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명왕성 서바이벌 협회에서 지원받은 연구기금으로 진행한 실험의 결과에 관한 논문입니다.
선행연구가 없어서 실험방법 및 결과분석 데이타에 오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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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로 논문을 써본 적이 없어서 그냥 평소 글투로 돌아갈래용 :-)
개굴굴 님의 감자 열무김치가 맛있어 보였지만 명왕성 마트에서 열무를 팔지 않아서 슬펐어요.
국제인들이 자주 가는 마트에도 안팔고 미국인들이 자주 가는 마트에도 팔지 않는 열무...
정확히는, 미국인들 마트에서는 터닙그린 이라고 해서 열무 이파리를 큰 봉다리에 담아 팔고 있는데, 그건 숩 재료로 쓰라고 나오는 것이라서 예전에 김치를 한 번 담아봤더니 너무 억세더라구요.
우주선 타고 네 시간 정도 나가면 한국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지구 궤도 마트에서 한 단에 1-2달러 정도 밖에 안하는 값으로 팔고 있을테지만
여기는 명왕성!
개굴굴 님께서 열무와 90퍼센트 식감과 맛이 일치하는 채소가 있으니 그것으로 한 번 김치를 만들어보라 권하셨죠 :-)
그거슨 루꼴라 (이태리말), 아루굴라 (미국말), 라켓 (프랑스말) 이라는 채소였어요.
명왕성에서는 제법 고급 채소로 인식되어 유기농 코너에서만 그 귀하신 형상을 뵈올 수 있었어요.
(저는 평소에 실수로 비싼 유기농 제품을 집을까봐 아예 유기농 코너 근처로 가지 않는 가난한 사람... ㅠ.ㅠ)
하지만 이번 김치는 그냥 김치가 아니고 명왕성 열무김치 역사에 한 획을 그을지도 모르는 획기적인 실험이라 과감히 한 통에 4달러 가까이 하는 놈을 샀습니다!
과감하게 소금을 쳐두었죠.
그냥 루꼴라도 아니고 "베이비" 루꼴라 라는데, 소금으로 숨을 죽이면 너무 곤죽이 되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하면서요 :-)
소금에 절여두고 기다리는 동안에 감자를 삶아서 다른 양념과 함께 갈았어요.
개굴굴님은 생 홍고추를 쓰셨지만 명왕성에서 홍고추는 구하기가 힘들어서 말린 고추를 갈았는데 그래도 고춧가루를 쓰는 것보다는 후레쉬한 느낌이 더 들고 좋았어요.
감자는 물에 담궈서 전자렌지에 6분간 돌리니 불을 사용하지 않아 쾌적한 주방 노동이었어요 :-)
주주네 할머니가 길러서 나눠주신 부추도 양념에 보태었어요.
참, 저는 김치 양념에 베트남산 피쉬소스를 두어숟갈 추가했어요.
여름 채소 무침에는 피쉬소스가 들어가면 뭐든지 맛있더라구요 :-)
국산 멸치액젓은 이 제품 저 제품을 다 먹어봤는데 어쩐지 냄새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게세마리 상표 베트남 피쉬소스로 정착한지 몇 년 되었습니다.
아마도 한국에서 직접 구한 싱싱한 액젓은 이 피쉬소스 만큼이나 구수한 맛이 좋을 거라 짐작해요.
그런데 그것이 명왕성까지 날아오는 동안에 아무래도 맛이 가는 것 같아요.
소금에 절인 루꼴라는 제 우려와 상관없이 아주 생생하게 제모습을 유지하고 있더군요.
보기보단 쎈 녀석이었어...ㅎㅎㅎ
그럼 대망의 열무김치 국수를...
제가 한 번 직접 먹어보겠습니다 :-)
송학 칡냉면을 삶고, 시판 냉면 육수를 붓고, 루꼴라 김치를 얹고, 그 위에 빨간 양념은 제가 만들어두고 쓰는 다대기 입니다.
고춧가루에 피쉬소스를 넣고 불린 건데, 이걸로 오이도 무치고, 부추도 무치고, 무채도 무치고... 그럽니다.
개굴굴 님의 게시글 앞에서 뤼스펙트~
인사 한 번 하고 시식을 해봅시다.
첫맛은 일단 아주 써요.
열무에 비할 수 없을 만큼 강한 쌉쌀한 맛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쌉쌀한 맛에 곧 중독되어 한 젓가락, 또 한 젓가락, 자꾸 먹게 되는 맛이어요.
다음날 조금 더 삭은 후에 먹어보니 쓴 맛이 조~~금 약해지긴 했지만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아, 루꼴라 김치는 쌉쌀한 맛으로 먹는 김치여야 한다고 봅니다.
고들빼기 김치가 그러하듯이 말이예요.
감자를 갈아서 만들어낸 톱톱한 김치국물은 그 쌉쌀한 맛을 아주 잘 보듬어주었어요.
저의 결론은...
더운 여름날에 담아서 시원하게 국수 말아 먹기에는 이보다 더 좋은 김치는 없겠다 싶었어요!
감자 국물과 참 잘 어울리는 바람직한 쌉쌀한 맛을 가진 루꼴라였습니다.
혹시 저처럼 열무 구하기 힘든 곳에 살고 계신 분들은 루꼴라 김치에 한 번 도전해 보세요.
마지막으로 이 글이 무효가 되지 않기 위해...
ㅎㅎㅎ
지난 주에 개학한 아이들 사진을 첨부합니다 :-)
같은 반이 되어 무척 기쁜 주주와 옆반으로 헤어져서 슬픈 날라가 함께 사진 찍었습니다.
마침내 중학생이 된 코난군은 처음으로 사용하게 된 사물함의 자물쇠를 여닫는 연습 중이어요 :-)
저도 곧 개강인지라 이제 매일 출근해서 격무에 시달려야 해요 ㅠ.ㅠ
제가 글을 자주 올리지 못하더라도 여러분들의 글은 열심히 볼터이니, 부디 맛있는 음식, 재미난 이야기, 많이 많이 올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