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핀아줌마예요.
오늘은 지난 6일날 백일이 된 우리 딸래미 백일상들고 이렇게 찾아왔습니당~^^
태어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백일이 지났어요.
그동안 함께 옆에서 지켜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집으로 초대를 했답니다.

백일떡으로 송편도 한다길래 만들어봤어요.

쌀가루는 한국마트에서 사고 색은 자색고구마가루, 백련초가루 그리고 단호박가루가 없어서 당근 쥬수로 대체했구요. 근데 이거 함부로 할짓 아닌것 같아요. 요만큼 하는데 몇시간이 걸렸나 몰라요 ㅜㅜ

사실 우리 딸 저와 제 남편에겐 참 특별한 딸이랍니다.
물론 모든 부모에게 자식은 특별하겠지만요...
우리 딸은 태어나기 훨씬 전 부터 특별했었어요.
보기엔 참 건강하고 아무렇지 않아보이지만
생후 3일만에 수술을 받았어요. 것도 심장수술을...
물론 태어나기 전에 수술을 해야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 사실을 알게된 순간부터 태어나는 날까지 정말 하루하루가 얼마나 두렵고 걱정되고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답니다.
하루라도 눈이 마를 날이 없었으니까요.
괜찮다가도 뱃속에서 꿈틀거리는 아이를 보면서 '건강할 수 있을까?', '얼굴을 볼 수나 있을까?','힘들진 않을까?','태어나면 내 품에 안아 볼 수나 있을까?'...
심장이 이상이 있단 사실은 20주째 즘에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의사들은 하나같이 태어나면 괜찮아지는거니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마냥 안심하고 꾸준히 정밀검사 다녔어요.
그리고는 아이를 낳을 대학병원에 검진겸 수술날짜 정하러 34주째에 갔는데...
하늘이 무너지는 소릴 들었지 뭐예요.
2월달부터 새로 온 전문의였는데 이사람 하는 소리가 여태것 알고있던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바로 입원을 해야할것같다는거예요.
다행이도 이날 입원은 하지 않았어요. 약만 처방받고 2틀에 한번씩 대학병원에서 정밀검사 받기로 하고 집으로 왔는데, 이날 저와 제 남편 제정신이 아니었답니다.
그동안 태어나면 괜찮을거라는 의사들의 말과는 달리
'아이가 태어나면 아마도 수술을 받아야 할 것 같다며 게다가 37주는 넘겨서는 안될것이다' 였어요.
게다가 이런 케이스에서 아이가 뱃속에서 사망할 확률이 20%라고....
허걱!!!

빠져서는 안되는 백설기도 하고.
쌀가루 두번 체쳐야한다길래 했는데 체가 작아서 체치는것만 반나절은 걸렸나봐요.
글씨는 코코아가루 많이 섞어서 빚어 올렸는데 의외로 괜찮더라구요.

암튼 예정일보다 2틀 앞당겨 갑자기 제왕절개를 하고 아이는 태어났답니다.
부분마취를 했는데 마취를 마치고 수술대에 눕는 순간부터 갑자기 왜 이리도 눈물이 나던지요...
수술대에 누워있는 기분 참으로 묘하더군요. 무섭기도 하고...

백일 당일에는 아빠도 출근하고 해서 아줌마들이랑 모여서 함께 간단한 점심을 나누었어요.
그냥 전요리 조금하고 잡채에 소불고기정도.
왜 부분마취를 했냐구요?
아이가 태어나고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는 순간까지도 얼마나 가슴이 조마조마했는지 몰라요.
'과연 저 아이가 태어나면 내가 내 품에 안아보게 될 수 있을까?'
하구요...
태어나서 회복실에서 잠시 아이를 품에 안아볼 수 가 있었어요.
의사샘님이 사진을 찍어주더군요.
그러고는 아이는 바로 소아병동 중환자실로 옮겨졌구요.
마음같아선 아이를 따라 함께 가고싶었지만 마취도 풀리진 않은 상태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겠고,
마취가 풀렸을땐 걷지모 못하겠더라구요.
그저 아이의 사진만 보면서 침대에 누워서 눈물만 흘렸어요.
다른 아이들은 보호자가 옆에 있을텐데 내 딸은 엄마도 없이 혼자 누워있을 생각을 하니 어찌나 미안하고 불쌍하던지...
그 어린것 젖도 한번 물려보지 못하고 보냈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아직도 이때 생각하면 눈시울이 뜨거워져요.

