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버리실만 하니 빼꼼. 작년 한해, 회사 일이 안팎으로 넘 바쁘고 다사다난한
해였어요. 이제는 모든 것들이 자리를 찾아가고 제게도 아주 좋은 일이 생겼답니다.
간만에 온 기념으로 밑에 선물(?)을 올릴 것이니 끝까지 함께 달려 보아요~
제가 종종 회사의 절친 후배들이 임신중이라는 말씀 드렸죠? 한명은 이미 출산
휴가 3개월을 채우고, 아이가 둘이라 아주 긴 시간 동안 장기 육아 휴직에 들어
갔어요. 출산하고 육아에 살림까지 하며 회사 다니는 후배들 보면 어찌나 대견하고
존경스러운지, 그래서 아이 없는 저는 더 부지런 떨게 된답니다.
그런데, 또 한명의 후배가 임신 중간에 임신성 당뇨라는 진단을 받았어요.
임신하면 한참 잘 먹어야 하고, 먹고 싶은 것도 많을텐데 어쩜 그렇게 먹지 말아야
하는 게 많은지... 식사 전 화장실 가서 인슐린 주사 맞고, 식사 후 혈당 체크
해서 기입하고... 그 후배가 넘 안쓰러워 종종 혈당을 낮춰주는 도시락을 쌌어요.

밀가루는 먹으면 안된대요. 그래서 밀가루를 전혀 넣지 않은 전을 부쳐 봤어요.
돼지고기, 양파, 부추, 두부 으깨서 넣었어요.

밀가루가 없기 때문에 물기를 완전 쪽 빼주고 아주 잘 치대 줘야 해요.

동글 동글 둥글려서 후라이팬에 올려놔요. 그리고 아래면이 익어서 안 풀어질 때쯤
되면 조금씩 조금씩 눌러서 납작하게 해준 후 아래면이 다 익으면 뒤집어요.

이렇게. 신기하게 안 부서지죠? 계란 노른자도 먹으면 안된다고 해서 밀가루,계란옷
입힌 전은 부칠 수가 없고, 대신 끈기를 위해 계란 흰자는 넣어줬어요.

그리고, 키친타월에 식히면서 기름기를 쏙 빼줬어요.

탄수화물은 먹으면 안되는데, 단백질은 얼마든지 먹어도 된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소고기 장조림도 좀 했어요. 전 장조림 할때 갖은 향신재료(파, 생강, 마늘 등)
넣어 고기를 삶은 후, 그 삶은 물과 간장을 섞어서 조려요.

간장에 조릴 때 꽈리고추나 삶은 메추리알을 함께 넣어주구요.
넘 짜지 않도록 고추장아찌 담갔던 간장과 고기 삶은 물을 1 대 1로 넣어줬어요.
처음부터 간장에 졸이면 고기가 넘 딱딱해지더라구요.

해초류도 좋다고 해서, 미역줄기 볶음도 했어요. 올리브 오일에 다진 마늘과 채친
당근+양파 넣고 달달 볶다가,

깨끗이 씻어 찬물에 담가 염분을 제거한 미역줄기를 적당히 잘라 넣어서 볶아줘요.
심장병이 있었던 동생과 고혈압이었던 아빠 때문에 저희 친정은 음식을 절대 짜게
먹지 않거든요. 임신성 당뇨를 알고 있는 후배에게는 제가 구세주죠. ^^
따로 소금간은 안하구요, 미역줄기에서 염분을 뺄때 간간하게 소금기가 남아 있을
정도에서 건져내면 돼요. 그리고, 참기름으로 마무리~

후배가 굴전을 좋아한다는데 전은 절대 먹으면 안되는군요. 식당가서 전 집어 먹다가
저한테 손등 몇번 맞았다지요. 저 은근 무서운 스파르타 교관이라는. ㅋ
전은 안된다고 해서 굴에 찹쌀가루를 묻혀 튀기듯이 지져줬어요.
프로방스님이 올려주신 황태 갈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는데, 이거 진짜 괜찮아요.

그리고, 기름기를 쏙 빼줍니다. 속은 부드럽고 겉은 쫀득쫀득, 정말 맛있더군요.

양배추 찐 것과 제가 담근 김장김치^^ 제가 담근 김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신랑도 너무 좋아한다면서, 글쎄 저한테 팔면 안되겠냐고 하네요. 어떻게 그래요.
제 김치 천금 줘도 못 팝니다.어떻게 담근 김치인데!! 대신 선물해서 마음까지 덤으로
받을 것입니다. 넘 무거우면 빙판 길에 행여 미끄러지기라도 할까봐 한포기씩
서너번 줬나봐요. 뿌듯. ^^
이렇게 전 반찬 싸고 후배는 현미밥 싸오고, 그렇게 몇번 먹지도 못하고, 후배는
출산에 들어갔답니다. 2.8kg의 건강한 여자 아이를 순산했어요. 정말 쑨풍~
제가 평소 '넌 워낙 낙천적이고 복이 많아서 진통도 별로 없을 거야' 했는데 정말
그랬대요. 어찌나 대견한지. 그리고, 무엇보다!!! 혈당이 정상으로 돌아왔답니다.
임신성 당뇨가 아니라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하는 병이면 어쩌나 걱정 많이 했거든요.
어려운 임신 기간을 당뇨로 몇배 고생하면서 절 웃겨주고 격려해주던 후배가 벌써
그립네요. 얼른 따뜻한 봄이 돌아와서 건강한 후배 얼굴을 봤음 좋겠어요. ^^

