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감자 열무김치

| 조회수 : 19,155 | 추천수 : 7
작성일 : 2019-08-13 17:01:46
 *날이 더워지면서 게을러져서 오랜만에 글 올리네요. 다들 방학 끝날 때 까지 잘 버텨보아요~

 부산이 고향인 남자와 결혼을 하고 처음 맞은 명절, 추석에 나는 그야말로 문화 충격에 휩싸였다.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 제사음식이라고는 구경도 못 하다 시집을 갔는데, 대충 제사음식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손이 유난히 크신 시어머니는 나물도 종류별로 김치 담그는 수준의 양을 하셨고, 전과 부침은 종류 별로 한 광주리 씩 부치셨다. 같이 시장에 장을 보러 가서는 27세 평생 본 생선과 해물 종류의 30배 정도를 구경하고 장을 보고 왔다. 


갑오징어, 문어, 돔배기 (상어 고기) 등은 서울에서 평생 살아온 내게는 익숙하지 않은 식재료였고, '군소'라는 시커먼 바다 달팽이를 요리하는 일은 드라마 대장금을 촬영하는 것 같이 신기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이 다 신기하고 재밌기만 하지는 않았다. 종류가 너무 많고 양도 많은 데다, PK 지역은 남자들이 주방에 들어오면 큰일 나는 줄 아는 지역이기 때문에 육체적으로도 심적으로도 몹시 고되었다. 신혼의 남편은 도와주러 왔다 갔다 하다가 시어른들께 혼이 나고, 나는 나대로 서운하고 힘들어서 부산의 음식은 애증의 대상이 되었다.


시댁에 갈 때마다 식사 준비로 곤욕을 치르니, 나는 자연스레 시댁에 가면 준비만 하고는 잘 먹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남편이 시어머니가 잘 만드시는 대구 아가미젓 김치나 대구탕, 게찜 등을 맛있다며 권해도 대강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빨리 치워버리곤 했다. 시댁에서 먹는 음식은 맛을 느낄 여유가 없었고, 그저 해치워야 하는 임무일 뿐이었다. 


세월이 흘러 나도 내 목소리를 내고, 어머니도 힘이 많이 빠지셔서 예전에 하던 음식의 1/5쯤으로 양과 종류를 많이 줄였다.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제는 시댁에 가서도 눈치 보지 않고 먹고 싶은 거 꺼내 먹고, 하기 싫으면 싫다고 말할 수 있는 연륜이 생겼다. 


어머니는 많이 늙으셔서 식탁 위가 단출해졌는데, 이렇게 몇 가지 반찬만 놓게 되니 진짜 어머니의 손맛을 느끼게 되었다. 그 전엔 잘 안 먹던 열무 물김치를 이번 여름에 가서 먹었는데, 얼마나 시원하고 새콤하면서도 국물이 진한지 이건 꼭 전수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김치 국물이 독특해서 여쭈었더니, 감자를 쪄서 갈아 넣는다고 하셨다. 식탁을 정리하고 어머니와 커피 한 잔 하면서 대강의 레시피를 적어왔다. 검색을 해 보니 강원도 지역에서 여름 김치에 풀 대신 감자를 넣는다고 한다. 진주가 고향으로 부산에서 평생 사신 어머니가 이 김치를 어디서 전수받으셨는지 다음에 꼭 여쭤봐야겠다. 



 재료 : 열무 한 단, 부추나 쪽파 조금, 홍고추 5~7개, 청양고추 3~5개, 감자 중 사이즈 2개, 마늘 3톨, 생강 아주 조금(가루로는 1/2 ts정도), 소금 


1. 감자를 껍질 벗겨 깍둑썰기 한 다음 물을 넉넉하게 붓고 삶는다. 

http://t1.daumcdn.net/brunch/service/user/7ExK/image/d1amupTml7RoseRtklAnNCvt..." data-block-index="21" data-shown="false" style="margin-top: 13px; font-family: "Noto Sans Light", "Malgun Gothic", sans-serif; -webkit-font-smoothing: antialiased; backface-visibility: hidden; text-rendering: inherit; width: 1519.2px; min-width: 940px; clear: both; font-size: 14px;">


2. 열무를 손질한다. 열무가 특별히 길지 않아 나는 반으로 잘랐다. 길면 5~10cm 정도 길이로 자르자.

