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천둥도 치고 요란하게 쏟아진다.
며칠 덥더니 시원한 바람이 분다.
바람만큼 짬이 나면 음식 사진을 뒤적인다.
오늘은 뭘 올릴까…….
만들 때, 먹을 때 감정이 살아나
빙그레 웃어도 본다.
그리워도 본다.
엄마 음식이다.
#2
어머니 밥상은 늘 고맙고 소중하고 그립다.
하지만 싫고 불편한 것도 있다.
어머니 상차림에 있던 수고로움과 가부장성이다.
어머니 밥상을 그리워하지만
정작 그리운 건 그 시절,
그 밥상에 담겼던 그 무엇도 아니다.
수고로움이나 가부장성은 더더욱 아니다.
그냥 어머니가 그립기 때문이다.
#3
더운밥과 국
가장과 장남을 위한 찬
어머니가 지키고 싶었던 건 뭘까?
왜 그러셨을까.
#4
단촐하게
간단하게
수고롭지 않게
하지만 아이가 온 날은 손이 더 간다.
찬이 하나라도 더 는다.
내 밥상에서도.
#5
밥을 구하다
정작 밥이 되어버린
어머니
아버지
당신의 수고로움을 생각한다.

뽕잎볶음, 살짝 데쳐두었던 뽕잎을 다진 마늘과 볶았다.
소금과 간장으로 간했다.

홍합 살을 후라이팬에 볶듯이 익혀 덮밥으로
양념간장에 비벼 먹는다.

으깬 두부와 데친 쑥갓, 생 겨자채를 소금과 후추 넣고 버무렸다.

검은깨 찹쌀 경단


연근은 오븐에 굽고 양송이는 기름 없이 팬에서 익히고 감자는 삶았다.









옥수수보다 커 보이는 상추와 쌈채들
열매나 씨를 받는 게 아니라며 보일 때마다 따 내도
용케 꽃 피운 감자 꽃, 고추 꽃도 피었다.
파와 부추, 돌나물
감자밭 가장자리에 뿌려둔 오래된 더덕이 싹을 틔웠다.
누군가 부추와 두메부추 돌나물까지 캐가는
손을 많이 타는 곳이라 좀 걱정된다.
아무튼 이 비 그치면 쑥~ 자라겠다.