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3 월 30 일에 출발했으니까 여행 떠난 지 어느덧 한 달이 넘었네요 .
불과 11 박 12 일의 여행이었지만
떠나기 여러 달 전부터 여행 계획과 준비로 들뜨고 행복하고
다녀와서 또 이렇게 한 달 넘게 즐거움이 계속되는 걸 보면
여행은 분명 투자 대비 이익이 큰 장사 같아요 ~ 라고 쓰고
즐겁게 니스에서 먹은 것들을 추억해 보려고 하는데 …
한국에 있는 맏언니가 보내온 사진 .
고향 읍내 장터에서 먹을 수 있는 8 천원짜리 산채비빔밥이래요 .
여행 가서 먹고 온 것들이 다 무의미해지는 순간 ㅠㅠ
저희들 모두 이곳까지 7 인분 배달해 달라고 애원했어요 .
급상실된 의욕을 간신히 추스려 니스의 기억을 꺼내봅니다 .
오전에 니스에 도착한 저희 일행은
에제 (Èze) 행 버스를 타기 위해 일단 호텔 앞에서 트램을 타고 이동했어요 .
그런데 몇 정류장 안 가서 트램이 갑자기 멈추더니 뭐라고 안내방송이 나오네요 .
불어를 알아들을 리 없는 저희는 해맑게 딴짓하고 있었는데 …
안내방송이 계속될수록 모든 승객들의 시선이 일제히 저희 일행을 향하는 쎄 ~ 한 느낌 .
순간 , 어디선가 경찰이 대여섯 명 나타나더니
한 3 량 정도 되는 트램기차의 문을 차례로 잠그고
맨 앞문으로 저희더러 내리라는 겁니다 ! ( 어머 , 왜 ?)
저희가 모두 내렸더니 우리 가방 좀 보자는 거에요 .
( 그 경찰들이 친절하게도 영어를 구사하려 노력했으므로 ...
본래는 ‘ 너희 가방 확인해봐라 ’ 였는데 처음엔 ‘ 너희 가방 좀 보자 ’ 로 들렸어요 )
순간 , 저희가 소매치기로 지목된 줄 알고 황당 ;;;
알고 보니 트램 운전기사가 CCTV 로 우리 주변에 소매치기가 있는 것을 보고는
경찰을 부르고 트램을 멈춘 것이었어요 .
저희가 아무 것도 분실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몇 차례나 거듭 확인한 경찰은 트램을 떠나 보냈어요 .
그러더니 저희더러 조심하라고 하더군요 .
이 모든 것이 불과 5 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일어난 일이었어요 .
와우 ~ 니스 경찰 브라보 ~
정신 차리고 보니 훈남도 이런 훈남이 없 …( 쿨럭 )
다음 트램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랑 인증사진도 찍어주고 ㅎㅎ
( 근데 맏언니 카메라에 … 덴장 )
사실 이번 여행 떠나면서 파리 , 바르셀로나 등 소매치기 많기로 악명 높은 도시들을 들러야 하는 까닭에
저희가 무척 신경 썼거든요 . 특히 회계인 저는 더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죠 .
근데 니스쯤에 가서는 경계가 많이 해이해졌는데 이런 일이 생기니 다시 바짝 긴장 … 은 커녕
우리는 니스 경찰도 앞장서 보호해주는 뇨자들이라며 희희낙락 ;;;
다음 트램을 타고 버스 터미널로 간 저희는
에제행 버스 시간을 확인하고는 시간이 남아 근처에 아무 레스토랑이나 들어갔어요 .
1 시 정도 되는 시각이었는데 그 동네 카페들이 전부 노상에 의자와 테이블을 내놓고
주민들이 커피나 맥주 한 병씩 들고는 일제히 ‘ 사람 구경 ’ 을 하고 있더라고요 ㅎㅎㅎ
이에 저희도 동참 !