손질한 열무를 깨끗이 씻는다. 열무는 너무 치대면 풋내가 나기 때문에 아기 다루듯 살살, 신속하게 씻자.


3. 잘 씻은 열무를 담고 켜켜이 소금을 뿌린다. 총 한 주먹 정도 사용한 듯. 한 시간 정도 방치하는데, 중간에 살살 뒤집어 가며 골고루 절인다. 

http://t1.daumcdn.net/brunch/service/user/7ExK/image/ODCNVECusW8VoAGZo4wDxBuw..." data-block-index="27" data-shown="false" style="margin-top: 13px; font-family: "Noto Sans Light", "Malgun Gothic", sans-serif; -webkit-font-smoothing: antialiased; backface-visibility: hidden; text-rendering: inherit; width: 1519.2px; min-width: 940px; clear: both; font-size: 14px;">


4. 감자 삶은 것을 물과 함께 믹서에 담아 고추, 마늘, 생강을 다 넣고 곱게 간다.

http://t1.daumcdn.net/brunch/service/user/7ExK/image/KGS36nDPfvWrm-ooVg9-a4is..." data-block-index="30" data-shown="false" style="margin-top: 13px; font-family: "Noto Sans Light", "Malgun Gothic", sans-serif; -webkit-font-smoothing: antialiased; backface-visibility: hidden; text-rendering: inherit; width: 1519.2px; min-width: 940px; clear: both; font-size: 14px;">


5. 절인 열무는 체에 받혀 물기를 빼는데, 절인 물은 버리지 말고 받아 놓는다. 


6. 열무를 김치통에 바로 담고 그 위에 믹서에 간 양념을 붓는다. 생수나 정수기 물을 열무 위로 자박하게 붓고 간을 본다. 싱거우면 절인 물을 붓는다. 

*나는 불안해서 절인 물을 다 붓고, 소금도 한 스푼 더 넣었는데, 결과적으로 짜게 되었다. 그래도 국물이 많지 않아 일단 그대로 두고, 먹을 때 탄산수를 부어 간을 조절했더니 더 톡 쏘고 맛있는 물김치가 되었다. 탄산수가 없으면 차가운 생수로 조절해도 된다. 그냥 김치통에 물을 더 부으면 더운 여름에 혹시 김치가 물러질까 봐 먹을 때 조절한다. 각자 편리한 대로 하면 된다. 

http://t1.daumcdn.net/brunch/service/user/7ExK/image/wwCTAF4GCmBgH2lMsQcyBXi9..." data-block-index="36" data-shown="false" style="margin-top: 13px; font-family: "Noto Sans Light", "Malgun Gothic", sans-serif; -webkit-font-smoothing: antialiased; backface-visibility: hidden; text-rendering: inherit; width: 1519.2px; min-width: 940px; clear: both; font-size: 14px;">

7. 저녁에 담가 아침에 일어나서 먹어보니, 살~짝 익었다. 그대로 김치 냉장고에 넣고 그다음 날 국수를 말았는데, 어머니가 해 주신 맛이 난다. 

http://t1.daumcdn.net/brunch/service/user/7ExK/image/48jwX-wO_GXbYxol_1dgh_uO..." data-block-index="38" data-shown="false" style="margin-top: 13px; font-family: "Noto Sans Light", "Malgun Gothic", sans-serif; -webkit-font-smoothing: antialiased; backface-visibility: hidden; text-rendering: inherit; width: 1519.2px; min-width: 940px; clear: both; font-size: 14px;">
http://t1.daumcdn.net/brunch/service/user/7ExK/image/oMRGGX_IYBdjy6N7oF47nHfy..." data-block-index="39" data-shown="true" style="margin-top: 20px; font-family: "Noto Sans Light", "Malgun Gothic", sans-serif; -webkit-font-smoothing: antialiased; backface-visibility: hidden; text-rendering: inherit; width: 1519.2px; min-width: 940px; clear: both; font-size: 14px;">

열무만 건져서 밥을 비벼도, 국물과 같이 국수에 말아도 다 맛있어서 눈물이 난다. 

기름에 튀긴 돈까스 한 입 먹고, 열무김치를 먹으니 느끼함은 단박에 사라지고 개운한 청량감만 입안에 맴돈다. 여름철에 입맛이 없다는 사람들은 도대체 다 어디에 모여 사는지 진심으로 궁금하다. 

