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가장 까다로웠던 입맛의 손님은 양파와 마늘과 고추를 안먹는 손님.
마늘을 빼려니 당최 할 수 있는 한국음식이 별로 없어서 처음부터 한국음식은 접고 그 분이 좋아한다는 걸로만 차렸었어요.
까다로운 사람이 한 사람이면 그리 어렵지 않더라구요.
그런데 이번에 온 손님들은
1) 그 중 2명은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
2) 그 중 2명은 떡볶이 제육볶음같은 매운 한국음식을 좋아한다. (알고보니 3명!)
3) 그 중 2명은 해산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4) 그 중 2명은 매운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아....ㅜㅜ

다국적 모임인 만큼 한국식으로 차리고 싶었는데 소고기를 빼고 매운 걸 빼자니 뭔가 구성이 안되더라구요.
게다가 전 일본분 초대상엔 조금이라도 일본식이거나 일본음식과 비슷한 건 안하거든요.
볶음우동이니 냉우동샐러드니 캘리포니아롤이니 김밥이니 그냥 다 하기가 싫어요;
일본에서 '한국풍'이라고 해서 파는 것들 보면 제 입엔 다 어정쩡한 맛이라 그런 거 같아요.
비슷한 이유로 중식도 제외 ^^;
그러니 정말 할 게 없는 거에요 ㅠㅠ

고민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냥 이도저도 아닌 컨셉으로 ㅎㅎ
개인 세팅도 그냥 포크 나이프 놓아버렸어요.
당일엔 허둥지둥할 게 뻔해서 전날 저녁에 식탁보깔고 상 차려놨는데
포크 나이프 놓고 나니 잡채도 빼야겠단 생각에 머리가 지끈지끈~~

자주 안쓰는 부엌용품은 다 소파 아래 수납상자에 들어있어요.
서빙 스푼이니 포크니 주섬주섬 다 꺼내놓고...

날이 밝았네요...^^
신랑이랑 그릇에 대해 토론을 하다가(ㅎㅎ) 늦게 잠자리에 들었더니 엄~~청 늦잠을 자버리고 말았습니다....ㅜㅜ

페타치즈와 미니토마토와 바질이 들어간 오믈렛.
예전에 한번 머핀틀에 했다가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했는데
머리속의 지우개가 그 부분을 홀랑 지워버렸네요.
손님 초대할 땐 요렇게 하는 게 좀 더 보기는 좋지만 오일스프레이 꼼꼼하게 해도 잘 들러붙네요.
여기다 써놓으면 안잊을까요? 머핀틀에 하지 않기!!!!
*Feta cheese and tomato open omelet (출처: Omelets & Frittatas by Jennie Shapter)*
계란 5개
다진 바질 2큰술 (말린 걸 쓰실 경우엔 양을 줄이셔야하지만 말린 건 권하고 싶지 않아요)
다진 민트 1큰술 (전 생략하고 대신 바질을 팍팍!)
다진 양파 3큰술
페타 치즈 2/3컵
체리토마토 8-10개
7인치 스킬렛(주물팬)
1. 계란은 포크를 이용해 흰자와 노른자가 섞일 정도로 가볍게 저어주고 소금 후추 간을 해주세요.
여기에 물 2큰술과 바질, 민트, 양파를 넣고 살짝 섞어줍니다.
2. 팬에 기름을 두르고 1번을 넣어 중불에 4-5분간 익혀줍니다.
계란을 살짝 저어주면 골고루 익겠죠?
3. 체리 토마토는 반을 갈라 단면을 윗쪽으로 해서 얹어주세요. 페타치즈도 골고루 뿌려주시고요.
2분간 더 익힌 후에 오븐에서 약간 갈색이 날 때까지 익혀주세요.
(저는 스킬렛을 사용하지 않고 머핀틀에 나눠넣어 180도 오븐에서 15분+5분정도 구워주었어요. )

다진 마늘, 다진 파슬리, 다진 표고기둥, 파마산 가루, 빵가루, 버터와 올리브오일로 속을 채운 표고버섯이에요.
양송이로 종종 해보았는데 표고쪽이 향도 훨씬 좋고 맛있을 거 같아서 이번엔 생표고로 해봤어요.
역시 표고가 더 좋네요 ^^

