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작년에 입대를 했습니다.
늦은 나이의 입대라서 마음 무거운 입대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아이가 잘 적응하는 듯해서
요사이 마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기본군사훈련 마치고 1박2일 집으로 온 날
아이는 잠만 자다가 올라갔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그런지 얼굴이 까맣고 의욕도 없고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모르게 잠만 자다 올라가서 얼마나 마음 아팠는지 몰라요.
복귀하는 날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전화하면서 달래는 중
첫 면회인가?
이때는 처음이고 해서 사진을 안 찍었나 보더라고요.
아이 얼굴 보느라 경황이 없었는 듯해요.
이후 진급하고 갔던 날
군대에서 이게 상징적이라 해서 하나 구입했어요. 맛다시.
여름 휴가인 거 보니 두번째쯤 될겁니다.
이때부터 휴가가 본격적으로 나오고 면회도 자주 가고 그럴 때인 것 같아요.
전화하느라 커피 나왔는데도 한참을 저러고 있었던 기억이 나요 .
이때 이렇게 뽀얗고 가늘가늘 손이 일 년이 지난 뒤 힘줄이 툭툭 불거져나오는 남자손이 다 됐어요.
힘든 일은 군인이..
아들이 옥수수수염차를 아주 좋아합니다.
면회갈 때마다 빠지지 않는 품목이죠.
얘가 먹은 옥수수수염차 줄 세우면 아마도 운동장 두어바퀴는 돌았을 겁니다.
그렇게 맛있다네요.
참.. 아이가 떡도 좋아합니다.
얼마나 떡을 좋아하는지 면회갈 때 뭐 사갈까 하면 떡이 제일 먼저 나옵니다.
떡 종류는 가리지 않아요. 쑥떡 이런 거 빼고 다 잘먹어요.
대충 기본으로 준비해가고 늘 찜닭, 통닭 이런 거 시켜서 같이 먹어요.
이때는 떡에 좀더 신경을 썼나 봅니다.
무려 3종류의 떡이 보이네요.
면회소에 길고양이가 있어요.
열린 면회소 문으로 들어와서 턱하니 저렇게 앉아있어요.
고양이 싫어하는 면회객들이 쫓아내면 조용히 창문 밖에서 안을 쳐다보고 있더라고요.
한번씩 깜짝깜짝 놀라요.
처음 봤을 때 공포영화인 줄 알았다니까요.
길고양이가 안쓰러워서 먹이를 하나 샀습니다.
한번도 고양이를 키워본 적도 없고 주변에서도 키우는 사람이 없어서
먹이를 어떻게 사야 하는지 몰라서 그냥 슈퍼에서 보이는 먹이 하나 샀어요.
근데 이 고양이가 보이면 다들 쫒아내버려서
뒤쪽에 몰래 불러서 줬습니다.
남 눈치 보여서 급하게 주느라 그냥 부어줬는데 얼마나 잘 먹는지 저절 단숨에 먹던데요.
길고양이도 부대에 있는 길고양이가 더 안쓰러워요.
다시 면회이야기로 돌아갑니다.
또 옥수수수염차 보입니다.
정말 이 회사는 아들에게 감사패 하나 줘야하지 않나요?
분홍식 몽쉘이 부대에서만 판다고 해서 종종 구입합니다.
맛은 상상이 되는 그맛입니다.
아들이 눈병이 날 것 같다고 전화와서 급하게 약 구입해서 달려간 날입니다.
눈병이 날 것 같다고, 눈이 찝찝하다는 그 말에 화들짝 놀라
달려간 날이라 기억이 또렷해요.
그 와중에 빠지지 않고 구입한 옥수수수염차와 떡
가끔 책도 주문하면 사다주곤 합니다.
부대 입구
황금빛 들판, 황금물결 이런 표현이 왜 나왔나 했더니 이런 걸 보고 만들었나 봐요.
벼베기 후 모습 . 같은 장소 다른 모습.
이때는 뭘 사갔을까요?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유과와 식혜가 보이는 걸 보니 명절 끝인가 봐요.
면회갈 때 뭐 준비할까 하면 뭐든 다 놔두라고 합니다.
잘 먹는다고, 먹고 싶은 거 없다면서
떡, 김밥, 햄버거, 옥수수수염차만 늘 이야기 합니다.
어느 날 김밥 사오라고 하길래 직접 해준다고 했더니 극구사양
하지만 매번 사가지고 가는 것도 그렇고 해서
처음으로 정성을 보인 날입니다.
(일전에 키친토크에 올린 사진)
식성 변화
아이가 과일을 안 좋아하는데 군대에서 과일을 많이 먹나 보더라고요.
요새 과일 잘 먹어요.
이때 딸기를 엄청 먹어서 신기하게 쳐다본 기억이 있어요.
면회음식이라고 해서 별다른 게 없습니다.
예전과 달리 군대 음식도 괜찮다고 하고
휴가 자주 나와서 그런지 딱히 해가지고 게 없어요.
그래서 뻔한 음식이지만 군대 면회갈 때 어떤 음식 사가지고 가나 궁금할 것 같아서
정리해봤습니다.
시간순서대로 아니고 그냥 사진 보이는 대로 옮긴 겁니다.
며칠 전 귀대하면서 아들이 한마디 하고 갔습니다.
이제 부대가 더 편한 것 같다고
몸은 집이 더 편한데 정신적으로 어째 불편하다고...
살짝 허탈하지만 그래도 군생활 잘 하고 있다는 뜻으로 들려서 마구 웃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