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예정이구요. 임산부가 둘이나 되니, 점심 식단 정할 때 너무 편해요.
임산부 땡기는 곳으로 가면 되니까 고민할 필요 없잖아요. ㅋ
어쨌든 임산부가 둘이나 되다 보니 식사 때 화두는 항상 웰빙 음식이나
환경이에요. 저만큼 살림 내공이 쌓이지 않은 친구들이라 주로 제가 조언을
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음식 만들 때 더 고민하고 신경 쓰게 된답니다.
가능한 소금, 설탕 쓰지 않고, 임산부 힘들지 않게 간단하고, 간편하게 조리
하는 법을 고민하죠. 뭐 고민만 하고, 아웃풋은 별로 없어요. ^^;
이제 곧 남편이 긴긴 온에어에 들어갈 예정이라 앞으로는 반찬 가짓수 줄이고
(원래도 단촐 했음서 핑계 대시긴) 한 그릇 음식 위주로 식단을 차릴 예정입니다.

콩이랑 콩 삶은 물을 1회분 씩 냉동 시켜 놓으니 넘 편해요.
밤 늦게 들어와 배가 출출하면 남편이 라면을 찾곤 하는데, 라면 먹는 거 넘
싫어 하거든요. 대안도 없이 주린 배 감싸 안고 자라할순 없잖아요. 콩국수가 딱!

콩국수만 주기 심심해서 후딱 김치전도 부쳤어요. 돼지고기는 미리 한번 살짝
익혀주구요. 그냥 냉동시켜 둔 삼겹살 있음 전자렌지에 해동 시키면서 익혀도 돼요.
재료는 가능한 같은 크기로 썰어... 아니 잘라줬답니다. 티 나죠? 가위로 숭덩숭덩.
초보와 고수의 차이는 이거죠. 고수는 칼맛을 아는데, 초보는 주로 가위 부터 손이
간다는. ^^; 밀가루에 다른 간 안하고 김치국물만 넉넉히 넣었어요.

그리고, 후딱 부쳐서 한상. 이거 이렇게 차리는데, 30분도 안 걸려요. 콩물은
분쇄기가 갈고, 전은 후라이팬이 익히고, 전 그 사이서 가끔 멍 때리기도 하고~

도자기 꺼낸 기념으로 오늘은 국화 꽃입니다~ 골라 띄우는 재미가 있죠.

장터에서 햇감자 내음이 솔솔 풍기는 때쯤이면 늘 갈등에 빠집니다. 저 어마어마한
양의 감자를 나도 함 박스 째 사봐? 마트표 감자는 영 맛 없어 보이고, 후기들 읽으면서
침 꼴깍꼴깍. 그런데 사다놓고 안 먹으면 어째요.
그래서 지난 주말에 감자를 7개 사왔어요. 마트에서 감자 사면 이거 하난 좋아요.
크기를 내 맘대로 고를 수 있다는 거. 암튼, 그래서 1주일 안에 감자 7개 다 먹어
치울 수 있으면 박스 째 구입을 허하기로 했어요. 단, 절대 한가지 메뉴로 해선 안돼요.
감자 한박스 다 먹어 치우려면 다양한 메뉴 개발이 필요해요. 자자, 그럼 감자 나갑니다.

스테이크에 감자 브로콜리 수프를 곁들일 거예요. 먼저 양파를 동글 동글 저며서 사용
용도에 따라 나눠놔요. 동글 동글 납작 납작. 오른 쪽 양파 두개는 뭐할지 궁금하시죠?
에이, 아시잖아요. 이쁜 짓 할거~

조 위에 칼이 말을 안들어 못난이 된 것들은(연장 탓) 깍뚝 선 감자와 함께 믹서기에
드르륵 갈아줘요. 뭐 감자를 삶아서 으깨기도 하고, 살짝 삶은 후 갈기도 하지만 그럴
필요 없어요.

간 감자와 양파를 뭉근히 끓여줘요. 그리고, 1대 1분량의 우유를 붓고. 우유 부으면
탈 수 있으니 약한 불에 은근히 전분 때문에 눌어 붙지 않도록 자주 자주 저어 줘요.
그리고 얼려둔 생크림 세조각 퐁당 퐁당.

살짝 데친 브로콜리를 동동 띄워주면 건강한 맛 감자 브로콜리 수프 탄생입니다.
감자 향도 나고, 고소한 생크림 맛도 나고, 느끼하지도 않고 담백해요.

