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미식의 도시 리옹에서 굶고 다닌 이야기

| 조회수 : 12,579 | 추천수 : 2
작성일 : 2016-04-21 12:27:49

저희가 여행에서 돌아온 지 이제 열흘 가까이 되어 가네요 .

여행 후 어제 처음 우리 일행이 한 자리에 모였어요 . 

무리해서 돌아 다니느라 손상된 도가니 (?) 를 보강해야 한다며 , 

밥을 사겠다는 어느 갸륵한 언니의 제안에 따라 도가니탕 집에서 모였 …( 쿨럭 )


 

밥먹고는 다음 2 년간의 계를 논의하기 위해 또 다른 언니가 커피까지 사고 …

 

유럽하고 불과 6 시간인 시차를 극복하지 못하여  

새벽마다 깨어 카톡을 주고받던 우리들이지만 ,  직접 만나 얼굴 보니 더더더 반갑더군요 . 

11 박 12 일 동안 24 시간 붙어서 얼굴을 보던 사이라 그런지 잠시 못보니 엄청 허전했어요 .

 



암튼 … 이야기는 다시 프랑스로 건너가서

파리 일정 후 저희는 기차를 타고 리옹으로 이동했습니다 .

리옹행 TGV 에서 어느 현지인 일행이 저희 8 명의 자리를 차지하고 내어주지 않아서  

승무원까지 동원하여 항의하였으나 꿈쩍도 안하고

( 미국서 제복 입은 사람 말엔 무조건 따르는 습관이 들여진 저희로서는 좀 놀랐어요 )

결국 저희가 1 등석으로 옮겨지는 전화위복을 겪은 후 리옹에 도착했어요 .

 



호텔 체크인 후 곧장 리옹의 중심가라는 벨쿠르 광장으로 고고 ~

 

 

토요일이라 그런지 , 원래 이 도시가 그런건지 젊은이들이 무척 많고 활기찬 느낌을 받았어요 .

 


 

무슨 행사인지는 모르겠으나 재미있어 보이던 …

 



제목에 “ 굶고 다닌 이야기 ” 라 썼지만 … 사실은 이분들이 절대 굶고 다닐 분들이 아니에요 .

다만 , 제 시간에 식사를 못했단 얘기죠 . 

아침을 7 시쯤 먹고는 점심은 오후 3-4 시 , 저녁은 밤 9 시 , 이런 식이었으니까요 .  

회계 정산해보니 식비를 상당히 지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들 배고팠었다는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있네요 ㅜㅜ

 


리옹에 도착한 이 날도 어쩌다 보니 점심도 못 먹고 3 시가 훌쩍 넘었어요 .

그래서 벨쿠르 광장에서 구시가 쪽으로 손강 다리를 건너자마자 나온 어느 카페로 들어갔어요 . 

사실 , 저희는 젤 먼저 눈에 띈 곳이라 생각 없이 들어간 곳인데 예상 외로 괜찮았어요 . 

온통 보라빛인 메뉴판이 좀 읽기 힘들었다는 것 빼고는 괜찮았던 곳 . Café de la Ficelle.

 


 

  ( 차양도 보라 , 메뉴판도 보라였던 예쁜 카페 )

 


늘 그렇듯이 크레이프 귀신 신실장님은 과일이 들어간 크레이프를 …



 

또 다른 분들은 짭짤한 크레이프

 



이건 제가 주문한 모듬 햄과 pâté


 


어느 두 분이 Croque-monsieur 와   Croque-madame 을 주문한 덕에

무슈와 마담의 차이가 무엇이냐 …   아 , 계란이 있고 없고의 차이구나 …




그렇다면 왜 계란이 두 개가 아니고 하나냐 ( 저희는 계란 얹어진 것이 무슈인줄 … 부끄 )

그   와중에 보건업에 종사하는 어떤 언니의 ‘ 요즘 정상 아닌 무슈도 많다 …’ 이런 궤변까지 등장 ( 더욱 부끄 …)

뭐 이런 격론을 벌이다가 서둘러 푸르비에르 언덕 위의 성당 올라가야 한다며 일단락 .

 

 

사실 , 저희 일행 중 몇몇은 이번 여행 오면서 한국에 계신 시어머니들께 성지순례 간다고 뻥치고 왔거든요 ;;; 

근데 , 이 말이 거짓이 아닌게 가는 곳마다 대성당이 나와서 거의 절반은 성지순례 분위기가 됐어요 .


