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때로는 여우같고
때로는 곰같다고 하더라구요.
그 여우같고
곰같은 세월에
꿈은 점점 색이 바래져 퇴색되어
아련한 그리움으로
회색빛 추억으로 기억되어지고
허물 투성이로 살아 온 모난 인생은
얻은 것 만큼이나 잃기도 하고
잃은 것 만큼이나 얻기도 하여
버리고 비우면
또 채워진다는 이치를 알게 되는 어른 나이를
이렇게 속절없이 먹어버렸어요.
사람으로 인하여
슬프고, 아프고
속상하고, 괴로워도
그래도 사람이 좋고
그만큼보다 크게
사람으로 인하여
또한 기쁘고, 행복하고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누군가 그러더라구요.
어지간히 엉망으로 못난 못난이 유자 10Kg
이렇게 저렇게 박박 문질러 뽀득뽀득하게 씻어
식초로 희석한 물에 퐁당 목욕재계도 시키고
말끔히 물기 말려
4등분하여 씨는 씨대료
과육은 과육대로
껍질은 껍질대로 분리하여
씨는 청주에 담금질하고
과육은 땟깔나는 쥬스기가 없기에
손으로 바락바락 주물러 과즙은 체에 내리고
유자껍질 안쪽의 흰부분은 저며 도려내고
얇은 유자껍질은 곱게 채 썰어
설탕과 꿀 넣고 버무려 설탕이 충분히 녹도록 그대로 한나절 방치 후
새콤하고 달콤하고 부드럽고 향이 좋은 유자차로 만들어
4월의 어느 햇살 따사로운 봄날에 시집가는 딸내미 예비 시무모님께 드리고 싶어
우선 1L짜리 두 병 열탕 소독하여 가득 채워 담아
설탕과 물 1:1 동량으로 넣고 젓지 않고 그대로 끓여 차게 식힌 시럽을 붓고 밀봉하여
한지로 이쁘게 포장하고
딸내미에게 편지글 쓰라하여 대롱대롱 매달고.
나머지는
딥다 큰 진공 유리병에 왕창 때려 넣고
이집, 저집 나누기도 하고
따끈하게 차로
샐러드 드레싱으로
뭐 되는대로 ------
햇생강 껍질째 얄팍하게 저며 썰어
베 보자기 펼쳐 된볕에 바짝 말려
가루로 빻기도 하고
국물을 우려내기도 하고
알싸한 향의 차로 마시기도 하고
뭐 되는대료------
늙은호박 단호박 껍질 벗겨 손질하여
자박하게 물 부어 일반 전기밥솥에 푹푹 끓여 의깨
삶은 팥, 찰옥수수, 녹두, 찹살가루 넣고
넉넉하게 끓인 호박죽-
입맛대로 소금과 설탕으로 살짝 간을 하여
차게도 먹고
따끈하게도 먹고
뭐 되는대로 ----
밀가루 3Kg 찹쌀가루 1.5kg
이스트 설탕 소금 우유 버터 생강술 녹차 우린 물로 반죽하고
흑설탕 다진 견과류 전분 계피가루 넣어 설탕소를 만들어
호떡은 추운 겨울철이 제 맛이라지만
울집에서는
시도때도 구별없이 구진할 때 주전부리로 먹는
기름없이 구운 찰호떡-
호두 반쪽 콕 박아주고-----
현미찹쌀 씻어 치자 우린 물에 충분히 불린 후
김이 오른 솥단지에 1차 찌고 대추씨 생강 계피 넣고 진하게 우려 끓인 후 설탕과 소금을 넣어 충분히 녹여
깐밤 견과류 대추 넣고 고루 버무려
김이 오른 솥단지에 2차 뜸이 푹 들게 찌고
다시 잣과 모양 낸 대추 꿀 넣고 버무려
사각틀에 담아 모양대로 썰기도 하고
손으로 꾹꾹 눌러 모양 빠지게 만든 치자약식.
찹쌀을 말갛게 씻어 충분히 물에 불린 후
김이 오른 솥단지에 고들고들하게 쪄서
면자루에 엿기름 넣고
팩에 저며 썬 생강 넣고
물 붓고 일반 전기밥솥 보온으로 밥알이 동동 뜨게 12시간 이상 삭힌 후 엿기름 자루 건져내고
찐 단호박 곱게 믹서에 갈아 부은 후
전기밥솥 취사 눌러 뚜껑 열고 팔팔 끓여 만든
노오란 단호박 식혜 -----
냉장고 파먹기로 해먹은
얼렁뚱딴 구절판.
4월의 신부가 될 딸내미가 심혈?을 기울여
오지게 지청구 들어가며 제법 얄팍하게 부친 밀전병과 가늘게 결대로 뜯느라 애먹은 크래미가
다시봐도 웃음이 나고.
연한 실파 미나리 손질하여
소금 후추로 밑간 한 핏물 뺀 소고기에 돌돌 말아 구워
연겨자 다진 청양고추 양파즙 오미자액 식초 간장 액젓으로 양념한 양념장에 찍어
酒를 영접하기도 하고.
둥근 애호박 반으로 갈라 부친 후
양념하여 살랑살랑 무쳐 밥상에 올리기도 하고.
노오란 배추 속대 소금에 절이지 않고
양념하여 겉절이로 무친 후 굴과 부추로 넣고 훌훌 버무려 밥상에 올리기도 하고.
어묵을 적당한 굵기로 채 썰어
팔팔 끓는 뜨거운 물 부어 물기 빼고
멸치간장에 이런저런 양념하여
볶아 밥상에 올리기도 하고.
