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한 여동생네가 온단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시원한 물회를 준비할 생각이었다.
채식하는 H씨 때문에 고기육수나 생선뼈 우린 물은 쓰지 않으니
다시마 몇 조각에 오미자 몇 알 띄워 밤새 우려냈다.
보통 다시마만 쓰는데 시큼하며 야릇한 맛을 더해볼까 해서 오미자도 띄웠다.

밤새 우려낸 다시마 오미자 물에
4인 기준 배 농축액 2큰 술, 고추장 1큰 술, 간장 1큰 술, 식초 2 큰 술을 넣고 잘 저어 김치 냉장고에 넣었다.
이제 애초에 생각했던 한치회 뜨러 가면 된다. 한치 없으면 오징어도 좋고.
주말과 다음주 먹을거리도 살 겸 하나로마트에 갔다.
과일이며 몇몇 찬거리 사고 수산물코너에 갔는데 한치가 없다. 오징어회도 없다.
‘그냥 생물 오징어 살짝 데쳐서 할까? 회감으로 쓸 전복은 있는데 가격이 부담이고
광어물회는 좀 이상하자나 세꼬시도 안되고…….’ 망설이다 어디 회센터 있겠지 하는 생각에 그냥 나왔다.
집에 돌아와 회센터 검색하니 죽전에 있다. 집에서 너무 멀다. 동생에게 전화했다. 출발했단다.
혹시 오는 길에 회센터 있으면 한치나 오징어회 좀 사오라 하니,
J서방 출근해서 혼자 가는데 애들 데리고 주차하기도 힘들어 안 된단다. 그냥 오라 했다.


물회는 물건너 갔다. 이벤트도 물회와 함께 날아갔다.
준비한 육수 아깝기도 하고 그냥 국수 말아 먹기로 했다. 냉국수.
물회 할 때처럼 오이는 채 썰고 상추도 찢고 매운 청양고추는 씨랑 속이랑 빼고 다져 놓았다.
동생이 아이 둘 데리고 오자 미리 끓여 놓은 물에 국수 삶고 준비한 야채 육수에 넣고 얼음도 한 주먹 넣었다.
국수 삶아지자 찬 물에 헹궈 물기 빼고 그릇에 담고 물회용 육수 두어 국자 씩 퍼 담았다.
회가 들어가야 할 자리에 흰 국수가락이 영 어울리지 않았으나 시원한 맛으로 먹었다.
“맛이 이상해, 뭔가 빠진 것 같아 해주던 냉국수와 달라.”라는 H씨의 품평이 있었다.
안 넣던 오미자 맛이 그럴 것이고 만들 때는 몰랐는데 약간 싱거웠다. 매운 맛도 좀 덜했고.
이래저래 물회도 아니고 냉국수로 변신도 실패한 꼴이 되고 말았다.
오늘도 덥다. 그날 못 먹은 물회가 더 아쉽다.
冷氣 철철 흐르는 물회 하나면 냉요리 이벤트는,
메뉴 선택도 그렇고 후후후 음흉한 미소 짓고 있었는데 덥다 더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