음식이 너무 늦게 나와서 버스 놓치면 안되니까
8 명이 될 수 있으면 메뉴를 통일하여 ‘ 오늘의 요리 ’ 를 주문했는데 … 꽤 괜찮았어요 .
주인 언니의 호통을 듣고 어디선가 헐레벌떡 뛰어들어온 주방장 옵화 ( 아마도 남편인 듯한 ㅋ ) 가
순식간에 만들어 준 …
스파게티에 곁들인 고기는 마치 갈비찜이나 꼬리찜처럼 하루 종일 푹 졸인 듯 부드러웠고 .
연어를 주문한 언니들도 맛있었대요 . 함께 나온 빵도 굿 !
착한 가격에 맛있는 점심을 해결한 저희는 ( 회계 몹시 기쁨 )
버스터미널 가는 길에 커피 한잔씩 하기 위해 인근 빵집에 들렀는데 …. @.@ 오 마이 갓 .
여기가 정녕 흔한 동네 빵집이란 말입니까 ? 커피도 단돈 1 유로 .( 회계 춤을 춤 )
( 니스 , 여기가 천국인가보오 )
이후 에제와 …
모나코까지 둘러본 저희는 밤 늦게 니스로 돌아왔어요 .
9 시가 거의 다 되어가는 시간 .
일단 아무거나 먹자 … 하며 중심가인 마세나 광장쪽으로 걸어갔는데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았더라구요 . 레스토랑들도 거리에 내놓은 테이블을 접으며 파장 분위기 . ㅠㅠ
맥도날드라도 가야 하는건가 …? 하고 자포자기할 무렵 , 저 골목 안에 웬 불빛이 …
가보니 그 레스토랑은 아직도 사람들이 많더군요 .
8 명 자리가 있냐 물으니 잠깐만 기다리라면서 라운지 같은 곳으로 안내했어요 .
그리고는 기다리는 동안 마시라며 샴페인을 한 잔씩 …
퍼뜩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 레스토랑 , 인테리어가 예사롭지 않네요 .
웨이터들이 2 층으로 나르고 있는 음식을 보니 …. 오 지저스 ~~
이곳은 알고 보니 보카치오 (Boccaccio).
여행 떠나기 전 , 직장 동료로부터 적극 추천 받았던 곳이었어요 .
원래 내일 밤에 예쁘게 차려입고 오려했던 곳인데 …
이렇게 구질구질한 차림으로 맘의 준비도 없이 들이닥치리라곤 ㅠㅠ
일행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 이 언니들 , 뻔뻔하게도 잘됐다며 쾌재를 부르네요 .
일단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듯한 해산물 플래터를 주문하고 …
다른 테이블에서 많이들 먹고 있는 빠에야와 파스타도 주문했어요 .
그런데 .... 무슨 세숫대야 만한 접시에다 주네요 . 이게 2 인분이에요 .
우리 옆 테이블의 관광객으로 보이는 어느 일행은
( 남자들만 와서인지 ) 인원수대로 주문한 모양인데 ...
테이블이 무슨 장독대처럼 변하는 광경을 목격 .
접시와 빠에야팬이 너무 커서 테이블에 다 놓지도 못하더군요 .
저희도 원래는 몹시 허기져서 더 많은 양을 주문하려 했으나 …
잽싸게 옆 테이블 ( 남녀 둘이 데이트하던 ) 을 스캔한 누군가가
‘ 여긴 양이 많다 ’ 고 현명한 판단을 한 덕에 과다 주문을 방지할 수 있었어요 .
그래도 빠에야가 남았답니다 . 우리 일행에겐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죠 . ㅎㅎ
나중에 여행이 끝나고 저희 일행에게 가장 맛있게 먹은 게 뭐냐고 물었더니
많은 분들이 이 날 보카치오에서 먹었던 해산물 , 그 중에서도 특히 생굴을 꼽네요 .
이번 여행 통틀어 가장 비싼 식비를 지출한 곳이기도 했지만 …
뭐 , 다들 기억에 남는 식사였다니 회계 혼자 조용히 울었다는 이야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