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중남미를 배낭여행하던 때,
멕시코 중부 미초아깐주(州)의 주도(州都) 모렐리아에서 조금 떨어진
(조금.. 이라고 해도 멕시코시티에서 모렐리아까지 버스로 4시간,
모렐리아에서 떼꼬만(Techoman)이라는 도시까지 6시간,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꼴롤라(Colola)라는 바닷가까지 버스로 2시간을 달려..)
바닷가에서 하는 워크캠프에 참가한 적이 있습니다.
거기에서 한 일은 유네스코산하의 어떤 NGO기관과 함께
마을 주민과 협력(으응..? 정말 협력...? 정말..?)해서
알을 낳으러 육지로 오는 바닷거북이를 거북이리스트에 등록시키고,
이미 낳은 바닷거북이 알을 관리하는 활동을 하는 것였어요.
거북이 리스트에 등록시키는 방법은
거북이 발가락 끝에 대형 스테플러로 꾹! 찍어서 이름표를 붙이는건데
전 심장이 벌렁거려서 직접 하진 않고 다른 멤버가 하는 것만 봤어요.
'내가 멀어지거든 그때 해!!!'라고 소리소리를 지르며..
알을 관리하는 일은
밤마다 마을주민 1명과 캠퍼 두세명이 조를 짜서 랜턴을 들고 해변을 뒤지다가
거북이가 알을 낳고있는 장면을 본다면 다 낳을 때까지 기다리고,
알을 낳은 흔적을 봤다면 그 자리를 파고 알을 다 꺼내서
바닷새나 기타 위험요소가 없는 캠프 바로 옆 자리에 옮겨서 다시 땅속 깊숙이 묻고
밤을 꼬박새워서(알은 95% 밤에 부화하거든요.) 랜턴들고 그 옆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아기거북이가 나오면 바다까지 안전하게 안내(.......... -_-;;)해줘야 해요.
밤에 알낳는 거북이나 캠퍼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곳에서 부화하는 아기 거북이를 위해서
바닷가를 섹션화해서 마을주민들과 여기저기 뒤집니다.
아주 간혹 벌건 대낮에 부화해서 나오는 아기거북이들도 있는데요,
그럴 경우 강렬한 태양빛 때문에 태반이 바다로 나아가지 못하고 버둥거려요.
그럼 대야나 비닐봉지, 들통, 우유곽 등에 최대한 빨리 주워담아서 바닷가로 가서
바닷물 안으로 넣어주고 물살로 다시 돌아오는 녀석들 역시 최대한 빨리 다시 방향을 돌려줘야해요.
그곳에서의 숙소는 아주 원시적이었어요.
동화책에서 흔히 표현되는 '야자잎으로 덮어만든' 원두막스러운 곳이었거든요.
정말 야자잎으로만 덮어만든..
쥐가 다다다다 뛰어다니고 그 사이사이로 얼굴을 쏙쏙 내미는 그런 곳이었어요.
덕분에 쥐벼룩이 몸으로 옮아와서 여기저기 붉은 물린 자국들로 병원신세도 졌지요.
아무튼........
이 곳은 전기 시설이 없었어요.
그냥 태양열을 모으는 작은 판 하나만 있었는데
그것으로는 부엌에서 매일밤 진행되는 활동(밤 11시쯤 모여서 새벽 3시쯤 끝나는..)전에
저녁을 먹고 회합을 가질 정도의 몇시간정도만 밝힐 수 있었어요.
그것도 숙소는 안되고 부엌만요. 그래서 각자 랜턴을 소지하고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그곳에서 지내는 내내 신선한 고기류나 유제품 등은 꿈도 못 꿨고,
그나마 달걀은 상온에서 며칠 보관이 가능하니 단백질은 그것뿐이었어요.
오로지 빵과 잼, 튀긴 또르띠야, 누텔라(초콜릿 잼), 멸균팩우유, 과일 몇 종류, 오트밀만 먹고 살았어요.
LPG가 연결되어서 그나마 쌀을 사다가 밥을 해먹기도 했는데
전체 캠퍼 19명 중 아시아인은 4명(3명은 일본인, 나머지 한명이 저..)이 전부라서 자주 밥을 해먹진 않았어요.
캠프 리더가 가끔 인근 마을로 데리고가서(두시간을 걸어야 한 동네 나오는.. -_-;;)
그 동네 식당에서 밥을 사먹도록 했는데 그렇다고 그곳도 냉장고는 없어서 고기류는 없었고요,
숙소에서 먹기 힘든 삶은 감자(무거우니 들고 오기 힘들어서요.)같은
'뭔가 요리스럽게 한 것 같은' 음식들을 접할 수 있었어요.
늘 빵에 잼이나 누텔라만 발라먹거나 물 끓여서 오트밀넣고 소금, 설탕 넣어 먹다가
거기가면 잠시 천국을 만난 것 같은..
거기에서 먹던 부리또가 가끔 먹고 싶었는데
이번에 홈더하기에 가니 아보카도가 세일코너에 나와있어서 토마토, 콩 통조림 등과 함께 사왔어요.
완전 채식 메뉴인 부리또!!
자~, 따라오세요. ^^