작은 컵에 에스더님의 브로콜리 샐러드도 조금씩 담아봤어요.
신랑이 조용히 레시피 잘 적어놔라~~하던데요 ^^
잣을 한번 구우면 맛이 이렇게 달라지는 줄 몰랐어요. 전 이날 이때까지 제가 잣을 싫어한는 줄 알았거든요 ㅎㅎ
근데 원 레시피보다 설탕량을 줄였는데도 제 입엔 좀 많이^^; 달아서
마요네즈 좀 더 짜넣고 레몬즙도 한바퀴 둘러주었어요.
손님 초대상에 아삭한 그린샐러드를 내는 게 쉽지 않은데 이렇게 이건 미리 준비해둘 수 있어 참 좋았어요.
앞으로 손님상에 종종 올릴 레시피가 될 거 같아요. 항상 에스더님께 감사드려요 ^^

손님들이 잠시 케케묵은^^ 저희 결혼앨범에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에 후다닥 한방 찍어봤어요.
가운데 시커멓게 나온 건 와인발사믹소스에 조린 삼겹살이구요
뭐하느라 정신이 팔렸는지 무쇠냄비에 뚜껑을 닫고 조렸더니 고기가 탱탱한 맛이 없이 좀 흐물흐물해져버렸어요.
뒤늦게 고기는 건져내고 소스는 따로 졸이고...생각했던대로 되지 않아 좀 속상했지만 그래도 맛있었대요^^;
그 뒤로 보이는 건 찐 단호박을 깔고 많이 맵지 않게 만든 닭갈비에요.
원래 통단호박안에 닭갈비를 채워서 치즈올려 오븐에 살짝 구워 내려고 했는데
전날 장볼 때 깜빡한 데다가 당일엔 대박 늦잠(ㅠㅠ)을 자는 통에 사러갈 새가 없었어요.
그래서 그냥 단호박 잘라 파는 거 사다가 쪄서 주변에 둘러주었지요.
닭갈비도 많이 맵진 않았지만 단호박이랑 곁들여먹으니 매운맛이 더 중화되어 그런지 매운거 싫다는 손님도 잘 드셨어요.
근데 어째 생각대로 된 게 하나도 없는 ㅠㅠ
여기에 야채볶음밥 곁들여냈는데 그건 사진에 보이질 않네요.
신랑이랑 먹을 때야 상 차려놓고 사진 팍팍 찍고 그러지만 손님상엔 아무래도 사진기를 들이대기가 좀 ^^;
개인세팅엔 히트레시피의 중국식 오이피클국물에 절인 오이와 그냥 나박나박 썰은 무를 넣어 이틀 익힌 걸 조금씩 담았구요.
사진은 없지만 요즘 우리 신랑이 완소하는 오렌지피코님의 가또쇼콜라를 후식으로 준비하고
일본분이 만들어오신 브랜디가 들어간 촉촉한 파운드케익도 같이 곁들여 커피랑 냠냠 ^^

휴~~~~손님이 가시고 난 자리...
나와있는 컵이 몇 개이고 나와있는 술병이 몇개인지 모르겠네요 ㅎㅎ
개인 취향이 다 다르기 때문에 저희는 손님 초대할 때 음료는 다양하게 준비하려고 해요. (남은 건 저희가 마시면 되니까 ^^)
이번에도 생수와 탄산수, 오렌지쥬스, 사과쥬스, 콜라, 맥주, 스파클링와인, 레드와인, 위스키가 준비되어있었고
여기에 손님손에 들려온 또 다른 위스키와 대형사케까지...
결국 물잔(쥬스잔), 맥주잔, 와인잔, 위스키잔, 사케잔, 커피잔 뭐 이렇게 있는대로 없는대로 다 나왔지요.
근데 식사하다 한국음식 얘기가 나왔는데 결국 공통적으로 다들 좋아하시는 게 비빔밥이었어요.
한 분을 제외하곤 떡볶이도 다들 좋아하시고....잡채 얘기에 열광....
왜 메뉴 짠다고 고민했던지...다음엔 그냥 비빔밥에 잡채에 떡볶이 할래요.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