그래도 명색이 주말인데, 감자 수프가 메인일 수는 없겠죠? 스테이크 했어요.
근데 웬 불고기감? 지난 주 네*버 대문에 뜬 슬라이스 등심 스테이크를 응용해봤어요.
누군지 링크 걸고 싶은데, 대충 봐서 이름도 기억이 안나고, 다시 검색하니 없네요.
좋은 아이디어 감사하다고 컴터 앞에 대고 크게 외쳐봐요~
원 조리법에는 등심 슬라이스인데, 그렇게 썰기도 힘들고, 그렇게 썰면 모양이 맞지
않는 고기들은 버려야겠더라구요. 그래서 전 걍 불고기 감으로 썰어 달라 했어요.
그런데!!! 왜 고기 사러가면 300g 달라 하면 꼭 400g에 가까운 300g 대 고기를 담아
주는 거냐구요. 400g 달라고 했는데, 500g을 담아 주시는 거예요.
- 넘 많아요. 덜어주세요.
- 아니 좀 더요.
했더니, 이것도 두 사람이 먹기에 넘 적어요. 하시네요. 그래서 얼결에 혼자 먹을 건데요.
했다는. 순간 아줌마 고기 덜어내다 말고 절 휙 보시네요. 여자 강호동이냐. ㅋ
어쨌거나 달라는 대로 주셨음 좋겠어요. 넘는 거 서비스로 주시는 것도 아님서.

정말 얇죠? 찢어지기 쉬우니 조심 조심. 흡,저렇게 보니 장갑이 무시무시 하군요.

그냥 들고 하면 힘들구요, 이렇게 도마 위에 고기를 편편하게 펴줘요. 얇으니까 모양을
맘대로 잡을 수 있어 좋아요. 다른 데서 찢어다 군데 군데 메꿔주기도 하구요.

동글 동글. 상태가 제일 좋은 것 서너 장은 미리 빼놨다가 맨 마지막에 말아줘요.
그래야 옆면 마무리가 깔끔하거든요.

납작하게 눌러줍니다. 서로 잘 붙어 있도록 꾹꾹. 옆면이 깔끔하죠?

굳이 이렇게 한 이유는 안심은 기름기가 넘 없어서 살짝 퍽퍽하고, 등심은 좀 질기잖아요.
또 등심으로는 모냥 내기도 힘들고. 아, 네, 이쁜 스테이크 만들어는 보고 싶고,
안심은 비싸고 그래서 그렇다고 자백 합니다.

반으로 갈라줘요. 단면이 매그럽지 않네요. 다 연장 탓이죠. 고기집 칼처럼 날렵한
칼이 있음 저도 단칼에 쓱- 베어낼 수 있다구효. 아니, 그럼 칼을 좀 잘 갈던가. -_-

어차피 쟤네는 바닥으로 갈거니까 괜찮아요, 괜찮아요 하면서 오븐으로.
두꺼워서 잘 안 익으니까 오븐에 애벌 구이 해줘요. 160도에 음.. 몇분이더라. 그냥
상태 봐가면서... ^^; 전 오븐 요리 할때 타이머는 거의 안보구요, 그냥 상태를 봐요.
오븐 뚜껑 열고 들여다 보면 쉪 같지 않나요? 음하하하

동글 동글 잘 썰은 양파는 올리브유 살짝 두르고 볶아 주구요.

오븐으로 미디엄 웰던으로 익힌 등심은 겉이 잘 익도록 후라이팬에 한번 더 구워 줬어요.

스테이크 올리고, 그 위에 볶은 양파 올리고, 그리고! 양파 안에 소복히 담긴 계란 후라이.
이쁜 짓 맞죠? ^^

밥은, 굴러 다니는 종이컵(이건 왜 있는지 모르겠어요.)에 밥, 다져서 물기 쪽 짠 김치 꼭꼭
눌러 담았다가 팍 엎었어요. 모양 지대 잡혔죠? ^^

이 상차림을 보자마자, 늘 기대하던 울 남편 맥 풀어져 힘없는 한마디 합디다.
- 우리도 외국 사람 처럼 소량씩 먹는 거야?
먹다 배 터져 죽는 줄 알았을 거예요. ㅋ 디게 양 많아요. 소고기만 400g이라니까요~
전 3분의 1만 먹구. 흐흐
근데... 저 그릇.... 엄마 돌아가시고, 한참 지나 이사 갈대 냉장고 위에서 발견했어요.
척 열어보니 얼마나 심플하고 고급스럽던지... 얼마전 딱 한번 꺼내 먹고, 이번에 좀 꼼꼼히
봤더니, Mikasa 그릇이더라구요. 저 미카사 잘 몰라요. 82cook 검색 해보니 있더라구요.
아는 분들이. 나름 유명한 그릇인가봐요. 엄마는... 저 결혼하기 4~5년 전부터 그릇이나
냄비를 모았답니다. 저 결혼하면 주겠다고...
이쁘죠? 참 고급스럽죠? 깨끗한 그릇에 엣지 있게 금테를 두른... 딱 울 엄마 같아요...^^

이렇게, 노른자 흘려 넣으면 웬만한 소스 부럽지 않아요. 소스, 양념 줄이자!는 요즘 모토에 딱!

이렇게 한입~ 먹음직스럽죠? 흐~

간만에 멸치 손질도 좀 했어요. 요리의 기본은 육수잖아요.

