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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어느 아침

| 조회수 : 7,791 | 추천수 : 28
작성일 : 2011-02-10 16:54:13
H씨 일어난 기척에 부스스 깨어 아침 준비를 했다.
밥솥이 비어 있기에 “배고프다더니 저녁 안 먹었어요?” 물었다.
“K랑 떡볶이 먹었어요.” 한다.

주섬주섬 그릇들 정리하고 쌀 씻으며 “뭐 할까? 도시락 싸야죠.” 물으니
“그냥 브로콜리랑 넣고 간장에 떡 볶아 먹죠.” 답한다.

우선 밥부터 앉히고 냉장고 뒤지니 버섯, 봄동, 두부 따위가 있다.
먹다 남은 꽈리고추 조림도 있다.

순간 먹다 남은 반찬 꼴을 못 보는 내게 간장 떡볶이 주문은 꽈리고추떡조림으로 둔갑한다.
꽈리고추조림에 떡국 떡 한주먹 넣고 부로컬리 몇 조각 넣어 후루룩 들기름에 한소끔 볶아냈다.
이미 간장이 간간하기에 따로 간할 필요도 없고 오히려 심심한 느낌마저 든다.
아침 겸 도시락 반찬 하나 완성이다.






고추장두부조림이 낮은 불에서 조려지는 동안,
부지런히 봄동은 씻고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찢어 다진마늘, 간장, 소금, 고춧가루, 참기름 넣고 버물버물 무쳤다.

봄동 무침과 두부조림에 밥 한 술 뜨고 도시락(밥, 봄동무침, 꽈리고추떡볶이, 모과차) 챙겨 H씨 먼저 출근하고.
나는 전날의 숙취에 잠시 뒹굴 대다가 K에겐 남은 꽈리고추떡볶이까지 3첩 반상 곱게 차려 대령했더니,
봄동하고만 먹더라. 오물오물 한 접시 혼자 해치우더라.




K가 아침 먹고 난 후,
곱게 차려진 3첩 밥상 ‘내는 이런 거 모른다.’는 듯 양푼에 몽땅 쓸어 넣고 반 한 술에 비빌비빌,
머슴의 아침을 먹고 나도 출근했다.
결과로는 세 식구 세 번 밥 차려 먹은 아침이다.
그래도 설거지는 그때그때 해서 산더미처럼 밀리지는 않았다.

게다가 H씨 걱정도 없었고 택시비가 좀 들었지만 지각은 면했으니
전 날 음주 후과치곤 그럭저럭 괜찮은 날이었다.



봄이 오려나보다 철쭉이 활짝 피었다.
어제 하루 반짝 해가 나더니 또 종일 우중충하니 흐리다.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옥수수콩
    '11.2.10 8:41 PM

    어머나...철쭉이 피었네요^^ 예뻐요!

    저 봄동 한그릇만 있으면....밥 한그릇 뚝닥 하겠어요^^

  • 2. 변인주
    '11.2.11 12:44 AM

    그댁의 아침이
    그림보듯이 그려집니다.

    잔잔한 일상의 행복!

  • 3. 시네라리아
    '11.2.11 1:08 AM

    봄동은 언제 먹어도 아삭하고 맛나죠...

    대게를 먹엇더니 속이 약간 능글거리는데 매콤한 봄동 하나 지금 이시간에 먹고 싶어요~~

  • 4. 열무김치
    '11.2.12 12:28 AM

    저도 십년만에 엄마표 봄동 무침 먹었습니다.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그 고소한 맛이란 !

  • 5. 오후에
    '11.2.14 3:11 PM

    열무김치님//부럽습니다. 십년아니 이십년만이라도 먹을수만 있다면... ㅎㅎ
    그 고소한 맛이 여까지 전해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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