바쁘다 바쁘다 하면서도 먹고 사는 건 게을리하지 말아야 진정 82의 여인인거죠.
이게 뭐냐구요? 전 나물을 무치면 이렇게 비닐로 꽁꽁 싸둬요. 골고루 무친다고
무쳐도 양념이 깊이 배어들지 않을까봐 양념 배라구요. 고기 양념도 이렇게 꽁꽁
싸둔후 볶는답니다.

주말의 밑반찬 4종 세트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뭐 항상 비슷비슷하죠? ^^

주말엔 찌게 끓이고, 고기까지 구워 제대로 먹어 보구요. 이날은 동태찌게와 무려
제주은갈치 구이가 있네요.

요즘 남편이 본격적인 작업 들어가기 전 워밍업중이라 점심이나 저녁중 한끼는
집에서 먹어요. 그래서 3절 접시에 반찬을 덜어두고 뚜껑 덮어 냉장고에 넣어두고
출근하죠. 이것은 월요일의 반찬이라 반찬이 무려 6가지로군요! 주 막바지로
갈수록 하나씩 줄어 금요일에는 김치와 김, 계란후라이로 끼니를 떼운다는 슬픈
남편 이야기.

밥만 먹고 살수 있나요? 호떡믹스 사다가 호떡도 구워 봤어요.
일단 동글려서 던져둔 후 바닥이 좀 익고 나면 호떡누르개로 살살 눌러줘요.

그래야 파는 호떡 처럼 가운데에 작은 동그라미가 생기거든요.
아, 진짜 맛있었어요! 전 설정샷을 위해 찢은 저 호떡 한장 먹은 기억 밖에 없는데,
그렇고 보니 산처럼 쌓인 저 호떡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12월 창사기념일에는 어김없이 나오는 쌀 한가마니. 20kg 두 포대는 시댁 보내고,
저희는 40kg 먹는데, 그래도 남는 게 생겨요. 새쌀은 페트병에 넣어 보관하고, 남은
쌀은... 작년에 기억하시나요? 저 쌀 해치우느라 막걸리 공장 열었던.

매번 막걸리 들고와 회사에 돌릴 수도 없고, 남은 막걸리 혼자 처치하려니 술병 날
거 같아 막걸리는 이제 그만. 떡집 가서 가래떡 뽑아 왔어요.
아, 진짜 얼마나 맛있던지. 일부는 따뜻할 때 몇개씩 나눠서 냉동실로 직행, 그리고
같은 아파트 사는 지인들께 선물도 했어요.

설날 지나고 5일 후면 남편 음력 생일이에요. 울셤니 만삭에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남편이 장남이니 새댁이라 꾀도 못 피우셨을텐데.

평일에는 미역국과 밥으로 간단히 떼우고 지난 주말에 남편 생일상을 차렸어요.
마침 지난 주 목요일인가 회사 식당에서 '콩나물데이'라며 콩나물 한봉지를 공짜로
나눠주었답니다. 그래서 보라돌이맘 흉내 함 내볼라...했더니만 신문지가 없네,아으.
저런 건 신문지 깔아야 먼가 고수 포쓰가 나는데, 저건 완전 소꿉장난 수준이로군요.
보름까지 먹으려고 포항초 두단 사서 손질했어요.

생일상 준비중인 재료들. 불린 미역, 목이버섯, 불린 당면과 손질한 나물류.

제가 미역국 끓이는 방법은요 정말 간단해요. 질좋은 한우 사태를 사와서 겉이
익도록 다진 마늘과 함께 달달 볶아요. 미역국에 마늘 안넣는다는 분도 있던데,
전 엄마 한테 이렇게 배워서요. 고기 질이 좋아야 국물 맛이 깊답니다.

그리고, 불린 미역을 넣고 달달달. 오래 볶아야 구수하답니다. 김치찌게도 미역국도
전 충분히 볶아준 후 물을 부어 줘요. 간은 국간장으로 보구요. 이날 미역국 진짜
끝내줬다고, 남편이 극찬을 했더랬지요.

설날에 시댁 갈때 갈비찜 재워 갔는데, 인기 좋았어요. 갈비를 한번 삶아준 후, 갖은
양념 재워서 이틀 정도 뒀다가 쪘더니 야들야들하고, 깊은 맛이 나더라구요.

