린 시래기를 다시 물에 불리고 삶고 부드럽게 한다 .
갖은 양념에 하룻밤쯤 재웠다가 끓여야 비로소 시래기 국이 된다 .
취향대로 된장을 많이 풀기도 하고 매콤 깔깔하게 간장과 고춧가루 , 들기름에 재웠다가 마지막 간을 된장으로 하기도 한다 .
배춧국과 생채
듬성듬성 배춧잎 잘라 넣고 된장 풀어 끓인다 .
배추 단맛이 우러날 때까지 끓여야 제 맛이다 .
생채 ,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반찬이다 .
들기름 조금 넣고 찬밥에 비빌비빌 , 배춧국 후룩 마셔가며 아침을 먹는다면
출근길 추위에 어깨가 덜 움츠려들지도 모르겠다 .
#2
K 에게
참 답답한 노릇이다 .
‘2 선 후퇴도 안 해 ’ ‘ 하야도 안 돼 ’ 게다가 ‘ 무슨 잘못을 했냐며 차라리 탄핵하라 ’ 는데 …… .
탄핵이라는 게 또 참 거시기 하다 . 탄핵소추 , 직무상 법 위반행위가 있을 때 , 국회가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청구하고 탄핵결정은 공직에서 파면하는 것에 그치도록 되어 있는 헌법상 제도다 .
그런데 이게 참 교묘하게 주권자를 농락하는 제도다 .
헌법 제 1 조 ‘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 고 규정하고 있다 . 그런데 뽑긴 국민이 뽑았는데 그 권력을 회수할 땐 헌법재판관이 한단다 . 국민으로부터 권력이 나왔으면 그 선출단위인 국민투표로 소환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 이게 이치에 맞지 않을까 ? 요즘 시국에 사람들을 더 부글부글 끓게 만드는 지점이기도 하다 . 물론 대통령뿐 아니라 헌법기관과 관련한 이런 모순은 곳곳에 있다 . 자치단체장들과 달리 국회의원은 소환 제도가 없는 것 , 총리와 같이 국회 인준을 거쳐 임명된 자들을 국회에서 소환할 수 없고 역시 헌법재판을 거쳐야만 하는 것 등이 그러하다 . 이성과 합리에 기초한 해법을 찾는 실타래는 아마도 이지점에서 꼬여 지지부진 할 것처럼 보인다 . 이런 걸 뜨거운 감자 , 계륵이라 표현하기엔 좀 부족하고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 .
하지만 반드시 풀어야 하는 매듭이라면 잘라버리는 것도 푸는 방법 중에 하나일 수 있다 . 탄핵절차가 문제가 된다면 그 절차만을 바꾸는 개헌이라는 전선을 만드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 이 전선에 모인 힘으로 탄핵을 진행하는 것이 더 빠르고 명확할 수도 있으니까 . 마치 꼬인 매듭을 잘라버리고 다시 잇는 것처럼 .
막장드라마보다 뉴스가 흥미롭다는 요즘 시국을 바라보는 일관된 눈이 필요할 때다 . 친일파의 상당수는 조선말 기득권인 지주와 지식인출신이었음을 상기한다면 친일파와 그 부역자들이 정부수립 후에는 반공이라는 이름으로 이승만과 군부독재에 부역하며 득세했고 지금에 와서는 스스로 ‘ 보수 ’ 라며 자리를 지키고 있음을 잊지 않을 거다 . ‘ 풀은 바람보다 빨리 눕고 빨리 일어난다 .’ 는데 풀만큼이나 질기고 빠른 게 기회주의자들의 옷 갈아입는 소리다 . 여기서 바람은 아마도 개헌일거다 . 이 바람의 끝이 어디일지 모른다 . 어쩌면 일부 유신잔당만을 제물로 유구한 ? 역사를 가진 기회주의자 , 기득권의 카르텔은 더 공고해지는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 소위 87 년 체제 , 현 헌법으로 치러진 첫 국회의원 선거결과는 여소야대였다 . 그런데 90 년 초 3 당 합당이란 걸 한다 . 그 결과가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거대 기득권의 ‘ 옷 갈아입기 ’ 성공사례를 만들었다 . 이들에게서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라는 퇴행하는 대통령이 나왔으니까 .
요즘 너와 나누어야 할 얘기들은 느는데 서로 바빠 얼굴보기도 힘들구나 .
정치를 법과 제도에 가두어 푸는 것에 대해 다른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 법이란 질서로만 문제의 답을 찾는다면 지금 시국에 무엇이 있을까 ? 특검과 국정조사가 있겠고 . 앞서 말한 탄핵절차에 관한 개헌도 법질서에 속하는 고민일거다 . 또 하나 보태자면 ‘ 특별법 ’ 일거다 .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진실을 고백하는 부역자들에 대한 특별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 국정조사와 특검만으론 권력의 부정과 전횡을 다 밝혀내기엔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 부정에 능한 권력은 은폐와 인멸에도 능하기 때문이다 .
아무튼 바람은 커지고 있다 . 쉬 멈출 것 같지도 않다 . 이럴 때 지나치게 흥분하지 말고 섣불리 너의 이해관계를 대입해 판단하지 말기를 다시 한 번 당부한다 . 긴 호흡으로 바라 보거라 . 긴 호흡으로 네가 서야 할 곳에 있거라 . 묵묵히 .
날이 차다 . 감기 조심하고 오늘도 행복하렴 .
#3
겨울이 온다 . 아무리 어수선하고 속이 와글와글 답답해도 꾸물꾸물 해야 할 건 해야 한다 .
우리 집은 김장을 드문드문 한다 . 이번 주는 총각김치 , 갓김치 , 다음 주는 동치미 , 그 다음은 배추김치 하는 식으로 . 총각김치는 생략했고 갓김치는 진작 담갔고 무 몇 덩이 뽑아다 동치미 담갔다 . 고운 색을 위해 갓도 조금 넣고 . 맛이 제법 들었다 .
“ 우리 김장은 언제하지 ?” 라며 아침에 H 씨 묻는다 . “ 글쎄 , 토요일 아침에 배추 뽑아다가 절여 놓고 일요일에 담그면 안 될까 ?” “ 거의 하루를 절이자고 ? 너무 절이면 맛없을 텐데 …… .” “ 그럼 다음 주에 하던가 ?” “ 그때라고 달라지겠어 ?” “ 하긴 …… .” 이런 얘기가 오갔다 .
그나저나 김장 어찌한다 ? 별로 먹지도 않는 김치 그냥 담그지 말까 ? 나가지 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