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는 본디 신선들이 먹는 과일이라켔습니다
그러니, 내가 하루에 다섯개씩 먹는 것은 당연한 논리겠죠
지난 여름
나는 대중소 삼형제 앞세우고, 한국을 갔었고..
분명 2년전 헤어질 때, 아줌마였던 엄마를 만났고..
그 아줌마 간 곳없이, 웬 할마니가 계셔서, 허걱했고..
내 감정에 충실한 방정맞은 입이, 우리 엄마 못 보셨냐고 놀렸고..
내가 꼭 닮은 우리 아빠는 날 보고, 우리 딸 못 봤냐고 화답하셨고..
평생 처음으로 용돈을 쥐어 주시며, 어떻게 좀 하라고 하셨고..
나는 믿었던 아빠마저 이리 철들면 당황스럽다며, 돈부터 얼른 챙겼습니다.
떨어져 살다가 다시 돌아 와 보니,
그렇지 않아도 세계에서 빠릿하기로 소문난 국민들을
더욱 빠릿해지게 조련하는 시스템은 날로 강화되어서
나는 어리버리받고 허둥지둥, 허겁지겁하였습니다.
분리수거, 음식쓰레기를 또 구분에서 부터, 각종 앱깔기와 어플활용..기타등등
그 복잡한 걸, 제대로, 다 해내는 평균 아이큐105이상인 국민들의 위엄을 제대로 느꼈어요.
그러다가, 변하지 않는 곳을 만났지요.
저 서점의 저 간판!
들어가서, 줌인앤아웃에 올릴 시집들을 샀다지요.
시집 세권 고르는데, 얌전히 있다가, 서점아저씨에게 아이스크림을 얻어 먹은 막내소짜.
부디 오래 오래, 지금처럼 있을라믄, 시집을 몇권을 팔아야 하는데,
세권 팔아 남은 돈을 고객의 아들넘 입에 털어 넣으신
이런 경제관념의 서점아저씨가 심히 걱정되었어요.
언니들..부디 오다가다 동양서림 들려서 책 많이 팔아줘요~~
미세먼지는 없었는데.
삼형제는 오랫동안 노려왔던 마스크를 사서 썼다지요.
아들 삼형제 몰고 다니는 나는 사람들의 쏟아지는 시선에 좀 챙피했었는데, 얼씨구~퍼뜩 사줬습니다.
다 큰 자식들이 떠난 자리에 대신하던 두살된 반려견 세비
할머니랑만 주로 있어서,
산책길에 할머니들만 만나면 좋아라하고
지나가는 벤치에는 죄다 들려서 쉬어야하는 그런 벤치성애자 시츄였는데,
우리 삼형제를 만나, 지옥의 특전사 견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전설이 남았습니다.
그렇게 많은 것이 오가는 계절과 계절사이에
변할 것은 변하고,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는 건 남았더라는 소문이 들리네요.
여름이 가는 길
자세히 보면 STOP 싸인도 보인네요.
허나, 우리네 인생..못 먹어도 언제나 GO 아닌감.
가라고요, 뒤 돌아 보지 말고..
돌아 와 보니,
여전하게 보이는 이곳 여름도 끝물입니다.
내가 여름마다 부러워 하는 이웃 집앞의 배롱나무가 만든 꽃길 현관
저 집의 남편은 퇴근길이 꽃길이니, 반찬따위는 신경도 안쓰겠지요?
어째 남의 집 화단의 꽃은,
화이얼~불~ 타오르네~
붉기도 더 붉은 거 같으며,
청초하기도 그지없는데..
나는 그냥 그지인가.
쌩유~~
암튼, 잠깐 간지러웠습네돠.
그 사이에도
아이들은 키를 잴 때마다 일이센티씩 커 가고
쓸데없이 이뻐지기도 하며
발열 에너지가 남아 돌아
어미를 끌고, 오뉴월 때약볕아래로만 다닙니다.
그래도
듁지 않고 버티면, 가을이 오리니..
빼박 할머니가 되어버린 엄마랑,
빼박 중년이 되어버린 나님이
또 다시 서로 얼굴보고 허걱할 그날을 기약하며
여름을 빼박 보내버리는 안부 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