늙은 오이 시들어가는 모양새가
마치 나같아서
더 시름시름 말라비틀어지기전 껍질 벗겨 적당한 굵기로 길게 썰어
꼬들꼬들하게 소금에 절인 후 물에 헹궈 물기를 꼭 짜서
고추장 양념장 넣어 바락바락 주물러 무친 후
밥상에 올리기도 하고
양푼에 석석 비벼 먹기도 하고
멸치 양파 고추씨 대파 생강 마늘 표고버섯 사과 다시마 노란콩 찹쌀 넣고
육수를 끓여 식힌 후 치자를 우린 후
배 무 쪽파 홍고추 당근 대추 채 썰어
소금 액젓 양파액 오미자액 넣어 간을 하여
물기 빠진 절임 배추에 속을 넣어 만든 치자백김치.
중간 멸치 대가리와 내장 손질하여 마른 팬에 볶아 낸 후
간장 고추장 고춧가루 양파액 물엿 생강술 넣은 양념장 바글바글 끓이고
멸치 견과류 넣고 뒤적뒤적거려 볶은깨로 마무리하여 매콤하고 짭쪼름한 멸치고추장볶음 만들어 밥상에 올리기도 하고.
삶은 감자 삶은 달걀 샌드위치 사각햄 당근 절인 오이 절인 양파 양상추 옥수수 홀그레이머스트 블루베리
파마산치즈가루 마요네즈 넣고 버물버물하여
되는대로 속을 만들어
이렇게도 해먹고
저렇게도 해먹고.
식빵 자투리는 마늘기름 버터에 구운 후
설탕 계피 파슬리 건후레이크 솔솔 뿌려
오며가며 주전부리로 집어 먹고.
양배추 대파 베이컨 양파 당근 감자 옥수수 ㅍㅏ마산치즈가루 달걀 넣어 버물버물하여
마늘기름 두른 팬에 부친 후 홀그레이 머스트 바른 식빵이나 미니 햄버거빵에
치즈 양상추 얹기도 하고
토마토 얹기도 하고
그 때 그 때
되는대로 .
이런거 저런거 넣고 푹 꿇여 식힌 육수에
양파 무 마늘 생강 갈아 넣고
고춧가루 새우젓 액젓 오미자액 넣고
살짝 꾸덕하게 말린 무 채 넣고
인내를 가지고 다듬어 자박하게 담근 쪽파김치.
쪽파 김치 담그고 남은 쪽파 손질하여
끓는 소금물에 데친 쪽파에 고추장 양념하여 조물조물 무쳐 밥상에 올리기도 하고.
다시마 손질하여
드라마 보면서 열불나게 가위질로 적당한 굵기로 채 썰어
마늘기름에 버무렸다가
팬에 마늘기름 한 수저 넣고
다시마 채도 넣어 뒤적뒤적 거려 바삭하게 튀겨
설탕과 볶은깨 솔솔 뿌린 다시마 자반 만들어 밥상에 올리기도 하고.
밥 반찬으로
과자처럼 바삭바삭하고 달달하여 주전부리로.
마른 미역 적당하게 자른 후
마늘기름에 버무려
마늘기름 두른 팬에 바삭하게 튀겨
설탕과 볶은깨 뿌린 미역자반도 밥상에 올리기도 하고
다시마자반처럼 오며가며 과자처럼 주전부리 대용으로 집어 먹기도 하고.
이런거 저런거 되는대료 넣어 푹 끓여 식힌 육수에
소금 액젓 오미자액 양파액으로 간을 한 후
양배추 무 적당한 굵기로 썰고
청양고추 홍고추 적당하게 채 썰어 넣고
절인 쪽파 돌돌 감아 넣은 양배추 물김치-
국수도 말아먹고
밥도 말아먹고.
물에 불리지 않은 노란콩 고소하게 달달 볶아
육수 내고 건진 다시마 채 썰고
생강 채 썰어 넣고
간장 고춧가루 양파액 물엿으로 간을 하여
짭쪼름하고 달달한 콩자반 만들어 밥상에 올리기도 하고.
간간이 생선조림에 한 수저 푹 퍼서 넣기도 하고.
들기름 참기름 현미씨유 섞어 바르고 구운 소금 뿌려
돌김 백장 진저리나게 재 먹을만큼씩 비닐 팩에 나눠 담아 냉동고에 넣어 두고
끼니 때 마다 꺼내어 구워 밥상에 올리기도 하고
볶음밥이나
국수, 만두국에 고명으로 올리기도 하고.
냉장고 파먹기로
되는대로 싸 먹는
막돼먹은 미니 김밥.
발연점 낮은 식용유에 편마늘 고추씨 넣고 마늘기름 만들어
이런거 저런거 부치거나
만만한게 콩 떡이라고
별 다른 반찬 없거나
단백질 공급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달걀 후라이.
소금 대신 멸치간장이랑 깨소금으로.
촌동네 5일 장마당 기웃기웃거리며
구경하고.
나이가 들면
아는 게 많아질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알고싶은 게 많아진다고 하여
그래, 그렇더라 하며
고개 끄덕이고
나이가 들면
모든게 편해질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많이 공부해야되고
더 많이 이해해야 나잇값을 할 수 있다고 하여
그래. 그렇더라 하며
또 고개 끄덕이며 폭풍 공감하며
누가 그리 딱딱 맞는 말만 하였는지
것두 궁금해하는
수다스런 푼수데기 시골아낙이
오랜만에 안부인사 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