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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여름 넘기

| 조회수 : 12,742 | 추천수 : 5
작성일 : 2019-08-02 19:01:46

자연에서 극복할 것은 기후만이 아닙니다.

산짐승의 공격 앞에 식물은 무기력할  뿐.



잎사귀가 깨끗히 사라지는 날 올해 고구마는 없는 겁니다.

소리없는 비명을 질렀을 고구마를 위해 망을 덮어주고 왔습니다.

에효, 나두 먹게 쫌 남겨라 이눔아!!





마트 피망씨로 재생산된 튼실한 피망.





어데서 날라왔는지 절로 자란 아주까리(피마자)꽃과 열매.  밑에 노란것이 숫꽃 위의 붉은것은 암꽃




추가 파종한 당근을 솎아내어 잎사귀를 말려 아무 요리에나 무턱대고 팍팍 넣는다.





해마다 최다 수확량을 내는 단호박.

어린 풋 단호박을 채썰고 역시 텃밭의 부추를 넣어 만두를 만들었어요.

더위에 쓰러져 있다해도  뭐든 먹어야 사니깐.. ㅎ





식은 건 구워 먹구.. 입맛 떨어진 줄 알았는데 무한 들어가네요.


정글 속에서 씩씩하게 그들만의 여름을 살아내는 야생화들에 잠시 피로가 사라집니다.




끝도 없이 뻗어나가 다른 식물을 괴롭히는 칡인데

뜻밖에 꽃은 예뻐요.





이름도 희한한 노루오줌꽃




백합과의 참나리꽃.   뭘 찾는겐가 땅을 보며.



7월의 끈적임도 지나갔고

결실에 없어서는 안 될

8월의 태양만이 남았습니다.


가을이

오고 있네요.


--------------------------------------------------------------------------------------------------

                                            

                                             * 가을의 노래                - 보들레르 -


                                             곧 우리는 차가운 어둠 속에 잠기리.

                                             안녕, 너무나 짧았던 우리 여름의 생생한 빛이여! (....)

                                             모든 겨울이 내 존재 속으로 들어오리.

                                             분노, 노여움, 떨림, 공포, 강요된 힘든 노동

                                             그리고 내 심장은 극지 지옥의 태양처럼

                                             얼어붙은 붉은 덩어리에 지나지 않으리.


                                                             


                                                                       

              


 










3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테디베어
    '19.8.2 9:52 PM

    금요일 야근하고 막내 학원 앞에서 기다리며 수니모님의 글을 읽습니다.
    어쩜 저리 예쁜꽃도 많고 농사도 잘 지으십니다.
    아주까리 어릴 때 보고 오랜만에 봅니다.
    녀석 고구마를 좋아하는군요.
    칡꽃도 너무 예쁩니다.
    단호박 썰어 넣은 만두가 예술입니다^^
    캄캄하도록 밭일하지 마시고~
    8월도 건강하게 보내십시요^^

  • 테디베어
    '19.8.2 9:54 PM

    참 두부도 여름잘 지내길^^ 바랍니다.

  • 수니모
    '19.8.3 9:52 PM

    고구마순만 편식했던 놈이 올해엔 상추,고추순에 팥잎까지
    아주 골고루 즐기네요 ㅠ 식솔이 늘었는가..?
    단호박 넣으니 만두가 달아요.
    작열하는 태양아래 스마일 태양이랑 님도 건강하세요^^

  • 2. Flurina
    '19.8.2 10:29 PM

    아, 저 시 저도 한때 외우던 시였는데... 좀 다르지만 제가 외운 첫 구절은

    머지않아 우리들 차디찬 어둠 속에 잠기리니
    그럼 잘 있거라 너무 짧은 여름 날의 센 빛이여


    뭔가 비장한 느낌이 들어 좋아했던 것 같아요. 이 시가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 에 나왔었나요?

    여름은 짦아요.


    저도 두부 안부 여쭈며 여름밤 즐기러 갑니다~

  • 수니모
    '19.8.3 10:37 PM

    평전 '지상의 낯선자 보들레르' 에서 가져왔어요. 역자의 차이 아닐까요?

    62살의 父와 28살의 母라는 출생부터 불균형했던 시인.
    대중들의 우매함과 속물들의 천박함을 경멸하며
    댄디즘을 스스로에게 요구하는 내적 도덕률로 삼아
    저주받은 시인으로 고통받다가 비참하게 생애를 마쳤죠.

    지상에 갇힌 포로와 같은 인간존재의 고통.. 공감합니다.

    짧은 여름, 마음껏 즐깁시다.

  • 3. 주디
    '19.8.2 11:06 PM

    꽃들도 예쁘고 님 글도 예쁘고 호박도 피망도 다...

