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깊어가는 가을날 우리 82님들 모두 기체우량만강 하옵신지요?
꼬라지만 농부인 우리부부는 나름 추수철이라고 바쁜척 지내고 있답니다.
산거 얻은거 서리한거.. 씨앗이라 추정되는 건 죄다 가져다가
일단 뿌리고보자 했더니 밭이 기형적으로 잡다해졌습니다.
참깨라 봐야 두어됫박 나오지만
남편은 많은거 좋아하고 저는 넘치면 싫습니다.
돈 빼고, 쟁여두고 이고지고 사는거 질색인 저는 필요없이 세상에 나온 건 없다 라는 남편과 끝이 안나는 실랑이로
삼십년 넘도록 끌탕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작년 시에서 하천변 단장하고 나머지 버린거(남편주장) 주워다 꽂아놓은게 올해 이렇게 활짝피었습니다.
저는 이름도 모르는 조그만 들꽃을 더 사랑합니다.
벌레가 더 파먹기 전에 서둘러 땅콩을 캤습니다.
볶은것보다 삶아먹는게 텁텁하지 않아 좋더군요.
돼지감자 꽃
솎아서 깍뚜기 했는데 가을무라 맛있네요.
늦게 심은 옥수수가 한개씩이라도 열었는데 알은 성글어도 맛은 좋아요.
고들빼기 꽃
김말이 처음으로 해봤는데 애고추를 다져넣어 덜 느끼합니다.
솔이엄마님 것처럼 예쁘지가 않네요.
흰콩
서리태 풋콩과 울타리 콩
고라니에게 콩밭 상납하고 배추를 살렸습니다.
작년에 한고랑 일부러 심어 꽃씨 퍼뜨려 냉이천국 사계절 전천후 냉이입니다.
가을걷이도 대충 끝나가고 콩류와 김장거리만 남았습니다.
배추다운 배추는 올해가 처음으로 200개 넘게 심었고
이모님의 15포기 주문도 받은터라 한달여를 더 지켜내야 하는데
윗밭의 서리태콩을 아작낸 고라니의 다음 목표물이 될까 걱정입니다.
벼라별 방책이 다 무용지물로 동물의 영역지키기는 목숨보다 중한가봅니다.
배추옆에 또한고랑 콩받이 있으니 옆에 배추에는 눈길도 주지말기를 바래봅니다.
다한 목숨도 서러운데 바닥을 구르는 낙엽이 바람타고 여기저기 휩쓸립니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시 한자락 깔고 갑니다. 내도록 모두 평안하시옵기를!
한 해의 삶이 익어갈 무렵이면
가을 하늘빛 어머니
당신의 마음이 구름처럼 흘러갑니다
알뜰히 가꾼 삶의 나무에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따서
어머니, 당신께 드리고 싶습니다
꽃길을 걸을 때면 향기가 되고 싶었고
숲길을 걸을 때면 나무가 되고 싶었던
봄 여름이 지나고
수채화같은 들길을 걸어
어머니, 당신 곁으로 가고 싶습니다
홀로 익은 듯해도
제 뜰에는 당신의 눈물이 일렁이고
홀로 이룬 듯해도
제 삶에는 당신의 가슴이 묻혀 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 당신은 왜
꽃과 열매는 다 내어주시고
여름처럼 겨울처럼 살아가십니까
가을이 오면 왜 낙엽 먼저 쓸어안으십니까
무엇보다 어머니, 당신은 왜
아침뿐 아니라
한밤중에도 저를 흔들어 깨우십니까
- 어머니께 드리는 가을 편지 <이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