토마토를 이런 모양으로 자릅니다.
씨부분은 자르셔도 되고, 그냥 두셔도 됩니다.

콩 통조림은 체에 쏟아붓고 물기를 뺍니다.

감자는 삶아서 소금과 후추를 넣고 으깹니다.

사워크림이 필요한데요, 제가 사는 곳은 대형마트에 가도 사워크림이 없어요.
직원들에게 문의해도 사워크림이 뭐냐고 되물으시니... ㅠ_ㅠ
최근에 새로 생긴 갤러리아 백화점 식품코너에 있던데 양이 너무 많아서 안 샀고요,
대신 제가 즐겨 사용하는 것이 이 제품입니다.
맛이 사워크림과 싱크로율 98% (제 입에만.......? )입니다.

물기가 대충 빠진 콩을 숟가락으로 으깹니다.

제가 정말 사랑하는 아보카도입니다.
더군다나 멕시코에서 왔어요.
원래 아보카도 맛을 모르다가 이때의 여행을 계기로 사로잡혔어요.
그때는 예닐곱개를 사서 햇빛 잘 드는 곳에 일렬로 세워두었다가
먼저 까맣게 변하는 것부터 먹곤 했어요.
그대로 빵에 발라먹기도 하고, 과카몰레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마구썰기한 다음에 소금과 후추만 뿌려서 맥주 안주로도 먹고,
선인장 볶음에 곁들이기도 했어요.

아보카도에 칼날을 살짝 밀어넣으시고

한바퀴 빙그르르 돌린 다음에 손으로 잡고 살짝 비틀면 깨끗하게 떨어집니다.

질문있는데요, 가끔 아보카도를 자르면 단면에 저렇게 꺼뭇꺼뭇한 무언가가 보이고
잡아당기면 길죽하고 질긴 섬유질스러운 것이 나오는데 이건 뭔가요........?

아무튼 이렇게 길게 잘라서 준비해놓습니다.

양상추도 씻어서 물기를 빼고 작게 어슷썰기하고

또르띠야를 전자레인지에 넣어서 살짝 데우고

양상추, 토마토를 넣고

아보카도도 넣고

으깬 감자를 올리고

으깨두었던 콩도 올리고, 사워크림을 개인 구미에 맞게 넣은 다음에..
(들어가는 재료넣는 순서는 상관없는거 아시죵.......? ^^;;)

도르르 말아서 왕~!! 하고 먹으면 끝.
사실 그 곳에서 먹던 맛은 아니에요.
일단 감자니 하는 부재료 맛이 좀 다르고요,
코스트코에서 사워크림을 사다가 해먹었는데 그 맛도 달라요.
그 곳에서는 사워크림을 직접 만들더라고요.
그래도 절 다시 향수의 땅으로 살짝 옮겨다주는 이 부리또를 전 격하게 사랑합니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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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저희 집에 오시면
생존하는 나르시수스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어머어머, 어떡해~~~. 나 너무 예뻐~~!!!
제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머리띠를 하니 매일 그걸보고 본인에게도 해달라고 조른답니다.

아, 뭐야. 심지어 모자도 잘 어울려~.

구,, 구준표...........?
(저거 모피아닙니다. 전 이번 동물농장 파동이전부터 모피채취의 진실을 알고 있어서
절.대.로 모피제품 안 삽니다. 전 '82의 녀자'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