  • 수니모
    '19.8.3 10:58 PM

    감사합니다 주디님~

  • 4. 소년공원
    '19.8.3 6:37 AM

    시를 읽으니 곧 가을이 올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

    그런데...
    깊은 산속 고구마는 누가 와서 먹나요?
    망을 씌우셨다하니... 동물들이 와서 먹지 못하게 하신 거겠죠?

  • 수니모
    '19.8.3 11:28 PM

    심심산골은 아니고요 ㅎ 근교 4차선 대로변입니다.
    야산자락 끄트머리가 닿아있기만 해도
    고라니께서 어떻게든 방문해 주십니다.
    아니 눈쌓인 겨울도 아니고 시퍼런 산에 먹을게 지천일텐데 왜..
    남편왈 여긴 '맛집'이라네요.

  • 소년공원
    '19.8.6 4:04 AM

    ㅋㅋㅋ
    산속에 시퍼런 것들은 맛없는 풀
    고구마 이파리는 맛집 추천 메뉴 :-)
    그런데 사실은 저도 고구마 이파리를 먹어봤는데, 시금치 보다 더 맛있어요.
    고라니한테 뺏기지 말고 직접 한 번 드셔보세요.

  • 5. Turning Point
    '19.8.3 7:42 AM

    결실에 없어서는 안될 8월의 태양....

    땡볕에서도 야외에서 운동하는 아이가 있는지라 7,8월은 저도 덩달아 너무 힘든데...저 말이 너무 위로가 되네요. 가을의 결실을 위해 화이팅 해 봐야겠어요.

  • 수니모
    '19.8.4 12:07 AM

    그냥 서 있기도 힘든 땡볕아래서 운동이라니..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얼마나 힘드실까요.
    부단한 담금질이 명품연장을 만들어 내듯
    인내한 아이와 님께도 합당한 결실이 있기를 바랍니다. 화이팅!!

  • 6. miri~★
    '19.8.3 9:31 AM

    튼실한 호박들이 뭔가 병사같아요.
    수니모님을 지켜주는 병사..ㅎㅎ
    칡꽃 정말 오래간만에 보네요.
    뻗기를 잘해서 다른 식물에게는 큰일이지만
    나름대로 그 녀석도 쓸모가 많아요.
    칡뿌리도 먹고, 이파리는 동물들 식량이 되고
    끝없이 뻗는 줄기를 착착 끊어 쟁여놓으면 튼실한 끈으로 쓸수 있답니다.

    고구마가 무사히 살아남길 바라며....
    다음주에 돌아올 추분을 기다리며...

  • 수니모
    '19.8.4 12:39 AM

    하~ 든든한 호박 군단인가요?
    하긴 저의 신임을 한번도 잃은 적 없는 충성스런 병사 맞아요.^^

    아, 당장 질긴 칡줄기도 끊어 쟁여놓아야겠어요.
    제거하느라 잡아당겨도 잘 끊어지지도 않터라니..
    끈으로 쓰면 좋겠네요. 차는 물론 마시고 있지요.
    미리님 감사합니다~

  • 7. 숲길에서
    '19.8.3 10:21 AM

    갖가지 농사에 만두까지!
    존경스럽습니다.
    어느날 여행중
    차안에서 눈감고 쉬고 있는데
    꽃향기가!
    남편이 내 코앞에 칡꽃을! 칡꽃향기가
    그리 좋은지 처음 알았어요.
    저의 텃밭의 푸른 빛이 바래지고
    빈 들녘을 보며
    쉴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 수니모
    '19.8.4 12:14 PM

    꽃향기도 나누려는 로멘틱한 남편.. 부럽네요.
    가을날 추수뒤의 빈 들녘을 감사히 바라볼 수 있기를~
    저도 함께 기대해봅니다!

  • 8. 초록꿈
    '19.8.3 7:00 PM

    저도 오늘 밭에 갔다가 고라니가 아작을 낸 고구마밭을 보고 왔어요.
    울 시누형님과 정성을 다해 심었건만...
    집에서 수니모님 글을 보고 무릎을 탁 쳤어요.
    그러면 되겠구나.. 그물을 덮어 놓으면...
    옆에 있던 남편도 아! 그런 방법이~ㅎ
    고맙습니다.
    올해 고구마는 구경도 못할뻔했는데 어쩜 맛볼 수도 있겠군요.

  • 수니모
    '19.8.4 12:30 PM

    흥, 요정도 울타리쯤이야..
    매주 보강을 거듭해도 어찌 이놈의 머리도 같이 진화하는 듯.

    급기야 걍 몽창 덮어버리는 걸고 전략 수정.
    입은 대도 결코 뜯지는 못하리.. ㅎ후훗!

