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쿡 식구 여러분들, 저녁은 맛있게 드셨어요?
저는 합기도에서 돌아온 둘째아들이랑 오징어무국에, 달걀찜, 김장김치랑 연근조림해서
거하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밀린 숙제를 하는 아이의 마음으로 소년공원님의 이벤트에
살포시 참가해봅니다. (이벤트에 상품이나 상금은 있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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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에 점심은 남편과 간단하게 먹는 편이에요.
콩나물 무침과 채썬 오이, 무생채를 고추장에 쓱쓱 비벼서
달걀후라이를 하나 얹고, 일산장에서 갓짜온 참기름을 듬뿍 넣어 먹으면 참 맛있어요.
장을 봐온 날은 점심메뉴도 조금 푸짐해지고 바빠져요.
어제는 맑은 미역국을 끓이고, 불고기를 볶아서 배추쌈에 싸먹었더니
저녁까지도 속이 든든하더라구요.
후라이팬에 남아있는 불고기에다 김치를 송송 썰어넣고 볶음밥을 만듭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엄마없는 집에서 먹을 볶음밥이지요.
(어흑, 갑자기 슬퍼지네~^^)
남편과 이른 점심을 먹고 여유가 좀 있으면 밑반찬을 몇 가지 준비합니다.
연근조림은 큰아들이 좋아하는 반찬이라 가끔씩 만드는데,
완성된 연근조림 한 접시는 이웃집에 주고, 나머지는 밀폐용기에 나눠서 보관해요.
콩나물 무침도 슴슴하게 무쳐서 밀폐용기에 나눠 담아 놓습니다.
김장김치도 한 포기 썰어서 그릇에 담아 놓고요,
바쁘다면 바쁜 저는, 시간이 날 때마다 넉넉하게 밑반찬을 준비하는 편이에요.
(남편도 거의 집에서 세끼를 해결하고, 성장기 남자아이가 둘이니까요ㅠㅠ)
멸치볶음, 오징어 초무침, 소고기 장조림, 연근조림, 새우 마늘종볶음 같은 밑반찬은
한번에 넉넉하게 만들어서 밀폐용기에 두 개나 세 개씩 소분해서 냉장고에 보관해요.
한꺼번에 큰 밀폐용기에 담지 않고, 작은 용기에 여러 개로 나눠 담는거죠.
그래서 밑반찬 한 셋트는 냉장고의 앞쪽에, 나머지 한 셋트는 뒤쪽에 둬요.
한 셋트를 다 먹고나면 나머지 한 셋트를 꺼내 먹으니까 훨씬 좋더라구요.
제가 설명을 잘 했는지 모르겠네요. ^^
마트에서 장을 봐온 날엔 전기구이 통닭으로 아이들 간식을 준비합니다.
요즘 트렌드에 맞춘 백세인생의 메세지와 함께~~~^^
휴~ 사는 소식 전하느라 소년공원님 이벤트와 관련된 이야기를 이제야 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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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올해 5월, 큰 아들은 한 통의 문자를 받습니다.
그것은 바로 쇼미더머니4 1차 오디션을 보러 오라는 것이었지요.
큰 아이가 mnet에서 주관하는 쇼미더머니 시즌4에 참가신청을 한 겁니다. 어흑.
랩퍼가 꿈은 아니지만, 랩을 좋아하니 오디션을 한번 보고싶다더라구요. 그래서
쇼미더머니 예선이 있는 날 새벽 세시에 오디션 장소인 인천 남동체육관으로 갔지요.
새벽 세시에도 벌써 여러 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남편은 저와 큰아이를 내려주고 홀연히 집으로 떠나가고, 저와 큰아이의 긴 기다림이 시작됐어요.
시즌 4의 지원자는 8천 명이 넘는다고 하더라구요. 신문에도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나고...
친구끼리, 힙합크루끼리 온 사람들은 운동장 곳곳에서 '북치기박치기~' 하면서
속사포랩을 발사해대고, 저는 돗자리를 펴놓고 앉아서 동이 트기를 기다렸어요.
새벽 세시부터 기다려서 받은 번호표.
낮 두 시가 되서야 큰아이만 체육관 안으로 입장.
아이랑 저는 하루종일 밥도 쫄쫄 굶었어요.
장장 열 세시간의 시간이 흐르고, 큰아이는 오디션 탈락의 쓴맛을 보게 되었죠.
아이한테 얘기는 안했지만 어찌나 다행인지...^^
오디션에서 아쉽게 떨어지고나서 오디션장을 서둘러 나왔습니다.
송내역 근처 음식점에서 고픈 배를 뜨끈한 순대국으로 채웠어요.
오디션을 기다리는 내내 열시간 이상 서서 줄을 섰던 큰 아이는,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아무 말이 없었어요.
밥을 먹으면서, 기다리는 건 힘들었지만 재밌었다고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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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콧물을 입으로 빨아내는 것도, 국경을 넘어가 선물을 사오는 것도,
잠투정있는 아기를 업고 침대에 엎드려 잠드는 것도, 아파트에서 병아리 스무마리를 키우는 것도,
터닝매카드 사려고 한시간 반 줄을 서는 것도, 한손으로 유모차 밀고 한손으로 궁뎅이 받치는 것도,
아기의 응가를 티스푼으로 파내는 것도, 밥먹다 아기 응가처리해주고 다시 밥을 먹을 수 있는 것도,
엄마이기 때문에, 부모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죠.
내가 낳은 우리 아이들을 끔찍하게 사랑하고
남이 낳은 남의 아이들도 이쁘게 사랑해주고
아이 없이 즐겁게 사시는 분들도 사랑스럽게 쳐다봐주고
삶이 고단하신 어르신들의 퉁명스런 말도 이해해주면서
우리, 그렇게 사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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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주책... 글 쓰다가 왜 갑자기 눈물이 나는지요.
오늘, 세월호 청문회 기사와 동영상을 보면서 답답하고 울컥했습니다.
아직까지 미수습되신 아홉분들, 꽃같이 아름다운 아이들과 선생님들.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