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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결혼식장서

| 조회수 : 9,023 | 추천수 : 104
작성일 : 2010-10-18 14:02:05
#1

문득 어머니 생각이 났다.
‘내 결혼식 때였던가. 동생 결혼식 때였나. 쪽빛 치마를 입으셨지. 아니 저고리였던가.’
‘어머니는 저리 고운 한복을 입고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지금 저 어머니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시려나…….’

토요일 오후, 후배의 결혼식장에서였다.
결혼식 촛불을 켜려 단상에 오르는 양가 어머니를 바라보다
연세에 비해 크신 키에 곱디고운 쪽빛 치마를 차려입은 신랑어머니를 보며
잠시 내 어머니 생각에 빠졌었다.

불과 20여분의 예식이 끝나고 옮긴 뷔페식당에서도 뜬금없이
‘이건 어머니 안 드시던 거고 이건 어떻고’ 하는 생각이 이어졌다.
어머니도 나만큼이나 먹을 게 없으셨지 싶었다. 햄, 소세지, 돼지고기, 닭고기류를 안 드셨고…….
‘그러고 보니. 후후 울 엄마도 꽤 편식하셨다! 물론 새끼들 때문에 그리 하신 경우도 있겠지만’

술도 마시지 않고 샐러드 한 접시로 폐백이 끝나길 기다리는 동안 문득문득 어머니 생각을 많이도 한 날이었다.
쪽빛 치마 때문에.

그날 밤, 어머니 꿈을 꿨다.
함께 먼 여행을 떠나는데 나만 뭔가를 자꾸 놓치거나 찾지 못해 애태웠었다.

실컷 어머니 생각하게 해준 신혼부부 데려다 언젠가 이런 밥상이나 차려줘야겠다.
소주 한 병 곁들이면 신랑 녀석은 좋아할 텐데 각시는 모르겠다.








* 찐 고등어, 허브잎 얹어 찜기에 쪘다. 굽는 것보단 기름기가 없고 단백하다.
  반주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소주 안주로 그만일 거다.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sally
    '10.10.18 2:50 PM - 삭제된댓글

    어느 분의 주례산데 어쩜 저리 구절구절 옳은 말씀만 하시는지요.
    근데,
    본인 것도 아닌 남의 주례사를 저렇게 옮기신 오후에님은...
    천재거나, 혹 본인이 주례를....(하시기엔 아직 연차가 아닌 것같은데...)

  • 2. 은랑
    '10.10.18 4:11 PM

    들어본중에 가장 공감되는 주례사네요
    본인이 어른이고 행복해야 옆지기와도 그럴수있겠지요.

  • 3.
    '10.10.18 4:23 PM

    와 주례사 진짜 와닿네요.
    두고두고 읽어봐야겠습니다 ^^

  • 4. 스미스요원
    '10.10.18 5:08 PM

    헉..
    정말 최고의 주례사군요.^^

  • 5. 초록
    '10.10.18 8:47 PM

    오후님의 `어머님 사모글' 은 언제 읽어도 마음이 짠합니다.
    글만 보고도 오후님 어머님의 모습이 눈에 어린어린 하군요.
    오늘도 저밥상, 그저 그림의 떡임이 아쉬워.......하지만 즐깁니다.

  • 6. 어림짐작
    '10.10.18 10:17 PM

    남편 때문에, 아내 때문에 행복해지는 일은 없다.....
    맞는 말씀입니다.

  • 7. 후라이주부
    '10.10.19 9:14 AM

    진작에 알았더라면... 하는 미련한 아쉬움 있지만,
    또한 겪었던 시절이 있기에 위의 주례사에 끄덕일 수 있었어요.

    이런 주례사로 시작하는 새내기 부부는 so lucky하군요.

  • 8. anabim
    '10.10.19 1:49 PM

    주례사가 정말 감동입니다. 누구의 희생을 딛고 행복해 지는 일은 없어야지요. 복사해서 나눠읽고 싶네요
    저리 좋으신 주례선생님이 뉘실까요?

  • 9. 윤은지
    '10.10.20 1:00 AM

    결혼 9년차 ,남편때문에 힘들어 하던차에 이 글 읽으니 마음의 위로가 됩니다. 혼자 있어도 아쉬울것 없고 이 구절을 제것으로 만들어야 할듯한데요..

  • 10. simsull
    '10.10.21 9:06 AM

    옥수수는 어떻게 해놓으신건가요?

  • 11. atomcandy
    '10.10.26 2:16 PM

    결혼19년차,
    처음엔 가족은 목숨바쳐 사랑할.. 이었는데,,
    지금도 물론 그렇지만,,
    사랑보단 희생과 봉사이지 않았나 싶은게
    가끔은 힘겹기도..
    윗분 simsull님은
    같이 근무했던적도, 저의 전임자였던 분이시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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