다른 분들은 어찌 하는 지 모르겠는데, 전 가운데 내장 부분만 떼어 내고, 머리는 남겨 놔요.
어두일미라는데, 아무리 멸치라지만 그래도 생선인데, 머리가 쫌 제 역할하지 않을까 싶어서. ^^;

주말 마지막 저녁, 감자 요리에 또 도전 해야죠. 이건 무얼까요? 다행이(?) 남편이 저녁을 부실히
먹고 왔대요. 후다닥 구상하고 있던 요리를 시작해요. 강판에 감자 3개 갈았어요.

강판에 간 감자를 꼭 짠 감자물을 잠깐 놔두면 이렇게 전분과 물이 분리 돼요. 윗물은 따라버리고
전분은 짜둔 간 감자와 합쳐요. 검색해 보니 넘 꼭 짜면 감자 옹심이가 딱딱해진대요.
첨에 아낌없이 꼭 짰다가 저 전분 합칠 때 물을 넘 따라 버리지 말고 같이 넣어 반죽하심 좋아요.

그리고, 이렇게 동글 동글 빚어줘요. 다른 거 암~거뚜 안 넣어도 돼요.

전날 먹은 등심을 마늘 다진것과 달달 볶아 육수 준비.

다시마, 멸치, 표고 버섯(전 고기 육수일 때는 표고 버섯을 넣고, 해물 육수 일때는 새우나
홍합을 넣어요.)을 넣어 육수를 낸 후, 팔팔 끓을 때 옹심이를 퐁당 퐁당 투하해 줘요.

옹심이가 투명하게 익어 떠오르면 양파, 호박 등을 넣어 주구요. 집에 있는 야채 암꺼나 넣어
줘도 맛있어요.

흐~ 이거 진짜 별미랍니다.

어찌나 쫄깃한지. 정말 이런 쫄깃함은 밀가루 수제비로는 상상도 못해요.

주말에도 일하다 늦게 들어온 남편, 야식으로 주었는데, 세상에...국물 맛있다며, 저거 다 먹고
밥 한공이 말아 먹었다는. 육수를 냅시다, 육수를~

근데 요즘 제가 완소 하고 있는 거, 열풍 블루베리예요~ 선거 하면서 야밤에 눈이 침침해지더니,
노안이 일찍 오는 건지 눈이 가끔 껌뻑껌뻑 한답니다. 마침 블루베리가 인기인데, 장터는 뭘
사야 할지도 모르겠고 넘 비싸네요. 그래서 일단 이마트에서 냉동 블루베리를 함 사봤어요.

믹서에 우유와 냉동 블루베리를 넣고 갈았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잔이에요...
이것도 어디 사은품으로 받은 건데, ,고흐의 그림이 있어서... 고흐는 울 엄마 같아요.
50살 갓 넘긴 연세에 홀연히 가신, 그림에 마지막 생의 혼을 쏟아 부었던 우리 엄마...

4월 27일이 엄마 생신이었어요. 60번째 생신... 전 그때 선거 때문에 휴가는 꿈도 못 꿨답니다.
아, 그건 어쩌면 핑계였을지도 몰라요. 저 엄마 산소 가기 싫어요. 불효녀죠. 엄마 돌아가신
그 날도... 새벽에 여의도 성모병원 응급실에 엄마를 뉘였는데, 거기 뉘어 있는 딱딱히 굳은
사람이 엄마라는 게 실감이 안나더라구요. 간호사 분이 몇번이나 '왜 보호자가 자꾸 자리를
비워요!'하면서 저를 타박했던 기억이 나요.
임종도 못한 불효자... 저랍니다. 울 엄마, 마지막 따뜻한 온기를 손 끝에 남길 기회도
주지 않고 갑작스럽게 가셨으니까요.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상상만 해도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던 때에 내 일상의 호흡 같던 끈끈한 사랑에 사형 선고를 하고 가신 엄마...
엄마가 넘 이뻐하셨던 사람이 남편이에요. 남편과의 만남도 엄마 덕에 이뤄졌거든요.
울 남편... 이뻐할 수 밖에 없어요. 엄마 생신에 산소를 가야 하나 말아냐 하나, 이 바쁜 와중에
휴가를 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어두운 표정으로 나서는데, 그이가 웃을 일 있을 거라 하더군요.
그리고, 점심 때쯤 저 사진이 핸드폰으로 전송돼 왔어요.
- 어머님 잘 계시다. 너도 힘내라.
뚜벅이라 산 넘고, 물 건너야 엄마 산소 갈 수 있는데... 저 참 결혼 잘했죠? ^^ 엄마도 편히
눈감고 쉬시겠죠? 이전에도 글 썼지만 엄마의 생애 마지막 말씀이 '재문이 건강하고, 울딸
행복하다니 엄만 더 바랄 게 없다' 였거든요.
6월 말에 엄마가 돌아가셔서 그런가 여름이 늘 너무 뜨거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