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구내 식당이라고 하기엔 직원 수도 단촐하고....
암튼 12시 땡! 하면 식당으로 가서 집밥과 유사한 점심 먹는 게 낙이었던 그때...
손맛이 괜찮으셨던지라 다 맛있게 먹긴 했지만... 다만 한 가지 불만이 있었으니
오징어 국을 끓이시면 오징어가 헤엄치고 지나간 국물에...(국 한 그릇 퍼주시면 오징어 두세 조각?)
오징어 볶음 반찬이 나왔지요.... ㅎㅎㅎㅎ
콩나물 국을 끓여도 대략 비슷한 양상이...
멀건 콩나물국과 콩나물 무침 반찬...
전 국 먹을 때 건더기를 엄청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런 날이면 입이 댓발 나오곤 했어요...
(뭐, 생태 찌개 끓이실 때 생태 토막은 그대로 놔두시는 게 감사할 따름.. 하하..)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그걸 따라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소고기 무국을 끓이면 우리집 아동+유아가 씹다가 뱉어놓는 경우가 많거든요.
다 그런지 모르겠는데 울집 애들은 그냥 고기 구워주면 잘 먹는데
국에 들어간 고기를 싫어해요. 질기다나....
그래서 끓였습니다.
소고기가 헤엄치고 지나간 무국이에요.
고기가 없는 허전함을 표고버섯이 채워주고 있지요.
왠지 표고버섯은 은근 고기 맛이 난단 말이지요...

뭐, 이런 방식... 옳지 않습니다만...
마침 남편도 출장중이라 애들하고만 밥 먹기 때문에 부담없이 시도를....
헤엄치고 난 고기들은 이렇게 되었습니다.

장조림으로 변신... 짜잔...
먹어보니 왠지 그냥 고기로 했을 때보다 싱겁다는 느낌이.... ㅡ.ㅡ;;;
아무래도 그렇겠죠?
그래도 이리 하니 고기 엄청 잘 먹더군요.
쟤들 국에 들어가 있었으면 1/2 정도는 씹다가 뱉어져 음식물 쓰레기통에 갔을 겁니다.
시골에서 가져온 단호박... 차일피일 미루다가
썩을까봐, 부랴부랴 잡았습니다.
평소엔 그냥 쪄서 냉동실에 두고 먹었는데
이번엔 찐 뒤에 으깨서 꿀도 조금 버무려 놓았어요.
이른바 단호박 페이스트?
이렇게 만들어 놓으니 굉장히 요모조모 편리하게 쓰이네요.

얼마전 싱거운 사과로 만들었다는 빵 포스트가 올라온 거 보고 바로 따라한
단호박롤입니다.
모양새아 허접하지만... 팔 거 아니고 제 뱃속으로 들어갈 꺼니까 뭐.....
(사진 올리다 보니, 내가 왜 이런 허접스런 음식 사진들을 다른 곳도 아니고 82 키톡에 올리고 있는지... 불가사의.... ㅠ.ㅠ)

뭐, 단호박 라떼도 기본이지요.. ㅎ
따로 꿀 넣는 과정이 생략되니까 더 간편해요.

저도 5분빵 반죽해봤거든요.
예전에 그 글 보자마자 했을 때는 처참하게 망했었는데
이번엔 잘되었어요.
호떡도 맛있다길래, 호떡 부쳤어요. 흑설탕 소 만들기 귀찮아서, 역시 단호박 페이스트.... 하하....

찐빵, 꽃빵도 된다는 소리에
찐빵도 맹글어봤지요.... 모양새는 참..... 그렇죠?
속은.........

요렇게 노랗지요... 헤죽.
초등학교 1학년 딸래미가 요즘 점심 도시락을 싸갑니다.
학교 급식실 공사를 해서 2학기 내내 급식이 없어요. ㅠ.ㅠ
방과후수업을 듣기 때문에 집에 와서 먹이기엔 시간이 좀 부족해서
도시락을 싸줘요.
제가 일이 있는 날엔 아침에 들려 보내고....
그렇지 않은 날엔 점심 시간 맞춰서 들고 가기도 하고...
첨엔 불만 가득이었는데, 도시락도 싸다 보니 요령이 느는 것 같아요.
도시락 고수분들 많이 계시죠?
전 경력 2주니까 좀 봐주세요.
더 하다보면 더 멋있는 도시락을 싸게 될지도...

자, 아까 그 장조림 또 등장...
이날은 늦잠 자서 무지 바빴어요.
그래서 메추리알과 고기를 따로 담아서 반찬 가짓수 많아보이게 하는 착시효과를... ㅎㅎㅎ
옥수수는 콘버터 구이라고 하나... 암튼 오븐에 구웠어요. 저게 실리콘 머핀틀이라... 오븐에 넣었다가 그대로 도시락으로..^^

소식하시는 딸래미...
저 도시락통 굉장히 자그마한 거예요...
첨엔 저기다 반찬 조그맣게 썰어 담으면서 '참 오종종하다' 했는데
그 오종종한 짓도 하다보니 중독돼요...ㅎ
참, 저기 계란찜 옆의 누런거... 단호박 샐러드예요. 깔깔.....
반찬이 하나 더 있다고 생각했는데, 없더라고요.
그래서 급조했죠. 만들어두었던 단호박 페이스트에 옥수수알만 휘리릭 섞어서...

도시락을 싸주고, 몇번은 먹는 걸 지켜보기도 했는데
늘, 반찬부터 다 집어먹은 뒤에 맨밥을 꾸역꾸역 먹는 딸래미...
그래서 이렇게도 해봤네요.
밥 위에 고기 볶은 거랑, 계란 스크램블이랑 호박 나물이랑 덮었어요.
이날은 밥 다 먹었더라고요. ㅎ

월요일엔 5교시까지 있는 날이라, 방과후 수업을 제시간에 들어가려면
20분 안에 도시락을 다 먹어야 해요.
우리 딸은 세월을 헤아리며 먹는 스타일이라, 그날은 신경이 바짝 곤두서요...
그래서 월요일 도시락은 최대한 딸래미 좋아하시는 걸로, 후딱 먹을 수 있게끔.... 그리 하네요.
*친구가, '그렇게 시간 맞춰 따뜻한 밥 가져간들 애들이 그 고마움을 알까?' 하더군요.
제가 그랬죠...
'나도 당시엔 몰랐지만, 지금 애 도시락을 싸려니 엄마 정성이 새록새록 생각나서 고마운 마음이 들더라. 나중에 우리 애도 자기 새끼 도시락 싸면서 그러지 않을까?"
친구 왈 "걔네 때 과연 도시락을 쌀 일이 있을까???"
허걱...
꼭 도시락을 싸야 합니다.
제가 꼭 울 손주 다니는 초등학교... 제 돈을 들여서라도 급식실 공사할래요.. 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