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색색의 야채들을 넣어 곱게 만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시험문제도 출제되고......
어쩌다 냉장고를 뒤져보니 청포묵, 쇠고기, 숙주가 눈 빠지게 쳐다보기에 속성으로 만들어보았습니다.
어차피 제게 있어 요리는 항상 급속성 모드인 경우가 대부분! 가벼운 맘으로 시작했지요.
청포묵은 채를 썰어서 데쳐주고요.
전 채썰기라기보다는 거의 막대썰기가 되었습니다.
"또 너무 가늘면 데치면서 부서지는 수도 있으니 "라고 나름 위안을 삼으면서
남들은 탕평채의 기본이라 할지도 모르나 제게는 웬만하면 생략되기도 하는 것이 달걀지단
그러나 급하게 색을 맞추기 위해서 달걀지단까지 부쳤습니다.
정성이 부족하여 황백으로 나누지는 못하였으나 그래도 달걀지단씩이나 라니....
숙주를 데쳐낸 물에 미나리도 겨우 한줌 데쳐주고요.
한편으로 달걀지단 부쳐낸 프라이팬에 파프리카도 채썰어 볶아줍니다.
물론 각각 소금 살짝 합니다.
요런 요리는 각 재료의 맛을 살려주기 위해서 각각 약간의 간을 하여주는 것이 정석입니다.
(촘 아는 척!! ㅋㅋ)
막대묵썰기의 싸이즈에 맞춰 막대싸이즈로 썰고
그 유명한 “챔기름”까지 넣어서 간장약간에 소금, 후추, 마늘 버무리는 중에
오늘 메뉴는 무어냐고 물어오는 작은넘(초3)에게 탕평채라고 일러주니 그게 무어냐고 자꾸 캐묻습니다.
"영조임금님이 서로서로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자고 만든 음식이야"이라고 설명했지만
도무지 모르겠다는 갸우뚱! 급기야 책을 찾아서 왔습니다.
책에는 탕평책이야기부터 쭉 요리법까지 설명이......
딸아이는 책의 그림까지 확인하며 인증을 합니다.
청포묵의 흰색은 서인을,
쇠고기의 붉은색은 남인
미나리의 푸른색은 동인을,
그런데 엄마 김이 빠졌다. 김은 검은색 북인인데 없네?
왜 그런지 모르지만 당황한 제가 얼른 김가루를 뿌렸습니다.
어허! 이제 정녕 음식을 만들면서 고증까지 받아야 하는 것입니까?
까다로운 초딩의 검증을 피하려면
앞으로 음식의 이름은 모두 “몰라”로 하고 다 저의 순수창작인척 해야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