이건 다음날 다른 손님들을 모시고 함께 저녁식사를 했어요.
소불고기대신 이날은 갈비찜을하고 또 잔치집에 빠질 수 없는 사라다도 하구요.
혼자 두아이를 데리고 떡하고 음식 준비하고 할려니 손이 바빠서 이것저것 많이 차리지는 못하고 그냥 타향에서 자주 접하지 못하는 음식을 몇가지 했어요.
백일집 음식 치고는 많이 조촐하죠?
그래도 손님들은 맛있게 드셔주셔서 얼마나 고맙던지요...^^
그렇게 출산 당일은 보내고 담날 부터 아이를 보러 가기 시작했죠.
제왕절개를 했으니 수술한곳이 당연히 아팠죠. 하지만 아이를 보러 가야겠다는 의지가 더 컸어요.
도저히 혼자의 힘으로는 갈 수 가 없어 남편이 오면 진통제를 먹고
휠체어를 타고 산부인과 병동을 나가서 거기서 다시 차를 타고 소아병동으로 갔어요.
병동이 다들 떨어져 있거든요. 게다가 소아병동은 산부인과 병동에서 젤 먼곳에...ㅜㅜ
다행히도 아이가 수술을 받은 후에는 바로 옆건물인 심장센터로 옮겨졌고
한 3일째가 되니 저도 움직이는게 훨 수월해져서 좀더 오랜 시간을 아이와 보낼 수 가 있었어요.
가까우니 남편없이 혼자 갈 수 도 있었구요.
전 일주일 뒤에 퇴원했지만 집에서 쉴 수가 없었죠.
매일매일 병원을 오갔어요. 밤새 유축해 놓은 모유 들고서.
휴가받은 남편과 또 아직 만3살밖에 안된 첫아이를 끌고서요...

이건 후식으로 먹은 노란 수박이예요. 알고산건 아니고 자를려고 보니 겉에 노란수박이라고 씌여있지 뭐예요.ㅋㅋㅋ
맛이요?
글쎄요.
크게 차이가 없는 듯 하면서도 뭔가 2% 모자라는듯.

아이가 태어나고 2주째에 아이도 드뎌 퇴원을 해서 집으로 올 수 가 있었어요.
그러다가 생후 딱 한달이 되면서 수술한곳에 염증이 생겨 또다시 병원에 입원을 했고, 이땐 저도 함께 병원에서 숙박했어요.
첨 며칠은 일인실을 배정받았기에 보호자도 함께 있을수 있도록 침대도 있었고 암튼 그나마 편했는데 며칠후에는 2인실로,
그 다음 날에는 아예 3인실인 영아방으로 옮겨져서 그땐 함께 잠을 잘 수가 없게 되었죠.
한편으로는 오히려 잘 되었다 싶기도 했죠. 이상황에 이런 생각을 하다니 저 참 나쁘죠?
헌데 제가 이렇게 병원에서 먹고자고 하다보니 집도 엉망이 되고 또 첫째도 엄마가 필요한
나인데 챙겨주지도 못하고... 큰아이에게도 너무너무 미안했어요.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면 아침만 간단히 먹고 병원으로 향했어요.
남편과 아이는 중간에 다시 집으로 와 있고 전 하루종일 아이옆을 지켰죠.
운전은 당연히 할 엄두를 못냈고
날씨가 너무 궂어서 그 몸으로는 도저히 일반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가 없었어요.
하는 수 없이 남편이 아이를 끌고 절 병원에 데려다 주고 아이얼굴 잠간 보고 저녁에 또 절 데리러 오고 그런식이었어요.
암튼 그동안 다행히도 아이는 잘 버텨줬고, 2주뒤에 퇴원을 했고
지금은 이렇게 잘 커줘서 너무너무 감사하고 고맙지 뭐예요.
이 작은 아이를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난답니다.
아직은 아무것도 모르지만 서서히 자기 자신을 알아가게 될 나이가 되면 그땐 이 아이가 자기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 엄말 원망하지는 않을까? 저 너무 이기적이죠?
하지만 두렵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참 감사하답니다.
병원에 있다보니 우리 딸래미는 아픈게 아픈게 아니더라구요.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수술은 받아야 하는데
그리 큰 수술이 아닌지라 아주 어릴적을 제외하고는 뭐 한 2틀 정도만 입원해 있으면 된다는 군요.
저희들은 참 행운입니다.
아마도 한국에 있었으면 그 많은 치료비와 수술비 어찌 감당했을까? 앞이 깜깜했을거예요.
헌데 의료보험제도가 아주 훌륭한 이 독일땅에서 살다보니 혜택이 어마어마하네요.
그래서 또 감사하구요.
비록 아이가 아프긴 하지만,
반면 녀석 신체는 아주 건강한것 같아 이것도 감사하구요.
만약 허약한 아이였다면 이모든것을 어찌 이겼낼 수 가 있었을까? 힘들었겠죠?
그러고 보니 참 감사할것밖에 없는것 같아요.
게다가 가족들은 양가 모두 한국에 있지만 많은 좋은 분들이 옆에 계서주시니 외롭지도 않구요.
사실 백일은 그냥 가족들끼리 오붓하게 지내는데
저희는 이런 이유로 조금 난리 법석을 떨었어요^^
저희 그래도 괜찮은거 맞죠?^^

우리 딸래미예요.
딱히 백일이라고 백일사진같은건 없구요.
그냥 제 무릎에서 놀고있는 모습이 넘 이뻐서 찍었어요. 그러니 그 옆으로 보이는 닭살은 슬쩍 못보신걸로...ㅎㅎ
에공
글이 많이 길어졌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들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