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김장 끝내고 오랜만에 여유시간 가져봅니다.
일을 안하면 죽는것 마냥 죽기 살기로 일하며 살았어요.
그러다 보니 구석 구석 아픈 데만 나타나요.
안녕하세요? 경빈이 엄마 경빈마마 입니다.
검색을 해보니 거의 2년 여 만에 82 키톡에 온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전에도 띄엄 띄엄 왔었구요.
사람 사는 일이 맘대로 안되는 것처럼
82에도 사람이 있는 곳이라 많은 일이 있었지요.
엄마들의 유일한 수다 공간이였던 82.
제가 82 가족이 된지는 2003년 봄.
내년 2016년 이면 13 년 차가 되는 겁니다.
40 초반에 입문 이젠 50 중반을 향해 가고 있으니...
세월이 그 만큼 흘러 버렸습니다.
2003년 그 시절 82는 내게 있어 유일한 소통 창구였죠.
울며 웃으며 참 많은 이야기를 만들었는데
다들 잘 계셨는지요?
그리고 김혜경 선생님 건강하신지 궁금합니다.
왼손주들은 많이 컸겠지요?
오랜동안 활동했던 회원님들 안부도 궁금하고
얼굴 한 번 본적 없지만 닉네임만 봐도 반가웠던 분들
소식도 궁금하네요.
이곳에 오니 갑자기 궁금한게 많아졌어요.
그 시절 40 대로 돌아간 것 같고.^^
세 딸은 올해 2월을 마지막으로 대학을 모두 졸업하고
막내 아들은 내년이면 고 2 가 됩니다.
시어머님은 84세가 되시고 하던 일도 계속 하고 있습니다.
나이 들수록 일을 줄여야 하는데
어찌 일이 더 늘어나고, 몸과 마음은 각자 따로 놉니다.
밥 해먹고 사는 이야기를 마음껏 나눌 수 있었던
그 시절 이 공간 82 키톡.
옛날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키톡이니 밥해먹고 사는 이야기 해야 하지요.
제가 활동을 많이 했던 곳도 이 게시판이니 남다릅니다.
촌스런 밥상이야기 였지만 많이들 응원해 주셨었죠.
오늘은 맛있는 시금치 나물인
포항초 다듬기 사진 가지고 왔습니다.
바쁘게 일하며 살다보니 밥 해먹는 일이 노동중에 상노동입니다.
머리 굴려 메뉴 선택해야 하고 선택 했으면 아는 방식으로
요리하여 뚝딱 밥상을 차려내야 하니...
어쩌다 남이 차려준 밥상 보면 그저 감사하고 횡재한 기분드는거
저만 그런거 아니겠죠?
사는게 다 그렇습니다.
전처리 과정이 많은 우리네 음식.
그나마 포항초 시금치 다듬기는 누워 떡먹기죠.
뿌리 꼬랑지 잘라내야 하는 일반 시금치는 일일이 하나씩 다듬어야 합니다.
다듬기 싫어 시금치 안먹을때도 있어요^^
쪽파 다듬어 파는 것 처럼 시금치도 다듬어 팔았음 좋겠다 싶을때 있으니
어른들 보면 욕 한바가지 할 겁니다.
그래도 시대가 바뀌어 이젠 다듬고 만들어 완성된 먹거리가 많은 세상이니
어쩔 수 없지요.
포항초.섬초 등은 고급 시금치로 그나마 잘 다듬어 나오지요.
통채로 데쳐 무칠수는 없기에 하나씩 잡고 갈라줘야 합니다.
하지만...
바빠 죽겠는데
밥하기 싫어 죽겠는데
그렇다고 안할 수 없으니 어거지로 할때가 많지요.
에라이 모르겠다.
작게 다듬기만 하면 되는거 아냐?
왼손으로 포항초 한 단 잡고
오른손에 칼을 들고 잔머리 팍팍 굴려봅니다.
줄맞춰 가로 한 줄 가르고
결대로 계속 갈라줍니다.
어설프게 가르지 말고 칼을 깊숙이 넣어줘야 나중에 한번에 펼쳐집니다.
몇 번 해보니 나름 노하우가 생기더란 거죠^^
칼이 미쳐 못간 곳도 내 맘대로 갈라줍니다.
법칙 없으니 가로 세로 내 맘대로 가르면 되요.
가늘게 먹고 싶다 하면 칼집 많이 내면 되고
크게 먹고 싶다 하면 4등 분만 하면 되죠.
시금치 꽁다리 다듬기 끝.
끈을 풀어내고 소쿠리에 쫙 펼치면 단번에 포항초 시금치 다듬기 끝!^^
단...포항초 시금치가 싱싱했을때 이야기 라는것.
시들 시들 오래되고 무른 시금치는 이렇게 하면 안되요^^
2년 여 만에 와서는 잔머리만 늘어놓고 갑니다.
늦잠 자게 생겼네요.어서 자고 내일 일 해야 합니다.
반가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