 

별 기대 없이 갔으나 , 그 웅장함과 세련됨에 놀란  

푸르비에르 언덕의 노트르담 대성당 (Basilique Notre Dame de Fourvière).




저희 일행 중 사진 찍는 언니들이 그러더라구요

“ 이 성당은 빈틈이 없다 ”


 

 


저희의 행운은 이곳에서도 이어져서 , 비수기에는 수요일 & 일요일 한 차례씩만  

선착순으로 가능하다는 생미셸 테라스 ( 성당 지붕 꼭대기에 미카엘 대천사 동상이 있는 부분 ) 를  

저희 8 명만 올라가 볼 수 있었어요 . 저희가 간 날은 토요일이었거든요 .

 


 


 

덕분에 쉽게 볼 수 없는 성당 돔천장의 뒷면도 보고





천사들이 늘어선 회랑을 지나 종탑도 코앞에서 보고

그러나 고소공포증 있는 사람에겐 권하고 싶지 않은 후덜덜한 높이와 아슬아슬한 난간 …

 

 

 

리옹의 상징 중 하나인 미카엘 대천사상을 코앞에서 영접하는 순간 !

 

 



우리에게 프라이빗 투어를 제공해 준 종탑지기 아저씨와 순박한 청년 다니엘  

두 사람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 벅찬 가슴을 안고 다시 구시가지로 내려가는 길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리옹 구시가지 (Vieux Lyon)

 

 


해 저문 손강


 

 


8 시가 훨씬 지난 시간 . 이제 저녁을 먹어야겠죠 ?

 

 

미식의 도시 리옹하면 꼭 언급되는 게 부숑 (Bouchon) 이란 건데 …

이게 어느 특정한 요리군을 묶어서 이렇게 부르는 건지 , 

아니면 그런 요리를 파는 식당을 가리키는 말인지는 아직도 알쏭달쏭해요 . 

암튼 리옹엔 이른바 ‘ 부숑거리 ’ 가 있더군요 . 

하나같이 간판에 “Bouchon Lyonnais” 라고 써 있는 식당들이 셀 수 없이 많았어요 .

 

TV 와 블로그를 통해 온 세상 정보를 훤히 꿰차고 계신 분 , 

신실장님 ( 이 분이 왜 신실장인지는 언젠가 꼭 설명 드리기로 ) 의 사전 조사를 통해  

원래 저희가 가려 했던 곳은 Le Comptoir du Boeuf 라는 곳이었으나 ... 





역시 유명하다고 소문난 집은 자리가 없네요 ㅠㅠ 예약을 했어야 하나봐요 .

그래서 결국 8 명 자리를 마련해 준 Le Palais Saint Jean 라는 곳으로 .


일단   어디서   많이   들어본   리옹식   샐러드 (Lyonnaise salade) 를   주문하고 …

 

 

( 맛있기는 하나 수란이 첨가된 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점을 느끼지 못했던 리옹식 샐러드 )

 

회계의 농간으로 제일 저렴한 와인도 주문하고 …( 히힛 )

 

 

리옹의 특별한 음식은 아니나 , 프랑스 와서 달팽이 한 번 못먹어봐서 되겠냐는 언니들의 성화에  

회계가 울며 주문한 달팽이 전체요리   ㅠㅠ

 

그 다음은 송아지 뇌 , 돼지 발 등등의 엽기충만한 재료들을 사용한 각종 요리들 @.@

 

 

가리는 것 없고 , 못 먹는 것이 없는 저희 일행들이라 간단히 해치웠 …

 

 

그러나 큰 감동은 없었다는 것이 총평입니다 .

그 유명하다는 리옹식 부숑이 이럴 리 없다며 , 아무래도 식당을 잘못 선택한 것 같다는 결론 .

아니면 불어에 까막눈인 저희들이 주문을 잘못했을 수도 …;;

 


암튼 , 배부르자 급 너그러워진 언니들은 뚱가뚱가 리옹 먹자골목을 나선 뒤

골목 어귀에 있는 아이스크림 집에서 입가심까지 하고 호텔로 돌아갔다는 이야기입니다 .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미네랄
    '16.4.21 12:55 PM

    여행은 가슴떨릴때 가야지 다리떨릴때 가면 민폐라더만,,,,
    한살이라도 어릴때 떠나야 할까봐요..
    좋은사람들과 함께 하는여행..너무좋네요

  • 2. 나나나
    '16.4.21 1:41 PM

    와~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크로크마담은 위에 계란 얹은 모습이, 마치 마담들이 모자 쓴 모습과 같아서 생긴 이름이라고....어디선가 본 기억이 납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 3. 깡통
    '16.4.21 1:42 PM

    여행기가 너무 재미있어요~~~^^
    저도 프랑스에 가고싶네요.
    정말 즐거운 여행이셨네요.
    덕분에 저도 눈요기,좋은구경 많이 했어요.
    쭈욱~계속 써주세요.