  • 9. 놀라운바다
    '19.8.3 11:26 PM - 삭제된댓글

    농사 지으시면서 보들레르의 시를 음미하시는군요
    우리 82님들은 수준이 너무 높아 제가 따라가기 힘들어요
    보들레르의 시구절처럼 여름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다가올 가을엔 지나간 여름을 아쉬워하지 않도록 얼마 남지 않은 여름이지만
    이 한몸 불살라 열심히 살아보렴니다
    멋있는 시 좋은 풍경 감사합니다

  • 10. 수니모
    '19.8.4 12:43 PM

    그저 글이 좋으면 적어놨다가
    생각나면 꺼내 보는 수준으로..
    음미까지는 아니여요 ㅎ

    여름의 끝자락을 맹렬히 불살라 부러요 우리 ^^

    댓글 감사해요 놀라운 바다님~

  • 11. ...
    '19.8.4 4:20 PM

    단호박 보기만해도 맛있겠어요
    저는 주변에 밭이많다보니 단호박 심어도
    단호박이 제대로 안달려요.
    여러품종의 호박꽃수정이 짬뽕돼서 맛도없고
    생김새도 요상한게 나오네요.
    단호박이 맺더라도 맛이 완전 다르고요
    사진으로는 좋아보이지만 농사짓는분의 노고가 보입니다.
    특히 그넘의 풀

  • 수니모
    '19.8.4 5:50 PM

    아, 이웃한 밭의 다른 품종이랑 마구 짬뽕이 되기도 하는군요.
    벌들이 이리저리 마구 섞여서리.. ㅠ

    그쵸, 그넘의 풀 풀.. 거기다 고라니까지 힘을 빼네요.
    뭐 나눠 먹는거지만요.

  • 12. 해피코코
    '19.8.5 12:13 AM

    수니모님. 좋은 시와 사진 감사합니다.
    아...호박만두 정말 맛있겠어요.
    저는 오늘 아침에 너구리를 잡고 저번주에는 그라운드호그 (groundhog) 도 잡아서 공원에다 풀어줬어요.
    정원에 사는 짐승들 때문에 밭이 엉망이에요ㅎ

  • 수니모
    '19.8.5 10:01 AM

    아침 인터넷 외신에 너구리 구출기사가 나왔어요.
    배수로 뚜껑 격자구멍에 목이 끼어 오도가도 못하며 소방관들에게
    어떻게 좀 해보라는 듯 간절한 눈빛을 보내는데
    너무 귀엽더라구요. 얜 목숨이 경각인데 전 웃음이 ㅎ
    tv에서나 보던 얘들을 잡아보기까지 하셨군요.
    코코랑 친구하며 뛰놀면 좋겠지만 정원땜에 아웃이죠!
    잠시 동물의 왕국 상상을 해봤어요 ^^

    오늘도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해피코코님~

  • 소년공원
    '19.8.6 4:02 AM

    해피코코 님...
    그 녀석들 동네 공원에 풀어주셨으면 틀림없이 또 올거예요.
    건너오기 힘든 고속도로나 강 같은 곳을 넘어가서 놔주어야 한대요.
    예전에 두콩이님 집에는 그라운드혹이, 저희집 태양열 지붕 아래에는 너구리가 방문한 적이 있어서 알아요 :-)
    행운을 빕니다.

  • 해피코코
    '19.8.6 10:22 AM

    소년공원님~
    집에서 10분 정도에 있는 공원에 너구리를 풀어주고 왔어요.
    그래도 집을 찾아오면 가족으로 받아 들이기로 했답니다. ㅋㅋ

  • 13. 해피코코
    '19.8.6 10:21 AM - 삭제된댓글

    소년공원님~
    집에서 10분 정도에 있는 공원에 너구리를 풀어주고 왔어요.
    그래도 집을 찾아오면 가족으로 받아 들이기로 했답니다. ㅋㅋ

  • 14. 빈틈씨
    '19.8.6 5:26 PM

    저희집에는 식물이 오면 다 죽어서 나가서 T_T 감히 키울 생각을 못하는데
    당근 줄기까지 드신다는 거 보니까 정말 신기하네요.
    노루오줌과 노루오줌꽃 사이의 상관관계가 문득 궁금해집니다 ^^ㅋㅋㅋ

  • 수니모
    '19.8.6 8:03 PM

    파슬리 대체품으로 사용.
    뿌리보다 영양이 많다하니
    모든 음식에 마구 투척, 활용도가 높습니다.
    노루오줌꽃은 뿌리에서 나는 냄새 때문이래요.
    근데 우리가 그 냄새를 모르쟈나요.
    담에 한뿌리 캐봐야겠어요. ㅎ

  • 15. 쑥송편
    '19.8.9 9:22 AM

    마트 피망씨로.. ㅎㅎㅎ

    저도 마트 참외씨로 참외를 재생산했던 추억이 떠오르네요.

    초록초록한 사진들 참 예뻐요.

  • 16. 카렌튤라
    '19.8.29 3:13 PM - 삭제된댓글

    http://play.afreecatv.com/gtv7/216838005

  • 17. 카렌튤라
    '19.9.1 9:43 PM - 삭제된댓글

    http://play.afreecatv.com/gtv7/216927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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