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극복할 것은 기후만이 아닙니다.
산짐승의 공격 앞에 식물은 무기력할 뿐.
잎사귀가 깨끗히 사라지는 날 올해 고구마는 없는 겁니다.
소리없는 비명을 질렀을 고구마를 위해 망을 덮어주고 왔습니다.
에효, 나두 먹게 쫌 남겨라 이눔아!!
마트 피망씨로 재생산된 튼실한 피망.
어데서 날라왔는지 절로 자란 아주까리(피마자)꽃과 열매. 밑에 노란것이 숫꽃 위의 붉은것은 암꽃
추가 파종한 당근을 솎아내어 잎사귀를 말려 아무 요리에나 무턱대고 팍팍 넣는다.
해마다 최다 수확량을 내는 단호박.
어린 풋 단호박을 채썰고 역시 텃밭의 부추를 넣어 만두를 만들었어요.
더위에 쓰러져 있다해도 뭐든 먹어야 사니깐.. ㅎ
식은 건 구워 먹구.. 입맛 떨어진 줄 알았는데 무한 들어가네요.
정글 속에서 씩씩하게 그들만의 여름을 살아내는 야생화들에 잠시 피로가 사라집니다.
끝도 없이 뻗어나가 다른 식물을 괴롭히는 칡인데
뜻밖에 꽃은 예뻐요.
이름도 희한한 노루오줌꽃
백합과의 참나리꽃. 뭘 찾는겐가 땅을 보며.
7월의 끈적임도 지나갔고
결실에 없어서는 안 될
8월의 태양만이 남았습니다.
가을이
오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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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의 노래 - 보들레르 -
곧 우리는 차가운 어둠 속에 잠기리.
안녕, 너무나 짧았던 우리 여름의 생생한 빛이여! (....)
모든 겨울이 내 존재 속으로 들어오리.
분노, 노여움, 떨림, 공포, 강요된 힘든 노동
그리고 내 심장은 극지 지옥의 태양처럼
얼어붙은 붉은 덩어리에 지나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