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살이의 겨울준비는 농번기 못지않게 분주합니다.
당쇠는 땔감준비에 마님은 겨울먹거리 준비에......
그나마 올해는 내년봄에 표고접종을 하지 않기로 해서 한결 여유가 생겼습니다.
마님은 땅속에 저장해둔 겨울철 달구들 간식 슬쩍해서 무말랭이를 준비합니다.
해가 잘 나야 그래야 지대루 무말랭이가 되는데 요즘 날씨가 하도 거시니해서......
그래도 집념의 마님은 썰고 또 썰고......
올해는 눈이 많을 거라는 예보에 멀쩡한 세미오프용 타이어 빼서
아주 어렵게 가까스로 전국인터넷망을 뒤져 네짝에 44만원 주고 오프로드 타이어를 구해서 장착을 했는데......
이 썩은 똥차에 맞는 타이어는 일년에 몇개 생산을 않아 타이어값이 부르는게 값이라고 했는데......
타이어 끼우려고 단골 정비공장에 갔더만 공장장님 낄낄대고 웃으면서 하는 얘기가~
이양반아~ 뭐든지 말만하면 여기선 다 구해다 주니까 말만해 말만~
알고보니 타이어값에서 12만원 눈탱이 맞고
남의 타이어 사다가 끼우느라 공임 4만원 더 보태서 16만원 눈탱이......ㅠㅠ
그래도 농장 최악의 구간을 시험삼아 오르는데 바닥에 착착 감기는 감칠맛나는 주행감~
아~ 이런 느낌에 오프로드를 하는구나 ......
덕분에 화목으로 쓸 낭구떼기 하기가 훨씬 수월해 졌습니다.
어느날은 시골 초등학교의 유치원에 다니는 작은 녀석이 의기양양하게 들고 온 사과파이~
스쿨버스에서 내린 저어기 멀리서부터 엄마아~ 아빠아~ 부르며 달려오며 자랑한......
덕분에 모처럼 사과파이 한쪽 입으로도 마음으로도 맛나게 먹었던......
단지~ 조금 더 바램이 있다면 시중에 파는 시럽같은 것보담은 조청을 만들어 얹었으면 싶은......
벌써 배추밭의 1/4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달구들 간식으로 우리가족 배추쌈에 배추국으로......
겉잎이 얼어붙은 배추를 썰어 닭들에게 던져주며 항상 하는 얘기는
'얼어붙은 배추를 먹기 전에는 계 (鷄)생을 논하지 말라~~~'
가축이 채식을 해야 사람이 굳이 채식을 강조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먹이사슬의 원리랄까......
겨울이 오니 닭장에 보온을 -사실 보온보다는 바람막이; 닭들이 바람을 아주 싫어하거든요) 하는 와중에
아내가 문득 던지는 한마디 '아니~ 쟤네들 집이 어디로 갔지~?'
순간 속으로 이게 어디서 개수작이야~ 하면서 작은 개들이 있는 곳을 바라보니
'옴마야~? 진짜 쟤네들 집이 어디로 갔댜~~~?'
제법 굵은 나뭇가지들이 바람에 꺾여 날라올 정도로
태풍급의 강풍이 불어오더니 덕분에 개집이 닭집 옆으로 마실을 갔네요. ㅠㅠ
개들은 도망친 개집을 바라보며 입맛만 쩝쩝 다시는 중이고......
바람이 불고 비가 올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은 사치에 불과한 노랫가사일 뿐이고
폭풍에 폭설에...... 개들이 의지해야 할 무엇인가는 있어야 하니~
잽싸게 굴삭기로 개집이 있던 맞은편 경사면의 땅을 파고
프라스틱통 두개 땅속에 묻고 칼라강판 두장 올려 지붕만들고......
그 와중에 망할 개노무쉐이들은 고결한 당쇠의 얼굴에 침을 범벅으로 발라놓고......
모처럼 시간을 내서 이웃 몇집이 부부동반으로 모여 소주에 맥주에 와인에 담금주에 한잔씩 걸치다가
잠시 집을 비우고 본가에 다녀온 아랫집 사장님 말씀이 '바람이 많이 불었나봐~'
옆에 있던 제법 유명한 양반 하는 얘기가
'내가 형님네 마당에 씹던 껌 뱉어 놓지 않았으면 집 다 날라갔어~'
눈이 그친 다음날은 달구들 상대로 장난도 쳐봅니다.
원래 하던대로 배추상자를 닭장문 세곳에 가져다가 닭들이 보게끔 놓고는 룰루랄라~
달구들이 어떻게 하나 지켜 보았습니다.
요즘은 허구헌날 눈비에 방목을 제대로 할 수가 없어 닭들도 안달이 난 상태거든요.
배추상자가 놓인 쪽마다 몰려와 쳐다보는 눈빛이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너네들이 배추맛을 알어~? 라고 물으면 실례되는 말씀~~~
몸에 좋은 것은 사람보다 훨씬 더 잘 안다는......
약이 되는 풀은 닭들이 더 잘 찾아서 아주 맛나게 먹어 치웁니다. 사람이 찾아 먹을 틈도 없이......ㅠㅠ
머슴이 된 가장의 길은 멀고도 험난합니다.
고된 농사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차에 실린 화목을 내리기도 전에 화목보일러에 불을 지피고......
제비새끼들 입벌리듯 먹을 것을 재촉하는 아이들의 간식거리로 화목보일러 연도에 고구마를 구워야 하고
모처럼 옆집여편네와 오붓하게 분위기 잡으며 숯불에 고기구워 한잔 하려 들면
어느새 창문열고 깍깍거리는 우라질노무 새새끼들......
그노무 고운 입에 넣어주기 바쁘다보니 마누라 맥주반병 나는 소주 두병 해결하는 사이에
대체 고기를 몇점이나 먹었는지 세기가 민망할 지경~
결국은 아내가 두손들고 들깨칼국수를 급히 내었는데
그나마도 면발이라면 회가 동하는 이 우라질노무 조상들께 진상을 올리고 나니
뱃속에는 들깨껍질만 들어간 것 같은 허기가 서리더라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