2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개굴굴
    '19.8.13 5:04 PM

    다른 곳에서 퍼와서 올렸더니 이상하게 올라가네요. 그래도 날아갈까 무서워서 수정을 못 하겠어요. 불편하시겠지만 그냥 봐주세요. ㅠㅠ

  • 2. 테디베어
    '19.8.13 5:33 PM

    오~ 감자도 한박스 있는데 한번 해보겠습니다.
    이런 시어머님표 레시피 너무 좋아합니다.
    저도 엄니께 여쭤보고 싶으나 아프신 관계로 전수를 못받아 아쉽습니다.
    저희 시어머님 반찬도 정말 맛있었는데 말입니다.

    정말 열무김치만 있으면 모든 느끼함이 사라질겁니다.
    감사합니다.^^

  • 개굴굴
    '19.8.13 6:11 PM

    이번 여름 감자도 풍년이라 더 좋네요. 시어머니가 참 어렵고 불편했는데, 저도 나이 먹나봅니다. ㅎㅎ
    맛있게 드세요~

  • 3. 애플
    '19.8.13 5:50 PM

    저두~~올려주신 열무김치 따라해볼께요.
    감사합니다.^^

  • 개굴굴
    '19.8.13 6:12 PM

    여름이라 잘 어울리네요. 레모네이드 같은 청량감이 있어요. 만들어 보세요~

  • 4. 소년공원
    '19.8.13 10:51 PM

    아오~ 맛있겠다!!!!
    저도 당장 만들어보고 싶은데...
    명왕성에 열무가 없어요 ㅠ.ㅠ
    국제시장엘 가도 안팔아요...
    이래서 마당에 열무를 심어 키워보려고 했었는데, 어물어물 하다가 여름이 다 지나가버렸네요.

  • 개굴굴
    '19.8.13 11:04 PM

    제가 루꼴라를 좋아하는데, 열무랑 맛이 똑같은데다 질감은 더 여려서 김치에 딱일 듯 싶은데, 미주지역 한인들을 위해 한 번 시도해보세요. ㅎㅎ

  • 소년공원
    '19.8.13 11:09 PM

    루!
    꼴!
    라?
    라굽쇼??

    호오...
    흥미롭습니다 :-)
    그런데 명왕성 마트에서 파는 루꼴라는 샐러드용이라 그런지 아주 연한 잎 밖에 안보이던데...
    그걸로 김치를 담으면 아주 연해서 맛있게 될까요? 아니면 뭉그러질까요?
    제가 한 번 만들어보고 결과를 분석해서 82쿡에 논문 한 편 등재하겠습니다!

  • 5. 개굴굴
    '19.8.13 11:13 PM

    루꼴라랑 질감과 식감이 90% 일치합니다. 팥으로 메주 쑤신 위대한 82여인처럼, 공원님도 미개척 분야를 한 번 파보세요!!화이팅!!

  • 6. Turning Point
    '19.8.14 8:12 AM

    저 부산 뇨자인데 감자쪄서 열무 물김치 해요~^^ 사실 친정엄만 보리밥 삶아 넣고 하시던데 저도 어디서 얻어먹은 물김치가 하도 맛있어서 물어봤더니 감자라고 해서 그 뒤로 쭈욱 감자...ㅋ
    지난달에 열무 4키로 얼갈이 2키로로 담근 열무물김치 다 먹고 한번 더 담궈 먹어야 여름이 지나갈텐가..그냥 버틸까..하는 중에 포스팅 보고 열무 주문하러 가요...

  • 개굴굴
    '19.8.14 8:29 AM

    오, 도합 6키로라니 대단하십니다. 여름이 가기 전에 한 번 더! 맛있는 음식은 지역을 넘나드는군요~

  • 7. miri~★
    '19.8.14 2:07 PM

    오오.. 슴슴하게 담가서
    차갑게 해서 먹으면 정말 꿀맛일듯해요.
    감자도 남아도는데 열무물김치 도전~~!!!!!!

  • 개굴굴
    '19.8.14 8:20 PM

    네, 양념 종류가 많지 않고 믹서로 갈아서 하니 품도 별로 안 들고 좋네요. 꼭 해 드세요~

  • 8. Happy Oasis
    '19.8.16 8:59 PM

    보는 것만으로로 너무 맛있어 보여서 꼭 도전해 볼께요. 이런 귀한 레시피 나누오 주셔서 감사합니다

  • 개굴굴
    '19.8.17 4:27 PM

    간단하면서 맛있네요.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 9. 그대가그대를
    '19.8.16 10:36 PM

    꼭 필요했던 레시피에요~^^

  • 개굴굴
    '19.8.17 10:07 PM

    저도 이런 물김치는 처음인데, 진짜 맛있네요..ㅎㅎ 여름에 입맛 없다는 사람에게 바이러스 좀 옮고 싶어요.

