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일, 아침 7시도 않되 일어났다.
휴일이지만 서둘러야 한다.
우선 텃밭에 갔다.
풀매고 상추랑 쌈 채 좀 뜯고 밭에 물주고 돌아와
된장찌개 하나 끓여 아침을 먹었다.
찬밥을 양푼에 엎고 뜯어온 쌈 채도 찢어 넣고 된장찌개에서 두부 건져 넣고
고추장에 쓱쓱 비벼 상추쌈을 싸서 먹었다.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갈 곳이 있다.
광릉 숲이다.





가난해서 그랬을까?
여유가 없던 시절이여서 그랬을까.
데이트 장소는 늘 서울 시내였다.
광화문 교보에서 만나
아니면 종로서적 앞에서 만나
좀 걷다 자판기 커피 마시거나
돈 좀 있을 땐 인사동서 차 마시고 바래다준다며
지하철 타기.
막상 집 앞에선
바로 헤어지기 아쉬워
다시 전철역으로 걸었다가
전철역에선 막차 시간 확인하고는
‘집 앞까지 다시 바래다준다.’며 왔다 갔다 하던 데이트.
늦은 밤 귀가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질 때면
가로등 불빛 없는 으슥한 골목길을 고마워하고
때론 음흉한 맘으로 불 꺼진 가로등 밑을 찾던 첫사랑과의 연애.
좀 다른 기억이 있다면
광릉수목원이다.
청량리서 만나 버스를 갈아타며 찾아갔던 곳.
정작 수목원 보다 버스서 내려 수목원 입구까지 걷던 길
아름드리나무가 더 좋았던 곳.
어느 가을 날,
숲속 오솔길을 걷기도 쉬기도 하며
손을 잡고 걸었던 곳,
처음 무릎 베고 누워 깜빡 잠들기도 했던 곳으로 기억하는
내게도 있었던 딱 한 번의 그때 그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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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데군데 놓여있던 벤치와 작은 오솔길이 다였던 곳은
이름도 국립수목원으로 바뀌어 있었다.
정문 앞까지 차를 몰고 가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도 있고
사전예약제로 입장객 수를 제한하고
휴게시설도 있고 백두산호랑이, 반달가슴곰도 있는
이런저런 시설물도 들어선 수목원으로 바뀌어있었다.
강산이 두 번은 충분히 바뀌었을 시간이니
수목원 변하는 거야 당연한 일이지 싶다.
참 심심하고 재미없는 연애를 했던 우리가,
20년도 훨씬 넘은 어느 초여름 날
이 숲길을 다시 걸을 거라 상상이나 했었던가.
그 때 첫 사랑과 이 숲을 다시 걷게 될 줄 알았다면……. ㅋㅋ
뭐 달라졌을까??????????????
아무튼
1989년 가을 어느 일요일과 2011년 6월 11일(토)
우린 같지만 다른 숲길을 걸었다.
같지만 결이 다른 감정으로 걸었다.
그러나 그 숲에서 잠시 쉬었다.






* 많이 변했더군요.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숲은 참 좋습니다.
가족 나들이, 한적한 데이트 장소로 강추입니다.
여러분의 기억에 남는 데이트 장소는 어디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