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파강회를 만들면서
이래저래 뻥뻥 심란한 소식들만 들리고 말이죠.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겠기에
반찬이라고 만들었답니다.
파강회예요.
쪽파를 끓는 물에 소금 넣고 살짝 파랗게 데쳐서 매듭을 지어 묶기만 하면 끝이죠.
게맛살에 말면 게맛살파강회
데친 맛조개에 돌돌 말아도 맛나구요.
여러가지로 다양한 응용도 가능하답니다.
요즘 쪽파가 싸잖아요. 제철이기도 하구요. 파를 데치면 매운맛은 없어지고 달작지근한 맛이 들어서
참 맛나지요.
반찬거리가 없어서 걱정이시라면 한번 해보시죠.
매듭만 잘 지으면 저렴한 가격에 ( 쪽파 한단에 천원이예요) 누구나 할 수 있는 회(?)가 되겠습니다.
어릴적에 울엄마는 요 파강회를 할려면 저를 꼭 데리고 하셨습니다.
요 매듭짓는 것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죠.
처음에는 재미삼아 신나서 열심히 말아보지만 말다보면 지쳐서 슬슬 도망갈 궁리를 했는데......
엄마가 만들면 단단하고 모양도 예쁘게 말아지는데 늘 도망쳤던 탓일까요?
지금도 모양은 잘 안나오네요.
그시절을 생각하면서 요즘 큰녀석을 수련시키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 달걀프라이를 실습시켰지요.
이제 4학년, 슬슬 수련을 시켜야할 시기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여러모로 가스불을 안전하게 다루는 법도 가르쳐야하고,
아직 칼다루기는 가르치기가 좀 불안해도,
달걀프라이를 할 줄 알면 좀 응용해서 부침개 정도도 할 수 있게 될테고
밥짓기는 할 줄 아니,
밥에 김치, 달걀프라이, 김 이렇게 1식3찬을 차려 먹을 수 있게 될테니까요.
워낙에도 프라이를 좋아하는 녀석은 이번 주 내내 학교다녀와도 간식으로 열심히 부쳐먹더라구요.
이번 주말에는 라면끓이기를 가르쳐볼까 합니다.
1식 3찬 못지 않게 필수인 양식은 라면 아니겠습니까?
가르쳐야죠. 일하는 엄마를 두고 살려면 저도 먹고 살아야하니
그동안은 엄마의 부재시에 도시락을 싸놓는 둥 미리 준비를 해야했지만
앞으로는 갑작스런 부재시에도 대비를 해야하니까요.
전 국민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밥을 지었어요.
지금 생각하니 참 슬픈 일이었지만, 그때는 새로운 어른의 경험에 설레고 즐겁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근데 밥은 어찌어찌 했는데, 반찬을 할 줄 몰라서 집에 있던 떡국떡을 무조건 간장에 졸였더랍니다.
어린마음에 간장에 졸이면 무엇이든 반찬이 된다고 생각했었나봐요.
그 이후에도 기회만 오면 여러 기상천외한 반찬들을 탄생시켰지요.
지금도 식탐이 강한 편이지만 그때도 못지 않았던듯 해요.
굶는다는 생각은 전혀안하고 어떻게든 끼니를 잘 챙겨먹으려고 애썼다는 것이 참 놀랍죠.
핏줄은 속일 수 없는 건가요? 큰녀석도 저 어릴 적 못지 않아요. 먹는 것 하나는 참 열심입니다.
요즘 퇴근해서 보면
미숫가루에 녹차가루를 섞어서 타먹기도 하고
제과용 쵸코렛을 녹여서 호두와 치즈를 섞어먹기도 하고
곳곳에 이런 저런 흔적들을 남겨놓더라구요.
먹을 것에 집착하는 것 같아서 속상하기도 하고, 꺼지지 않는 녀석의 뱃살을 보면서 갑갑하기도 하지만
제 어릴적을 생각하면서 그래 그맘때 그렇기도 하겠지라고 포기하기로 했답니다.
앞으로도 가르칠 것들이 많지요.
조금씩 천천히.....그래서 나중에는 울엄마처럼 시켜먹을래요.
"사비나야! 엄마가 ○○가 먹고싶네." 하고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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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조
'08.10.11 11:02 PM저두 아이 낳으면 절대로 아이와 함께 부엌에서 가르치고 싶어요.
저희 어릴때 엄마는 딱히 저희에게 가르친것은 아니었지만(맞벌이)
부엌에서 무엇을 해도 혼내거나 하지 않으셨어요.
사실 어릴땐 뒷정리는 못하잖아요. 흔적만 잔뜩 남겨놓아도 그저 웃으셨지요.
그게 지금도 넘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 언니동생과 함께 부엌에서 놀던 기억. 좋은것 같아요.
4학년이면 충분한것 같네요^^2. 신갈댁
'08.10.12 12:29 AM저도 초등학교 1-2학년때부터 프라이도 하고 라면도 끓였던거 같아요.엄마가 외출이 잦기도 했고 언니랑 연년생이다보니 쿵짝이 잘 맞기도 해서 둘이서 부엌에서 뭘 잘 만들어먹곤 했죠.ㅎㅎㅎ
4학년때 엄마가 카레 한 번 만들어보라고 해서 만들었던 기억이 나요.엄마가 마루에서 큰 소리로 '감자랑 당근 썰고,양파도 썰고 돼지고기도 좀 썰고...버터에 달달 볶다가 물 부어서 끓여~"그렇게 말씀하시면 그대로 따라하고...결국 처음 만든 카레는 물을 너무 많이 부어서 카레장국이 되어버렸지만 퇴근하고 오신 아빠는 당신이 딱 좋아하는 스타일이라면서 너무 맛있게 드셨죠...ㅎㅎㅎ
지금 아이를 키우면서 생각해보니 아이가 칼 만지고 불켜고 그러는게 무서워서 못시킬거 같기도 한데...ㅎㅎㅎ 그래도 차츰차츰 가르쳐야겠죠.