  • 4. 제닝
    '16.4.21 2:55 PM - 삭제된댓글

    무슈와 계란 한개, 두개가 뭔 상관??? 이러면서 읽다가 갑자기 득도함...
    (어머낫 부끄)

  • 5. 제닝
    '16.4.21 2:56 PM

    무슈와 계란 한개, 두개가 뭔 상관??? 이러면서 읽다가 갑자기 득도함...
    그렇다면 마담이 계란 두개여야 하나..... ㅋㅋ (어머낫 부끄)

  • 6. 이해경
    '16.4.21 5:19 PM - 삭제된댓글

    꼰누나님
    여행기 보는 내내 웃음이 입가에 스미네여 ㅎㅎ
    이렇게 성격 좋구??
    글재주 있구?
    게다가 예술적 센스까지...

    저 혼자 맘대로 상상해도 되지요
    성격좋고 재주 많으신분 얼굴을 맘대로 ㅋㅋㅋ

  • 7. 동글
    '16.4.22 12:39 AM

    울동네 벨꾸르 빵집이 있습니다
    빵 겁나 맛있습니다
    저기서 이름을 따왔군요ㅎㅎ
    여행기 잘 보고있구요 엄청 부럽지 말입니다

  • 8. 수짱맘
    '16.4.22 9:35 AM

    어제 퇴근 시간 다 돼서 들어와서 봤는데
    글과 사진이 길어서 다 못읽을것 같더군요.
    그래서 오늘 다시.ㅎ
    운도 따라 주고 정말 재미있는 여행이였을듯 해요.

  • 9. dudu
    '16.4.22 3:21 PM

    친했던 친구들도 여행가면 실망해서 돌아오고 우정에 금이 가기까지 하던데,,
    모두들 성격이 좋으신가봐요..
    여러명이 같이 움지이면 누군가는 계획짜고 예약하고,,희생이 필요한데,,
    정말 좋으신 분들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제 친구들도 여행가자...말은 늘 하는데,, 누구 하나 총대 메는 애가 없어요..

  • 10. quoi
    '16.4.22 3:38 PM - 삭제된댓글

    여행기 재미나게 읽고 있어요. Bouchon부숑은 리옹 토속음식점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원래는 견직물 노동자들이 새참을 먹는 소박(허름)한 간이식당었는데 차츰 리옹 서민 식도락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나봐요. 리옹의 고급 식도락 문화는 이와는 별도로 발전했고요. 부숑에서 전통적으로 취급하는 음식이란 게 돼지나 소 내장, 돼지 비계, 육가공식품, 튀긴 빵 등 육체 노동자를 위한 고칼로리 고지방, 고염분 새참이라서 리옹 출신 제 지인은 부숑을 안 좋아하더라고요. 외부인이라면 한 번쯤 들를만 한 것 같아요. 부숑이라는 라벨은 사설 협회에서 배포하는데 관광객을 겨냥한다고 보면 될 것 같고요. 댓글이 길어져서 죄송합니다. 여행기 다음 편도 기다려요.

  • 11. 소년공원
    '16.4.22 11:03 PM

    프랑스 여행기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저도 애들 조금만 더 크면 유럽 여행 꼭 한 번 가고 싶어요.

  • 12. 간장종지
    '16.4.23 6:17 PM

    여행기 너무 재미있어요.
    사진도 좋고..

    친구분들이 다들 성품이 넉넉하신가 봅니다.
    이렇게 마음 맞기 어려운데 잘 맞는 거 보면 다들 좋으신 분인가 봐요.

  • 13. 시간여행
    '16.4.25 9:05 PM

    맞아요~ 유명한 식당과 숙소는 비수기라도 예약이 필수더군요^^
    저도 늘 비수기에 여행하면서 예약없이 다녀서 엉뚱한데서 돈이 샌적도 많아요 ㅋㅋ

  • 14. Harmony
    '16.4.28 3:49 PM - 삭제된댓글

    요즘 프랑스 파리의 역사 -왕들의 이야기, 궁의 건축과 실내장식에 관한 화가들의 이야기
    디디에 앙사르게스이 사진책 혼합인
    김태진 교수의 [아트인문학 여행] 파리 편 읽고 있는데
    이 여행기와 맞춤하여 정말 감동이네요.
    다시한번 프랑스를 구석 구석여행해 보고 싶어요..

