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1월 12일, 토요일. 날이 참 좋았다 . 햇볕도 기온도 단풍도 .
H 씨와 나들이 준비를 했다 . 차 밀릴지 모르니 일찍 서두르자고 .
새로 커피도 볶아 내려 보온병에 담고 물이며 혹시 몰라 샌드위치까지 ,
늦은 가을 나들이 준비를 마치고 광역버스 정류장에 다다르니 .
어라 ~ 바로 앞에서 버스 지나가는 것 봤는데 , 토요일 한 낮인데 줄을 서있다 .
마치 출근시간대 줄 서듯이 .
다행히 버스는 곧바로 왔지만 우리 다음정류장에서부터 만석 .
뭔가 수상하다 . 고속도로에 버스가 꽉 찼다 .
전용차선뿐 아니라 3 차선까지 버스들이 서행이다 .
그래도 많이 늦진 않았다 .
K 와 함께 점심 먹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
‘ 각자 알아서 먹자 ’ 연락하고 H 씨와 먹은 점심 .
들깨 시래기국에 도토리묵등 ,
H 씨는 반찬이 짜다 했지만 난 먹을 만 했다 .
게다가 가격이 착했다. 명동에서 6 천원 .
본래는 덕수궁 돌담길도 걸어보고 천천히 서울 나들이를 즐기려고 했지만
뭐 깔끔히 흔쾌하게 포기하고 그냥 시청과 광화문 나들이로 마쳤다 .
그 날씨에 덕수궁 돌담길과 햇볕이 아쉽기만 했던 날이다 .
그런데 누가 그러더라
‘ 하야하기 좋은 날 ’ 이라고
또 누군 ‘ 데모하기 좋은 날 ’ 이라고도 하고 .
11 월 5 일 , 토요일 .
이날 날씨는 그냥 그랬다 . 따뜻하긴 했지만 .
이날은 감기앓는 H씨 놔두고 혼자 가을 나들이 , 후배를 만났다 . 10 시쯤 늦은 저녁 겸 뒷풀이 한 상 .
피맛골 어느 해장국집 .
#2
K 에게
「 바람이 분다 , 욕망의 바람이 .
아래로 흘러야 하는 물처럼 , 바람은 광장으로 모이지만 .
나가는 바람결엔 리듬이 실린다 , 이해관계라는 수상한 리듬이 .
게다가 이 리듬엔 춤추는 ‘ 법 ’ 이 있다고 ‘ 법 ’ 대로 추라한다 .
익숙한 소리다 , 콘크리트 치는 수상한 소리 .
질서 있는 퇴진 .
보수재편 , 기득권 옷 갈아입는 소리 .
활짝 웃는 평화로운 소리 . 」
k 야
2016 년 11 월을 보내는 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 궁금하구나 .
토요일 광화문에서 무얼 보고 느꼈을까 ?
바람이 불고 있다 . 이 바람이 대통령의 진퇴와 정치권의 이해관계에서 그칠지 우리 사회 구석구석까지 불지 그 끝은 알 수 없다 . 다만 이 바람이 어디서 그치든 , 기득권은 내려놓는 만큼 바람이 닿는 곳에서 진입장벽을 쌓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세력을 재편하려는 시도를 끝없이 할 거라는 얘긴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
보통 혼란스런 상황이 되면 사람들은 질서와 이끌어줄 사람을 찾곤 한다 .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 그리고 희망에 걸 맞는 사람의 능력과 뛰어남을 자신의 욕망을 투여해 신뢰하고 따른다 . 사람들이 그러더구나 , ‘ 이래서 잘 뽑아야 한다 .’ 고 . 그런데 정말 이게 ‘ 잘 뽑는 문제 ’, 선별 , 선택의 문제였을까 ? 선택지 또는 대의민주라는 제도 문제는 아니었을까 ? 아니면 우리사회 내부 , 내용에 관한 문제는 아니었을까 ?
미국 대선결과를 두고 말이 많다 . 그런데 16 년 전 이미 미국은 비슷한 경험을 한 걸로 기억한다 . 30 년 전 흘렀던 강물은 직선제라는 댐에 거두어졌었다 . 내보기엔 이 댐은 군부독재보다 한 뼘쯤 하류에 독재 잔당과 부역자들이 참여 속에 세워졌다 . 그래도 이 댐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많은 변화가 있었고 안정과 진척을 이룬 것도 사실이다 . 지금 상황이 역설하고 있는 게 있다 . 바로 안정과 진척이다 . 100 만이 모여 청와대 코앞에서 대통령하야를 외쳐도 주식시장은 돌아가고 아파트 분양도 이루어지고 조선일보의 카피는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 너는 여전히 강의실과 열람실 , 커피숍을 드나들고 나는 출근을 하고 퇴근길 술을 마시며 시시껄렁한 시국과 뒷담화를 안주 삼는다는 사실 . 비정규직은 여전히 해고의 벼랑에 있고 20 대는 일자리를 찾고 재벌은 여전히 하던 짓하고 . 바로 안정이다 . 일상의 안정 . 기득권의 안정 . ‘ 이게 나라냐 ’ 고 외치지만 나라꼴은 그럭저럭 돌아가고 ‘ 이게 나라다 ’ 고 반박해도 딱히 할 말 없는 현실 .
‘ 미국대선과 우리 현실이 무슨 상관이냐 ?’ 고 물을 것 같아 덧붙인다 . 댐에 거두어진 물은 적당히 방류할 수도 물길을 돌릴 수도 심지어 반대방향으로 흘려보낼 수도 있다는 걸 얘기해주고 싶다 . 미국은 아마도 오늘날 미국을 만든 독특한 기득권 카르텔을 깨지 않은 한 비슷한 경험을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 우리도 마찬가지다 .
살아가며 무슨 일이든 일희일노 ( 一喜一怒 ) 말 돼 ,
네가 있어야 할 곳에 서는 걸 주저하지 말거라 .
오늘도 행복하렴 .
토요일 처음 봤는데 신개념 방석입니다.
저렇게 매고 다니다 방석으로 쓰더군요.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 맘에 들더군요.
https://www.youtube.com/watch?v=KuSjzBa5Fck
같은 음식도 먹는 사람에 따라 제각각의 맛으로 받아들여진다 .
음악도 그렇다 . 같은 노래도 제각각 받아들인다 .
말이나 글도 그렇다 . 뭐든 자신의 사고와 감정 틀에서 받아들인다 .
한 치 벗어남이 없다 . 그래서 틀을 깨는 의식적인 노력 없이 공감도 소통도 받아들임도 없다 .
이런 노력이 이성이고 합리다 .
그런데 가끔 어떤 자들은 이게 없다 . 부끄러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