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요즘 온 몸으로 가을을 느끼고 있어요....
아침 저녁으로 싸한 공기, 알록달록 변해가는 나뭇잎, 거리에서 총총 걷는 바쁜 발걸음들....
그 보다도.... 그냥 온 몸으로 파고드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런..느낌들 속에서 가을임을 실감합니다...
가을이구나... 가을이 깊어가고 있구나....
오늘 아침에는.... 가장 자주, 흔하게 해 먹으면서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평범한 것들 위주로 밥상을 차렸습니다.
우선.... 감자가 싹이 나더라구요.... 그래서 갈아서... 감자전 부칠 준비도 하고..
감자 작은 것 두개 갈았는데요... 당연히 물이 생깁니다. 그래서...물기를 없애줄 만큼만... 감자전분과 튀김가루 넣어주었어요.
감자 전분만 넣어주어도 되는데... 튀김가루도 아주 약간 넣어준 이유는... 감자전에.... 부재료를 조금 넣을려고요..
감자전분 2: 튀김가루 1 정도의 비율로 섞었습니다.

바로... 애호박하고 홍고추입니다...
약간의 씹히는 맛과 색감을 위해서 넣어준 거구요.

프라이팬에..기름 넉넉히 두르고..열이 오르면.. 감자전을 작은 숟가락에 살포시 떠서 팬에 올립니다.
너무 약한 불에 하시면... 기름이 많이 먹어서... 느끼하므로 적당히 센불에서 하시는 것이 좋아요...
첨에 넣은 것은 벌써 아래부분이 노릇노릇하는 것 보이시죠? 그 정도의 불로 구우시는 것이.... 좋아요.

넣은 순서대로 익는 것이지만 이걸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요즘 마이클 센더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이 베스트셀러로 인기를 끄는데...(저 이 책.... 대출예약해놓고 순번 기둘리는 중이에요..)
요즘 각 기업들은 능력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고 대학에서도 실력있는 교수는 우대하는 성과급제를 도입한다고 하지만...
우리 가정에서 공부잘하는 실력있는 아이에겐 좋은 반찬에 밥도 더 주고... 공부 못하는 아이에겐 너 굶어라 하지 않잖아요. 건강한 아이와 아픈 아이가 있을 때.. 더 보살펴주고 챙겨주는 건 당연히 아픈 아이고요...
이렇듯 생활 각 분야마다 정의의 원칙도 각각 적용되야함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한 줄 세우기의 사회로 점점 치닫게 되면서.. 어쩜 우리 사회나 가정에서도 능력지상주의에 따라 가는 것은 아닌지요..
그래서 좀 덜 착하고 문제가 있더라도... 우선 내 아이가 공부만 잘 하면 모든 게 용서되는 가정이 늘어가는 것은 아닌지요...

감자전 하나를 부쳐도..... 어떤 건 빨리 익고 어떤 건 덜 익는데...
각각을 좀 더 따뜻한 시선을 보듬어 배려해주는 것 또한 정의는 아닐지.... 잠시 딴 생각도 해가면서... 감자전 노릇노릇 부쳤구요.

정말 우리가 꿈꾸고 아름다운 정의란 무엇인지..... 요?

어제.... 춘천 닭갈비 해 먹을려고 재운 닭고기..일부 남겨두었다가..오븐에 굽고...
두부 조금 남은 것.... 냉장고 깊숙이 들어앉아..혼자 동태놀이를 하시고 계시길래...꺼내.... 역시 팬에 구워주었어요.
역시 뭐니 뭐니 만만한... 된장찌개도 끓이고요.
된장도 어제 닭갈비 할려고 만들어놓은 멸치국물이 있었거든요.


사시사철...된장찌개만큼 만만하게 자주 먹으면서도 맛이 좋은 음식이 있을까요?
언제 먹어도...물리지 않는 그 맛... 김치랑 된장찌개....
전 이럴 때 한국인으로 태어났음에 올레~~ 합니다..츰 단순한 듯^^

역시 만만한 멸치볶음...
멸치 한줌..식용유 아주 조금, 깨소금과 엿장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후다닥 만들 수 있는 완소 멸치볶음..
사진으로 찍어놓고 보니...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 왜 떠오를까요? 저만의 정신세계??? ㅎㅎ
그러고 보니..오늘... 클래식 감상하러 가는데... 푸치니의 마농 레스코 보고 들으러갑니다...
푸치니는 베르디의 영향을 받고선 작곡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해요..

가지 나물도 무쳤어요... 가지 튀김도 좋지만..역시.... 쪄서 무친 것이 맛도 순하고 기름기도 없고 더...좋거든요.

두부에... 엊그제 콩나물밥 해 먹었던 양념장을 얹었는데... 방금 한 양념장이 아닌지라... 때갈이 좀 그러네요.


깻잎 조금 남아 있는 것도 간장에 쪄서 놓았고요.

홈메이드 조개젓도.... 올라와 있네요.

이리 저리 차려놓으니 상도 그득~~
아이들도 내심 흡족~~ 잘 먹습니다.

특히 막내가 좋아하는 떡볶이...
하지만..담부터는 이렇게 하지 말아달라고 하네요.
이유인즉... 버섯 향이 떡에 배어서 싫답니다.. 별스럽긴...

요런 건 언제 어떻게 해주어도..별 말이 없지만요...

그냥 감자만 갈아서 부친 것 보다.. 부재료를 기분 내키는대로 바꿔서 만들어주는 감자전도 참 좋습니다.



오늘도 이렇듯 잘 먹고.....
후다닥 치우고.... 밥상 이야기도 후다닥 빨랑 올리고...
전 클래식 감상하러... 여성회관으로 고고씽합니다....
참 좋은 계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