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요리책을 샀다.
그리고 화려한 사진만큼이나 놀랐다.
오일이며 식초며 향신료에 각종 소스까지 듣도 보도 못한 양념류가 그리 많은지,
누군가 손에 쥐어 줘도 ‘이게 그건가?’ 하겠더라.
참기름, 들기름, 올리브유, 감식초, 맛간장, 햇수도 잊은 조선간장 반병,
배 즙, 고춧가루, 들깨, 소금, 함초, 설탕, 후추, 강황 정도가 맛을 더하는 양념류로 더 있고
냉장고에 들어 있는 다진 마늘, 마요네즈, 케첩, 채식조미료
이 정도면 우리 집도 갖출 것 다 갖추고 있을 것 다 있다 생각했는데
와우~ 요리책대로라면 나는 뱁새다.
식재료와 주방기구에선 절망했다.
일단 베이킹 기구가 전무하다. 소개되는 레시피 대부분이 고기나 어류가 들어있다.
‘이렇게 사람들이 고기를 많이 먹나!’ 하는 생각이 들만큼 고기요리가 많았으나,
애초에 채식 요리책을 산 게 아니니 ‘요리 아이템 구한다.’는 자세로 열심히 재밌게 봤다.
그리고 요리책을 덮으며 독후감을 썼다.
“설탕은 왜 이렇게 많이 넣는 거야, 안 들어가는 음식이 없네.”
그래도 K를 위한 아이템 몇 가지는 얻었다.
#2

여동생이 처음으로 오이지를 담았다고 가져왔다.
“잘 못하면 무르고 이상해진다 해서 소금을 얼마나 넣었는지 무지 짜.”
“물에 한 참 담갔다 먹어, 그래도 짤지 몰라.” 라며 놓고 간 오이지다.
어머니 계셨다면 친정엄마에게 가져가 자랑도 하고 잔소리도 들었을지 모를 녀석의 오이지다.
“오이지가 잘 못 될게 뭐 있어 그냥 짭짤하게 담으면 되지.”하며 심상하게 받아들였었다.
그래도 짜다 하니 전날 잠자리 들기 전에 물에 담가 두었다.
다음날 아침, 물에 담가 둔 오이지 꺼내 썰고 면보에 담아 꼭꼭 짠 후 들기름과 고춧가루, 파를 넣고 무쳤다.
맛을 보니 쓴 맛이 돌 만큼 짜다. 녀석이 짜다고 신신당부했던 이유를 알겠다.
아무튼 짠 맛을 좀 감춰 보려고 식초를 넣고 다시 무쳤다. 좀 낫다. 대신 오이지 질감이 좀 질척하다.
다음엔 파를 많이 넣고 고추나 양파 같은 것도 다져 넣고 무쳐야겠다.

애호박이라기엔 너무 큰 호박 반 덩이 자르고 가지도 두 개 어슷썰어 호박전과 가지전으로 차린 아침상이다.
전 부치고 남은 계란 물 부침도 했다. 뭐 그냥 버리긴 아까워서. 비록 맛은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