새우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특별히 새우전도 했어요. 아우, 새우 손질해서 반 가르는
거 왜 이렇게 힘들대요? 반 가르기 노하우 전수해주실 분 없나요?

한꺼번에 여러가지 음식을 하려니 얼마나 힘들던지. 보라돌이맘님 생각이 몇번이나
났는지 몰라요.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그 와중에도 잡채용 홍두깨살 야념이랑 나물들은 꽁꽁 싸두고.

어렸을 때 엄마는 잔치상에 올리는 잡채엔 꼭 목이버섯을 넣으셨어요.
매번 표고버섯 넣다가 문득 그게 생각나 이번에 처음으로 목이버섯을 넣어봤는데,
와우~ 잡채 격이 남다르더라는! ^^; 목이버섯은 불려서 고기 볶을 때 마지막에 넣어
함께 볶아줬구요, 당면은 아주 충분히 불린 후 뜨거운 물로 샤워 시켜줬어요.
혜경쌤이 희망수첩에 적으신 거 보고 그때부터 이 방법을 쓰는데, 잡채가 탱글탱글
살아있는 것이 당면 삶는 방법 중 가장 만족스러워요.

갈비찜에.

갈비찜 남은 건 다음날 점심에 이렇게 볶아 먹었답니다. ^^
감자, 양파, 호박 넣어서. 때깔나는 갈비찜 보다 이게 훨 맛있어 보인다는 분,
틀림없이 있을 걸요? 남은 재료 찬밥 볶음밥은 진리인 것입니다.

면발 탱탱한 잡채.

갓 무쳐낸 나물.

전 삼종 세트.

이 정도면 훌륭한 생일상 아닌가요! ^^v 올해가 남편에게 정말 정말 중요한 해라
생일 당일에 저녁 외식을 하고도 주말에 기어이 생일상을 차렸어요.
그리고, 또 복 많이 들어오라고, 대보름까지 접수하려구요.
실은 발렌타인데이 초콜렛 만드려고 커버쳐 사러 마트 들렀다가 낼모레가 보름
이라는 사실을 알았다지요. 미리 알았기에 망정이지! 오늘 보니 경빈마마님이 미리
올리셨던데, 집에 빨리 들어가야 8시에나 들어가는 직딩 아낙이 날밤 새며 나물
불릴 수도 없고, 얼마나 땅을 쳤겠어요? 다행이 미리 알아서 미리 준비했지요. ^^

건고사리, 건가지, 무청시래기, 건취나물, 건호박, 건토란대 사다가 새벽부터
저녁까지 대략 12시간 불렸어요. 중간에 물 갈아가며 불리다 보니 이것도 노동
이더군요.

제 나물의 비법인 육수. 표고버섯, 황태머리, 사태, 멸치, 다시마 넣어 푹푹
진하게 끓여줬어요.

충분히 불린 나물은 취나물과 시래기는 20분, 나머지는 15분 정도 삶아줘요.

그리고, 찬물에 한시간 정도 더 담가주면 이렇게 보들보들해지죠.

시래기랑 취나물이 제일 어려워요. 제일 오래 불리고, 오래 삶고, 억센 부분이나
겉껍질은 일일히 손질해 줬어요. 원래 묵나물은 입에 거친 맛으로 먹는다지만, 요새
같이 먹을 거 많은 때엔 입에 편한 음식이 아무래도 더 손이 가잖아요. 게다가
남편이 입 안에서 뭔가 거슬리는 걸 안좋아해요.

무나물은요 부서지기 쉬우니까 넘 가늘게 썰지 말고 후라이팬에 담은 후, 육수를
자박하게 붓고 익혀줘요. 자꾸 휘저으면 부서지니까 그 상태로 무가 투명해질 때까지
익힌 후 다진마늘, 다진파, 약간의 소금으로 간해요. 이것도 엄마한테 배운 거.

쨔잔~ 9가지 나물이 완성되었습니다! 아, 뿌듯뿌듯. 얼른 내일이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김에 9가지 나물 다 올려서 입이 터지도록 복쌈 싸서 남편 입에 넣어줄 것입니다!
82님들도 시간 없음 마트에서 사서라도 꼭 복쌈해서 드시고,올해 복 한가득
받으세요. 마트나 수퍼 가니 대보름 나물 많이들 팔더라구요. 부럼도 꼭 깨시구요~
사진은 미모 논란 종결 될까봐 무덤까지 갖고 가겠어요. 흐~ 대신 오늘 점심 도시락 사진
추가해요~ 부럼은 보름 새벽에 깨고 오곡밥은 전날 저녁에 먹는 거라고 하더라구요.
김에 나물과 같이 싸먹을 불고기, 황태갈비, 두부강정 하고 계란말이 했어요. 원래 성이 다른
3집 이상의 오곡밥을 먹어야 복이 들어온다죠? 아무리 머리 굴리고 레이더망을 돌려봐도 그건
불가능하고 그냥 평소 이뻐하던 성이 다른 후배 3인에게 보시하기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