  • 10. 쑥과마눌
    '19.8.18 1:29 AM

    해보지 않아도, 레서피는 일단 저장하고 본다지요.
    맛나겠네요.ㅎㅎ

  • 개굴굴
    '19.8.19 8:33 AM

    여름 가기전에 한 번 해보세요. 별로 어렵지 않아요~

  • 11. 날개
    '19.8.18 4:40 AM

    저도 열무김치레서피 잘 보고 갑니다.개굴굴님덕분에 파김치도 담가 먹었는데 이번엔 열무김치 한 번 시도해볼까요?^^

  • 개굴굴
    '19.8.19 8:34 AM

    아, 뿌듯합니다. 열무김치도 아주 쉬워요. 난이도를 낮춰 손쉽게 하는 게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ㅎㅎ

  • 12. 소사벌
    '19.8.31 4:01 PM

    감사합니다.

  • 13. 그대가그대를
    '19.10.15 5:03 AM

    와 좋아하지만 어떻게하는지 몰랐는데
    레시피 감사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40077 2019년 추석, 그리고 나의 소원 34 솔이엄마 2019.09.15 14,381 13
40076 116차 봉사 연기 공지) 2019년 9월 봉사는 9월 21일 .. 12 행복나눔미소 2019.09.12 5,155 6
40075 구귝이 체질, 멜로도 체질 69 쑥과마눌 2019.09.02 15,729 24
40074 첫 인사 - 비오는날 땡기는 것들 62 lana 2019.08.27 22,268 12
40073 고멘네 나베짱! 109 소년공원 2019.08.26 17,214 74
40072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30 시간여행 2019.08.21 17,587 7
40071 두 곳에서 보낸 여름 43 쑥과마눌 2019.08.19 19,106 14
40070 개굴굴 님께 보고하는 감자 루꼴라 김치 43 소년공원 2019.08.19 16,638 7
40069 여름이 간다 23 고고 2019.08.18 10,776 7
40068 할라피뇨고추 베이컨말이 15 에스더 2019.08.15 13,433 1
40067 안녕하세요~ 32 광년이 2019.08.15 10,734 10
40066 더운 여름 밥 해먹고 텃밭가꾸며 살아가기 26 주니엄마 2019.08.14 11,357 5
40065 감자 열무김치 23 개굴굴 2019.08.13 19,155 7
40064 고1 다이어트..주말이야기..천사채,고기양념 18 테디베어 2019.08.12 13,141 7
40063 그대가 나를.... 21 miri~★ 2019.08.10 11,971 7
40062 여름날의 언박싱 일지 35 백만순이 2019.08.09 14,146 10
40061 오징어 데칠때 16 이호례 2019.08.08 13,795 5
40060 불맛 오징어볶음 비스므리 12 수니모 2019.08.07 9,316 5
40059 차~~~암 쉽죠~~~? 징빵, 원어로는 도라야끼 42 소년공원 2019.08.07 11,121 8
40058 오랜만이네요^^ 36 빈틈씨 2019.08.06 10,068 5
40057 입맛을 잃어 글맛도 같이~~ 23 고고 2019.08.05 9,291 5
40056 여름 넘기 28 수니모 2019.08.02 12,742 5
40055 114차 봉사후기) 2019년 7월 바삭바삭 치킨(뼈를 발라낸 .. 24 행복나눔미소 2019.08.01 7,346 12
40054 스테이크 저녁 초대 22 에스더 2019.07.31 14,684 2
40053 아이스크림 기계로 만든 얼음보숭이들, 그리고 보너스 멍멍이 사진.. 22 소년공원 2019.07.31 10,876 9
40052 여름방학 복날 가족생일 쓰리콤보! 40 솔이엄마 2019.07.31 10,644 9
40051 절이지 않고 담근 열무김치 12 프리스카 2019.07.30 9,789 4
40050 또 밥이야기 돌솥밥처럼 맛있는 가마솥 밥짓기 23 프리스카 2019.07.25 14,855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