빨리 딸아이랑 같이 부엌에서 콩나물도 다듬고 불앞에서 후라이팬에 달달 볶으면서 수다떨고 싶어요.3. 빈빈이
'08.10.12 2:35 PM초3 학년생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7살 딸아이들 얼마전 부터 계란 프라이 만드는 연습을 시키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좋아하고 또 아이들이 해서 주는 계란 프라이는 이세상에서 최고로 맛있는 요리랍니다4. 순덕이엄마
'08.10.12 5:08 PM하아~ 맞아요. 저도 어릴적에 엄마랑 마주앉아 파 돌돌말고 그랬는데...
지금 생각하니 가슴리 아련~하며 따뜻해지는 추억이네요. 울 애들도 주방과 친해지게 해야지..^^5. 신데렐라
'08.10.12 7:54 PM아이들에게 요리를 가르치는 것 참 좋은것 같습니다. 4학년짜리 아들이 자꾸 후라이라도 해보려고 하는데 제가 키가 큰 관계로 저희집 가스레인지가 좀 높아서 얼굴에 기름 튈까봐 아직은 망설이고 이거든요. 조만간 시켜봐야겠네요. 저두 초3때부터 엄마도와 김장을 했답니다. 처음엔 재미삼아 나중엔 본격적으로 도와 드렸어요. 그 덕분인지 결혼해 살면서 음식만드는건 겁나지 않고 다들 맛있다고도 하구요 ㅋㅋㅋ 한번 본 요리는 대충 감잡아 만드는 기술도 생겼답니다. 엄마께 감사해야죠. 작은 것이라도 함께하면 가족애가 더욱 깊어지겠네요.
6. 민무늬
'08.10.12 8:32 PM미조님~ 전 남동생을 데리고 놀았답니다. 그래서 한때는 남동생녀석이 요리사를 꿈꾸기도 했었다는.
신갈댁님~ 저도 칼을 쓰게하는 것이 아직도 맘에 썩 내키지가 않네요. 그래도 조금씩 시켜야죠
빈빈이님~전 아직 큰아이만 시키고 있어요. 작은 아이는 구경꾼이자 보조인 셈이죠.
건강하게님~ 맛나게 드세요. 아이랑 돌돌 말면서 수다도 떠시구요.
순덕이엄마님~그렇죠? 엄마와 함께하는 추억 중의 하나가 요리인것 같아요.
신데렐라님~ 전 보조의자를 사용해요. 안쓰는 화장대스툴이 있어서요.7. nayona
'08.10.12 11:36 PM움,,,,
제 딸도 4학년이고 요리 엄청 하고 싶어하는데...
웬지 야가 절 닮아 먹는걸 무지 밝히기 시작해서....
너무 해 먹어 댈까봐 가르치질 않고 있어요.
그러나 좀 시켜야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사실 지지리 먹는거 관심없는 아들을 좀 요리 시켜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8. annabell
'08.10.13 5:16 AM관심많은 울딸은 학교에서 실습을 하는덕에
집에서도 실습을 하곤하는데 왼손 잡이라
칼질이 영~~~어설픈게 흠이라면 흠이네요.9. 민무늬
'08.10.13 9:15 AMnayana님~ 저도 일주일 내내 간식으로 달걀프라이를 해먹을 때는 걱정도 했지만 밖에서 요상한 것들을 사먹는 것보담 나은 것 같아서요.
annabell님~우리 둘째도 왼손잡이라 가위질도 가르치기 넘 힘들었답니다. 그래도 왼손잡이 남편에 따르면 익숙해지면 된다고 그냥 놔두라고 해서...10. SilverFoot
'08.10.13 10:15 AM제 딸이 이제 4살인데요, 요새 한창 엄마 도와준다고 졸졸 따라다니거든요.
저도 직장 다니는지라 그래봐야 주말 정도이긴 하지만요.
어제는 쌀 씻는걸 도와준다길래 그래라 하고 주물럭거리게 놔뒀더니만 손에 묻은 쌀 턴다고 사방에 쌀알을 뿌려대면서 하는 소리가 "아휴, 엄마 내가 안도와줬으면 혼자서 정말 힘들었겠다, 그치" 이러고 있습니다.
어찌나 기가 막히고 웃음이 나던지요.
조금 더 크면 시켜도 안한다고 하겠지요?
저도 꾸준히 잘 훈련시켜야겠습니다요.11. miro
'08.10.13 8:37 PM남편에게 먹고픈 음식 물어보면 파강회..란 대답을 많이 하는데,
결혼한 지 삼년이 넘도록 한번을 못해줬네요.
저는 아이가 없으니 남편을 실습시켜야 할까요? ^ ^;;;12. 민무늬
'08.10.14 1:11 AMSilverFoot 님~ 넘 효녀를 두셨다! 우리 둘째는 아직도 쌀퍼오는 거 좋아해요. 한 10분은 걸려요. 그 쌀 조무락 거리느라 ㅋㅋ
miro님~ 간단하니 한 번 해주세요. 큰 소원 들어주는 셈치고 같이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도 좋을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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