  • 15. Harmony
    '16.4.28 3:50 PM

    요즘 프랑스 파리의 역사 -왕들의 이야기, 궁의 건축과 실내장식에 관한 화가들의 이야기
    디디에 앙사르게스의 사진책 혼합인
    김태진 교수의 [아트인문학 여행] 파리 편 읽고 있는데
    이 여행기와 맞춤하여 정말 감동이네요.
    다시한번 프랑스를 구석 구석여행해 보고 싶어요..

  • 16. 행복한나13
    '16.5.13 4:41 PM

    저도 음식으로 유명하다는 리옹에서 기대가 상당했지만..너무 실망했었네요 맛도 그닥이었고요 ㅠㅠ 리옹의 기름진 음식에 저에겐 안맞엇어여 ㅋㅋㅋ차라리 무난하게 생선요리랑 리조또같은거 시키는게 제일 무난합니다 실패도 별로 없구요 ㅠ

  • 17. 콩민
    '16.5.31 3:06 PM

    정말 멋져요. 이렇게 살아야하는데.............저도8월에 가긴갑니다만.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39323 소소한 이벤트, 결과 발표합니다~^^ 27 솔이엄마 2016.05.12 5,713 4
39322 4월&5월 행사의 나날들, 그리고 소소한 이벤트? 49 솔이엄마 2016.05.10 12,899 6
39321 도시락2 (메뉴가 다 거기서 거기..) 22 다이아 2016.05.10 17,534 6
39320 병아리콩으로 메주만들어 자연바람에 띄워서 10일만에 장담그기 30 프리스카 2016.05.03 17,195 5
39319 얻어걸린 성찬, 그리고 (almost) 소매치기의 추억 in N.. 25 꼰누나 2016.05.03 11,925 2
39318 (키톡데뷔) 아침식사 8 天國 2016.04.29 17,300 2
39317 마르세유와 부야베스, 그러나 중화요리는 언제나 옳다 10 꼰누나 2016.04.28 11,061 4
39316 부모님의 텃밭... 그리고^^ 34 시간여행 2016.04.25 17,073 3
39315 뱅쇼와 크레이프, 그리고 동화 속의 안시 8 꼰누나 2016.04.23 10,140 1
39314 미식의 도시 리옹에서 굶고 다닌 이야기 13 꼰누나 2016.04.21 12,579 2
39313 군인 아들 면회기 48 간장종지 2016.04.21 20,893 5
39312 금강산도 식후경? 노~ 파리에서 비맞고 굶고 돌아다닌 이야기 8 꼰누나 2016.04.15 13,834 5
39311 초록 밥상 28 백만순이 2016.04.14 17,630 3
39310 요조마의 현장요리 ~ 자장면 그 추억속으로.. 32 요조마 2016.04.14 15,814 13
39309 충성! 무사귀환을 신고합니다. 11 꼰누나 2016.04.12 13,008 3
39308 도시락 (오늘 점심은 뭐 먹지? 고민이라면....) 19 다이아 2016.04.11 20,705 7
39307 74차 모임후기...(정직한 제육볶음) 6 카루소 2016.04.09 17,744 9
39306 69차 모임 후기...(행복한 돈까스) 2 카루소 2016.04.08 9,840 9
39305 봄봄 .. 봄나물이 왔습니다 14 주니엄마 2016.04.08 10,792 5
39304 봄이, 꽃이 좋아요^^ 20 백만순이 2016.04.07 10,819 8
39303 3월 보낸 이야기와 안산 꽃나들이 19 솔이엄마 2016.04.07 10,869 6
39302 오래된, old , perhaps 나이많은, oldest me.. 31 맑은물 2016.04.03 15,218 10
39301 텃밭 이야기와 여러 이야기 21 간장종지 2016.03.30 14,892 5
39300 꽃놀이 릴레이 15 Right_now 2016.03.28 12,456 4
39299 꽃소식 기다리신분 손! 29 백만순이 2016.03.24 15,893 8
39298 아이들의사랑 배김치 10 사랑화 2016.03.24 10,148 5
39297 두번째 우엉김치 10 이호례 2016.03.23 11,292 4
39296 시래기밥 압력밥솥으로 ~ 오랫만 입니다^^ 7 소연 2016.03.22 12,339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