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어머니 생각이 났다.
‘내 결혼식 때였던가. 동생 결혼식 때였나. 쪽빛 치마를 입으셨지. 아니 저고리였던가.’
‘어머니는 저리 고운 한복을 입고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지금 저 어머니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시려나…….’
토요일 오후, 후배의 결혼식장에서였다.
결혼식 촛불을 켜려 단상에 오르는 양가 어머니를 바라보다
연세에 비해 크신 키에 곱디고운 쪽빛 치마를 차려입은 신랑어머니를 보며
잠시 내 어머니 생각에 빠졌었다.
불과 20여분의 예식이 끝나고 옮긴 뷔페식당에서도 뜬금없이
‘이건 어머니 안 드시던 거고 이건 어떻고’ 하는 생각이 이어졌다.
어머니도 나만큼이나 먹을 게 없으셨지 싶었다. 햄, 소세지, 돼지고기, 닭고기류를 안 드셨고…….
‘그러고 보니. 후후 울 엄마도 꽤 편식하셨다! 물론 새끼들 때문에 그리 하신 경우도 있겠지만’
술도 마시지 않고 샐러드 한 접시로 폐백이 끝나길 기다리는 동안 문득문득 어머니 생각을 많이도 한 날이었다.
쪽빛 치마 때문에.
그날 밤, 어머니 꿈을 꿨다.
함께 먼 여행을 떠나는데 나만 뭔가를 자꾸 놓치거나 찾지 못해 애태웠었다.
실컷 어머니 생각하게 해준 신혼부부 데려다 언젠가 이런 밥상이나 차려줘야겠다.
소주 한 병 곁들이면 신랑 녀석은 좋아할 텐데 각시는 모르겠다.






* 찐 고등어, 허브잎 얹어 찜기에 쪘다. 굽는 것보단 기름기가 없고 단백하다.
반주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소주 안주로 그만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